교육부, 대학에 ‘대학혁신지원사업 시안’ 의견 수렴
오는 2025년부터 수도권 20%·국립대 25% 선발해야
인기 학과 ‘디딤돌’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제기돼

지난 2022년 1월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진행된 '2022 서울대학교 새내기대학' 행사에서 새내기 대학생들이 강의실에 앉아 있다. &nbsp;[사진제공=뉴시스]<br>
지난 2022년 1월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진행된 '2022 서울대학교 새내기대학' 행사에서 새내기 대학생들이 강의실에 앉아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교육당국이 오는 2025학년부터 대학교 무전공(자유전공)확대를 추진 중인 가운데 구체적인 시행 방식을 두고 대학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무전공 입학이 15년 전에도 도입됐다가 큰 효과가 없어 폐지된 바 있는 것은 물론 취업에 유리한 특정 학과로 학생들이 쏠리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다. 

15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지난 2일 정책연구를 거친 뒤 마련한 ‘2024학년도 대학혁신지원사업 및 국립대학 육성사업 개편안 시안’에 대해 대학들의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폭넓게 보장하고, 미래 사회에 필요한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주요 대학의 무전공 입학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전공은 신입생이 입학 시 전공을 선택하지 않고 다양한 과목을 듣다가 2학년 때 자기 적성에 맞춰 진로를 결정하는 제도다. 

해당 개편안은 대학이 전체 모집단위에서 일정 비율 이상을 무전공 입학으로 선발할 시 국고 인센티브 사업비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시안에 따르면 대학은 두 가지 유형을 택할 수 있는데, 먼저 유형1은 자유전공학부처럼 신입생이 전공을 정하지 않고 입학 이후 모든 전공 중에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다만 의약학 등 보건의료 계열과 교대, 사범계열은 제외된다.

유형2는 계열·학부 등 광역단위로 모집한 뒤 그 안에서 전공을 결정하게 하거나 학과별 정원의 150% 범위 내에서 전공을 선택하는 형태다.

이에 수도권 대학들은 유형1 또는 유형1+2 섞은 방식으로 신입생 선발 방법을 개편해야 인센티브를 지원받을 수 있다. 국립대는 모집조건이 보다 까다롭다.

수도권 사립·공립대와 국립대학법인(서울대·인천대) 총 51개교는 2025학년도에 유형1로 모집인원의 최소 5%를, 2026학년도에는 최소 10%를 선발해야 한다. 유형1+2는 2025학년도 20% 이상, 2026학년도 25% 이상을 무전공 입학으로 신입생을 뽑아야 한다.

이외에도 교육당국은 일반재정지원 사업비 중 인센티브가 차지하는 비중을 늘리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이 또한 대학들의 무전공 입학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대책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대학혁신지원사업 개선방안 도출을 위한 정책연구를 추진 중이며 알려진 시안은 정책연구진의 제안일뿐, 이후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추후 사업계획을 확정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입장이다.

한 학생이 지난달 28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수능교재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 학생이 지난달 28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수능교재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미 대학들이 지난 2009년 자유전공 제도를 도입했다가 다시 학과·학부 단위 모집으로 돌아간 사례가 있었는데, 이처럼 기존에 발생했던 부작용이 다시 드러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취업이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인식이 있는 인문학이나 기초과학보다 이른바 상경 계열, 컴퓨터공학과 등 ‘인기 학과’로의 쏠림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다. 

실제로 각 대학에 따르면 15년 전 자유전공학부는 서울대(정원 157명), 연세대(150명), 고려대(123명), 이화여대(40명), 중앙대(133명) 등에서 운영됐다.

하지만 막상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한 학생은 인기 있는 과로 진학하거나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당시 융합 학문의 양성이라는 본 취지와는 맞지 않게 인기 학과로 진입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대학들은 하나둘씩 자유전공학부 운영을 축소 및 중단했다.

중앙대는 다음 해인 2010학년도부터 자유전공학부를 폐지하고 공공인재학부를 신설했으며, 연세대 자유전공학부도 점점 정원이 줄어 지난 2015년 기존 정원의 5분의 1로 감소한 35명의 신입생을 마지막으로 폐지 수순을 밟았다.

현재 자유전공학부를 유지하고 있는 서울 주요 대학은 서울대(123명)와 고려대(95명), 이대(40명) 등이다. 

경남대 교육학과 김성열 명예석좌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시안은 전국 모든 대학교에 획일적으로 적용될 것이 아닌 상위 및 지역거점 국립대학 등에서 이뤄지는 게 좋다”고 제언했다.

특정 학과로 학생들이 쏠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모든 전공을 다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닌 학문계열별로 무전공 입학을 받아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주도적인 설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며 “여기에 무전공이 방치가 아닌 학생들에게 중요한 진로탐색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꼼꼼히 추가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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