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EBS·평가원과 확인 후 논의 나서
“깊은 책임 통감…보완·대응 방안 마련 중”

교육부 오석환 차관이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진행된 사교육 카르텔 긴급 점검회의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교육부 오석환 차관이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진행된 사교육 카르텔 긴급 점검회의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영어 지문과 비슷한 내용이 일타강사의 모의고사 문제집과 EBS 수능 연계교재 초안에 동시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교육부가 관리가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10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전날 오석환 차관 주재로 ‘사교육 카르텔 관련 긴급점검회의’를 개최해 이 같이 밝혔다.

이번 점검 회의는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항의 지문이 앞서 나온 대형 입시업체 일타 강사의 사설 모의고사 문제집에 출제된 것뿐만이 아니라 비슷한 시기 제작하던 EBS 수능 연계교재 감수본에도 담겼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마련됐다.

이날 회의에서 오 차관은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교육방송(EBS) 관계자와 사실 관계를 파악한 뒤 향후 사교육 카르텔 대응 보완 대책을 논의했다.

오 차관은 “수능 연계교재로서 신뢰성을 담보해야 할 EBS 교재의 집필·감수 과정에 대한 관리나 사교육 관련성이 제기된 수능·모의평가 문항에 대한 사후 대응이 미흡했다는 정황이 파악됐다”고 했다.

이어 “다른 어떤 시험보다 공정해야 할 수능에서 의혹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송구하다”며 “깊은 책임을 통감하며 수능과 관련된 모든 과정에서 사교육 업체와의 유착 가능성을 더욱 철저히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EBS 교재의 집필 과정이나 수능·모의평가 출제 및 이의신청 과정 전반을 점검해 사교육업체와의 유착 가능성을 더욱 철저히 차단하겠다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해 11월 16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모 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에 앞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해 11월 16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모 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에 앞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앞서 감사원은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지문이 그해 나온 일타강사의 모의고사 문제집과 이듬해 출간 예정인 EBS 수능 교재 감수본에 삽입된 경위 등을 감사 중인 상태다. 해당 일타강사는 현직 고교 교사들에게 금전을 주고 구매한 문항으로 교재를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해당 지문은 3점짜리 문항으로,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 ‘넛지’의 저자 하버드대 로스쿨 캐스 선스타인 교수가 출간한 ‘Too Much Information’에서 발췌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이의제기는 수능이 끝난 직후부터 해당 문제의 지문과 일타강사의 문제집 지문이 유사하다며 잇달아 제기됐다. 실제로 수능을 치른 후 닷새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접수한 이의 신청 총 660여건 중 100여건이 23번 문항으로 쏠린 바 있다. 이의 신청자들은 유명 강사가 준 사설 모의고사를 미리 풀어본 뒤 해설 강의까지 수강한 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EBS 수능 교재의 감수는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평가원은 수능 직 후 영어 23번 문항에 대해 사설 모의고사와 겹친 사유에 대해 ‘우연의 일치’라는 취지로 대응해 왔다. 더욱이 23번 문제의 이의 제기에 대해 ‘문제·정답 오류’에 대한 이의 신청이 아니라며, 심사 대상으로도 분류하지 않는 등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의혹이 제기된 시점부터 8개월이 지난 후에야 경찰에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해당 지문은 지난해 1월 출간 예정이던 EBS 수능 교재 초안에도 실렸다가 최종 제외된 것으로 드러나 수험생 등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한 지문이 비슷한 시기 수능과 일타 강사 문제집은 물론 EBS 교재 초안까지 동시에 실리는 것은 우연일 수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를 통해 “지난해 6월부터 운영한 ‘사교육·카르텔 신고 센터’에 해당 일타강사가 현직 교사들에게 돈을 주고 문항을 샀다는 제보가 접수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는데, 이 강사가 이번 논란의 문제집을 만든 것도 확인돼 두 의혹을 함께 수사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날 진행된 긴급 점검회의는 사건 파악을 위해 긴급하게 소집해 논의를 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더 세분화하고 보완해 논의를 이어나가고 관계기관과 협력해 사교육 카르텔과 입시비리 문제를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현재 교육부가 의혹을 인지하고도 뒤늦게 대처를 한 배경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를 벌인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아직은 감사원 측에게 이와 관련한 협조 등을 받지 않은 상태”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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