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부 플랫폼 돌고 도네이션 이승환 대표
안정된 직장 뒤로 하고 사회공헌 뛰어든 SK 3세
기부금 카드 수수료 대납, 현물만 지원 등 차별화
비즈니스 모델 구현 전까지 자부담 내어가며 버텨
“5년 내 소외계층 생필품 문제해결이 가장 큰 목표”

돌고 도네이션 이승환 대표 ⓒ투데이신문
돌고 도네이션 이승환 대표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권신영 김준형 한지은 기자】 1달 만에 유튜브 조회수 400만을 넘긴 재벌 3세가 있다. 유튜브 ‘휴먼스토리’에 출연한 ‘돌고 도네이션’의 이승환 대표이다. SK 최종건 창업회장의 외손자인 이승환 대표는 기부 플랫폼인 돌고 도네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SK와는 전혀 관련 없는 홀로서기 회사이다. 재벌 3세라는 지름길을 벗어나 대한민국 기부의 새로운 길을 열고 있는 이승환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돌고 도네이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돌고’라는 서비스 자체는 기부 플랫폼입니다. ‘돌고 도네이션’이라는 단체는 기부 플랫폼의 행정을 해주는 비영리 단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돌고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하고 기부금을 다른 단체들에게 전달하는 매체가 돌고 도네이션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그간의 사업 성과는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서비스 이용 유저가 약 7만 명 정도 됩니다. 작년부터 어느 정도 최적화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마케팅 차원에서 유튜브 휴먼스토리에 나왔던 거고, (유튜브 출연) 이후에 1년 수준의 기부금이 일주일 만에 모였습니다. 유저도 만 6년 동안 가입했던 분들의 두세 배 정도가 추가된 상황이에요. 가입자 정도만 그렇고 돌고를 다운로드 받거나 진입하는 사람들은 훨씬 많을 거라고 예측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집중하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수치보다는 시장에 제공하는 가치와 서비스를 최적화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죠. 향후 데이터가 중요하겠지만 데이터 세팅 비용보다는 운영하면서 마켓 케이스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수치적 성과에만 집중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기부금을 받고 기부금을 전달하는 과정에 있어서 그 과정이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에요. 저희가 일반적인 스타트업은 아니다보니까, KPI(핵심평가지표)나 OKR(목표와 핵심 결과)과 같은 경제적인 수치보다는 우리 서비스가 기부금을 받았을 때 투명하게 보여줄 수 있느냐 편리하게 노출하느냐 그 다음에 기부금을 분배를 할 수 있느냐를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저희가 갑자기 1조원을 받아요, 그럼 그것을 소화할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저희는 기부금을 늘리거나 유저를 늘리는 데 집중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일단 소화할 수 있는 금액인지, 이것을 사회에 환원하거나 기부자들의 뜻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역량이 되는지에 포커스를 맞추는 거죠. 접근성이 떨어지면 투명하지 않게 느껴져요. 때문에 지금은 푸시 알림이나 문자 같은 기능으로 전달과 후기의 접근성을 용이하게 해서 투명성이 느껴지도록 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Q. 사업 아이템이나 모금 아이템은 어디서 찾는지.

비영리 단체들과 협약이 돼 있고 거기서 관련 내용을 받아 콘텐츠를 만듭니다. 비영리 단체와 돌고와의 역할 분담은 명확합니다. 비영리 단체는 소외계층을 발굴하고 검증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기존에는 모금까지 했어야 했지만 모금과 행정 일을 저희 돌고가 가져와서 서류화해요. 사연이 있으면 저희 돌고에 업로드해서 모금을 진행하면서 업무를 또 단순화하는 거죠.

Q. 기부 방법에는 재단 설립이나 기업 사회공헌 등 여러 방식이 있는데, 왜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선택했는지 궁금합니다.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온라인 모금 플랫폼 해피빈과 같은 서비스들도 있지만 기부 애플리케이션 이 거의 없었어요. 있어도 오래 가지 못했죠. 제가 알기로는 한 대기업에서 만든 앱은 1년을 못 갔어요. 다른 은행권에서도 만들었던 것도 마찬가지였죠. 이전에 대부분의 서비스들이 오래 가지를 못했어요. 그래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 위한 팀을 만들었어요. 차별화는 만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했죠. 애플리케이션이라는 것은 외형적인 차별화였고 운영적인 측면에서는 우리가 수수료를 받지 않고 카드 수수료를 대납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줬습니다.

돌고 도네이션 이승환 대표 ⓒ투데이신문
돌고 도네이션 이승환 대표 ⓒ투데이신문

Q. 플랫폼이 성장한다면 카드 수수료로 인한 적자가 감당 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수도 있을 텐데 해결방안이 있을까요.

카카오톡 같은 경우도 무료 문자 서비스라고 해서 2010년쯤 출시했는데 처음에 서버비가 10억원씩 들었어요. 창업주가 (서버비를) 다 부담했어요. 수익 모델이 있는 것도 아니었죠. 카카오가 했던 것은 카카오 게임즈, 이모티콘,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와 같이 서비스를 확장한 것이에요. 저희도 같은 방식이에요. 비슷한 사례가 굉장히 많다고 생각해요. 페이스북도 10년 동안 수익 모델이 없었고 그것과 관련해 페이스북 이사회나 창업자가 굉장히 다툼을 많이 했고 결론적으로 지금은 글로벌 기업 중 하나가 됐잖아요. 생각보다 많은 문제들은 시간이 해결해 주기 때문에 그런 것들은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요.

Q. 투명한 기부금 사용을 위해 현물지원만 한다고 들었습니다. 현물지원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창업하고 첫 2년은 현금으로 했는데 리스크가 훨씬 컸어요. 특히 횡령이나 운영 관련 리스크가 굉장히 크죠. 배분을 해주는 비영리 단체의 담당자들도 업무가 굉장히 많아집니다. 통장을 새로 개설해야 하고, 그 금액으로 물품을 구매한 뒤에는 영수증도 처리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을 또 서류화해야 하고 혹시나 금융 수익 이자 같은 게 생기면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세워야 해요. 업무가 굉장히 많아지는 거죠.

현물로 하게 되면 간소화가 많이 됩니다. 저희가 구매하고 그 업무를 저희가 가져가기 때문에 업무량이 많이 줄어들고 후기도 간단해져요. 사소한 리스크는 있지만 그건 항상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현물이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선으로 활용하려고 노력해요. 비영리 단체에서 관리하는 명단을 구청과 체크하면 대상군마다 필요한 물품들의 양과 기간이 어느 정도 일치하거든요.

예를 들어서 우리가 밥 먹는데 갑자기 이번 달에 양이 늘어나지는 않잖아요. 휴지나 생리대 같은 것도 달마나 조금의 차이는 있어도 어느 정도 일정한 양이 있어요. 10명이다 그러면 구청을 통해서도 검증받고 그 인원이 필요한 만큼의 현물에 대한 우리 데이터도 있으니까요. 데이터만큼 지원하고 그 다음에 그 수혜자한테 직접 받았다는 인증을 하게 하면은 투명성 리스크를 줄일 수 있죠.

돌고의 방식이 효율적이기 때문에 좀 더 성장한다면 수혜자들도 돌고를 통해서만 기부 받아도 충분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수혜자 선정도 투명하게 진행하고 투명한 보상을 줄 생각이에요. 아직 완벽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완성도는 점점 올라갈 겁니다. 

돌고(DOLGO) 홈페이지
돌고(DOLGO) 홈페이지

Q. 사업 운영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게 굉장히 힘든 것 같아요. 기존에는 정기 기부제도 많이 없었고 제가 영업해서 고객 후원 기부금을 유치했어요. 저희는 수요를 기부자들의 수익금으로 보는데 굉장히 불규칙하다 보니 공급도 불규칙할 수밖에 없죠. 공급이 부족하면 제 돈으로 충당하면서 움직였어요. 기부금이 중단되면 누군가가 피해를 보니까 그런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었죠.

작년 11월까지만 해도 3000만원 정도의 기부금을 분배할 수 있는 망을 구축했는데 유튜브 출연 이후 1년 수준의 기부금이 한꺼번에 들어오니까 힘들었어요. 단체 기부금을 받으면 그때그때 소진하는 걸 목표로 하거든요. 기부금을 사용하고 바로 기부자들에게 드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한 번에 많이 오면 담당자가 감당하기 힘들죠. 고객 문의도 굉장히 많이 오고 애플리케이션  어떻게 써야 되냐 혹은 제휴하고 싶다는 기업들도 늘어났어요. 하지만 지금 받은 기부금이 가장 우선이잖아요. 받은 기부금을 소화하기 위해 컨택하고 저희 정책에 부합하는 단체들을 찾아내는 게 쉽지 않거든요. 그 단체를 찾고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게 대부분의 스타트업의 어려움이 아닐까 싶어요.

Q. 아직 사업이 어려운 과정 속에 있는데 현재의 삶에 만족하시는지.

엄청 행복합니다. 하지만 유튜브 휴먼스토리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힘들었어요. 제 스스로 힘든 기간으로 설정한 시간이었는데 비즈니스 모델 자체는 있지만 거래액이 작아서 구현이 안 됐고 그 기간동안 자부담으로 해결해 왔습니다. 기회비용도 가장 힘들었던 부분 중 하나입니다. 제가 SK에 계속 남아 진급하고 급여를 받았으면 어제의 저보다 부유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도 돌고에 대한 희망이 있었어요. 대한민국 총 기부금 20조원라는 수치 자체가 한국에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걸 얘기해주잖아요. 그런데 이것이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투명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죠. 이 문제를 해결만 하면 주목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나름 고통의 기간을 잡아놨어요. 3년차 때 금전적으로 힘들어서 대출을 받기도 했는데 5년 차에는 계획이 명확해졌던 것 같아요. 확신도 있었어요. 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할지 우선순위로 나열했고, 하나하나 집중해서 해결하다 보니 현재에까지 이를 수 있었습니다.

돌고 도네이션 이승환 대표 ⓒ투데이신문
돌고 도네이션 이승환 대표 ⓒ투데이신문

Q. 대표님께 '나눔'이란 무엇인가요.

제게는 정체성이죠. 돌고라는 서비스를 평생 업으로 할 생각입니다. 나눔은 저의 정체성이고 사회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감사한 것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예를 들어 기억하지 못하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이나 혹은 어렸을 때 길을 잃었을 때 도와주는 사람들처럼. 기억하지 못하는 데도 우리는 사회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고 있잖아요. 인지하지 못하는 것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도움을 받았으면 다시 도움을 주는 게 도리이고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Q. 돌고 도네이션의 목표가 있다면.

5년 안에 대한민국 소외계층의 생필품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가장 큰 목표고 다음은 선한 마음의 아카이빙입니다. 기업의 정체성을 사회적 가치와 연결해 자본주의 그 다음 이념을 만들어가는 단계가 있고, 돌고라는 서비스는 그런 문화 전반을 조성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선 사회공헌 아카이빙이 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사회공헌을 하고 있는데 다 제각각 아카이빙을 해요. 이것을 한 곳에서 보여주고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들면 좀 더 나은 환경 조성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인스타그램도 비슷합니다. 인스타그램은 내 최고의 순간을 아카이빙 해주는 거예요. 인스타그램이 나의 생활을 아카이빙해 준다면 돌고는 선한 마음을 아카이빙을 해주는 서비스로 다른 이용자들과 함께 문화가 되고 트렌드가 돼서 이용자들도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되면 좋은 거죠.

예를 들어서 한부모 가정 출신이 한부모 가정에 기부하거나 미혼모가 미혼모에 기부하고 내가 동물을 키우면 동물에 기부하고 이런 정체성에 부합되는 사회 활동을 해야 합니다. 기부는 직접적이에요. 환경이 나아지길 원하면 환경에 기반한 기부를 하고 동물에 대한 복지가 좋아지길 바라면 동물 복지에 기부하는 거죠. 이런 환경을 위해 선한 마음을 모아두는 겁니다. 선한 마음이 모인 돌고를 통해서 사회 혁신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빠르게 일으키는 게 목표입니다.

돌고 도네이션 이승환 대표와 청플(청년플러스) 기자단(김준형, 한지은)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돌고 도네이션 이승환 대표와 청플(청년플러스) 기자단(김준형, 한지은)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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