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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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이달 중순 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과 손을 잡기로 했다는 깜짝 뉴스가 경제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재계순위 38위 기업과 5위권 제약사 한미약품의 결합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12일 OCI그룹(지주회사 OCI홀딩스)과 한미약품그룹(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은 양사의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취득 등으로 그룹간 통합에 관한 합의 계약을 각 사 이사회 결의를 거쳐 12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취하고,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두 기업은 서로의 지분을 맞교환 했다. 양측은 이번 결합에 '대등한 결합'이라고 설명했다. 

대등한 결합도 그렇고, 이번 M&A가 더더욱 눈길을 끄는 건 그간 접합점이 없었던 두 기업의 이(異)종간 결합이라는 점이다. OCI그룹은 태양광 산업 소재 등 화학 소재를 전문으로 공급하는 기업이고, 한미약품그룹은 국내 빅5 제약 회사로 활발한 R&D 등으로 국내 제약사 중 명가로 손에 꼽힌다. 양쪽다 덩치가 작지도 않고, 그러면서도 서로 거리가 먼 두 기업이 대등하게 결합한 일은 국내 기업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기에 이 이종결합의 케미컬이 어떤 식으로 화합할지 행보가 주목된다. 

이런 빅딜은 단연 두 그룹이 품고 있는 원대한 꿈 속에서 피어났을 것이다. OCI홀딩스의 이우현 회장은 이번 통합에서 “독일의 바이엘을 모델”로 거론했다. 석유화학업체였던 바이엘처럼 인수합병으로 세계적 제약·바이오 기업의 길을 걷겠다는 생각이다. 한미 쪽에선 상속세 문제도 털어내고 오랜 시간과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연구개발에 힘주고 있는 만큼 OCI의 현금 자금력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듯 싶다. 글로벌 빅파마로 진입하기 위해서도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동력원이 필요했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측면도 있다. 너무 성급하게 일이 치뤄지지 않았는가 싶다. 두 기업의 통합에 관한 얘기는 발표 1~2달 전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두 기업이 통합으로 낼 수 있는 이득에 관해 구체적 내용이 없었던 것일까. 처음 통합 소식이 들려왔을 때 양측은 “미국, 동남아, 일본 등 OCI그룹의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는데, 화학 소재를 전문으로 했던 회사의 네트워크가 어떻게 제약사에 도움되는지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이번 임종윤 사장의 반발도 그렇다. 내부에서 숙의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성급하게 통합이 이뤄지면서 발생한 것이다. 임 사장은 합병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13일 자신이 운영하는 코리그룹 X(옛 트위터)에서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자료도 전달받은 적이 없다”면서 “현 상황에 관해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통합으로 얻는 이익과 향후 계획에 관해 구체적인 내용을 먼저 제시했다면 이런 반발이나 이슈가 나왔을까 싶다.

비단 대주주 개인의 반발이 아니라, 주주 전반에 대한 자세의 문제라고 본다면 이번 임종윤 사장 불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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