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현 등 아이디어에 임종윤 측 배제됐다 불만...절차상 문제 비판 나서
회사 측, 이사회 등 거쳐 문제없다 입장...시너지 자신감 구성원들 설득
창업주 시대 인연 있었던 신동국 회장, 누구에게 팔지 아직 입장 불명확해

[사진제공=한미약품]
[사진제공=한미약품]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한미그룹이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OCI그룹과 지분 교환이라는 연합 전선을 구축했지만, 창업주 집안 내부에서 반발이 나와 이른바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묘수가 아니라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그룹이 지난 12일 OCI그룹과 이사회를 거쳐 그룹 간 통합 합의 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서로 백기사를 자처하는 양상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와 오너일가 등에 구주, 신주 인수, 현물출자 방식 등을 통해 총 7703억원을 투입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확보하며 한미사이언스 측 인사(임주현 사장 등 주요 주주)들은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는 부분이다. 이렇게 해서 통합 OCI홀딩스가 탄생한다. 

현물출자 등에 따른 구주인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인수 등 여러 기이 동원되지만 서로가 가진 부분을 맞바꾸는 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로 백기사 해주는 의기투합...상호간 협력 통해 경영권 유지 숙원 풀어

한미그룹 주변에 그림자를 드리워 온 상속세 5400억원 납부자금 부담이 이번 통합으로 덜어지게 되는 게 가장 큰 수확이다. 

당초 한미약품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와 한미사이언스 지분 11.8%를 32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는 등 노력을 기울여 왔다. 결국 이 구상은 라데팡스가 지난해 새마을금고 뱅크런 우려로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매입할 자금을 투자받지 못해 주춤했다.

하지만 라데팡스와의 협력 모색 과정은 비슷한 고심을 하는 다른 적절한 파트너를 찾는 데 결과론적으로 도움이 됐다.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도출해 낸 협상 파트너 모색 결과가 OCI와의 연결이라는 것. 

OCI는 이우현 회장의 OCI홀딩스 지분율이 6.6% 수준이어서 세력 보강이 절실하다. 방계의 지분 보유량 때문에 입김 경쟁 가능성이 잠복해 있었던 것. 

한미 측도 이 같은 연합전선 구축을 통해 재원 마련 과정에서의 지분 매각 등 향후 경영권이 바깥으로 넘어가며 오너 일가가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하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한미 측의 내심이 한결같지는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너 일가 사이에 이번 통합 이슈를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다르다는 점 즉 내부 갈등이 노정되면서, 경영권 갈등의 새로운 국면이 오히려 이번 상황으로 불거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번 결단은 한미그룹 송영숙 회장(창업주 미망인)과 한미약품 임주현 사장(딸)이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장남인 한미약품 임종윤 사장은 이번 상황에 극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나섰다. 

임종윤 사장은 언론에 이번 한미와 OCI의 통합이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를 계속 내고 있다. 그는 “몇천억 단위의 기업 간 거래가 이뤄지는 걸 몇 명이 모인 이사회를 통해 결정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전혀 결이 다른 기업집단간 협력과 통합이 시너지를 내기 어렵지 않냐는 회의론에 군불을 지피는 중이다.

오너 일가 일각, 절차상 문제 있다 주장하며 갈등 노정

임종윤 사장은 임주현 사장 등의 이번 아이디어에 “이종기업 간 통합을 통해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나오는 것인지, 재무적인 타당성이 있는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문제의 재검토를 바라는 모습이다. 자칫 양측의 우군 끌어들이기를 통한 표대결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런 중요한 계약이 불과 한달여 만에 주마간산으로 처리돼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다. 임종윤 사장은 특히 “개인 간 거래가 아닌 경영권 관련 거래이기 때문에 주주와 임직원도 모르고 진행이 됐다면 문제”라고 짚는다. 자신이 한미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2대 주주임에도(한미사이언스 12.12% 보유) 이 통합 계약 내용을 제대로 모르는 것이 전체 문제를 방증한다고도 비판하고 나섰다. 절차적 문제점에 호소하는 양상이다. 

다만 한미약품 내부에서는 홍보부서를 중심으로 사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에 대한 팩트를 확인하는 이른바 팩트체크 게시물을 15일 공유하는 등 이러한 주장에 배치되는 방어논리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팩트체크에서는 이번 통합은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최고 경영진이 직, 간접적인 사업 분야의 시너지 극대화를 예상하며 면밀하게 검토하고 결단한 사안이라 시너지에 대한 의구심을 차단하고 있다.

한미약품 측은 “이번 통합 결정은 각 지주회사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최종 의사 결정된 사안”이라며 “대주주 가족간 이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는 통합이라는 큰 명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문제의 해결사 역할을 맡을 이로 창업주(고 임성기 회장)의 고향 후배로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한양정밀 신동국 회장이 관심을 모은다.

그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11.52%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을 제외한 개인 주주 중 가장 목소리가 큰 인물. 다만 그는 과거부터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팔고 싶어했다는 후문. 아울러 창업주와의 인연과는 달리 미망인이나 후대와의 연대 의식은 약하다는 풀이도 있다. 그래서 임종윤, 주현 남매 중 어느 쪽에나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측에 지분을 팔 가능성이 제기된다. 3월 주주총회까지 문제가 흥미롭게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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