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국농민회총연맹 이용희 협동조합개혁위원회 위원장
중앙회장 선거, 조합장 위한 공약만…조합원 직선제로 바꿔야
경제지주 계열사 이자부담, 농민 조합원과 국민이 내는 셈
농협 조직끼리 경쟁은 어불성설, 협동 통해 시너지 효과내야

전국농민회총연맹 이용희 협동조합개혁위원회 위원장 ⓒ투데이신문
전국농민회총연맹 이용희 협동조합개혁위원회 위원장 ⓒ투데이신문

농협중앙회장선거가 지난 25일 합천 율곡농협 강호동 조합장이 당선되며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으로 17년 만에 조합장 직선제 방식으로 실시돼 총 1111명의 선거인(총 1252표 행사)이 구성됐다. 직전 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대의원 간선제로 치러져 투표권을 가진 선거인이 293명에 불과했다. 그만큼 이번에 당선된 강호동 당선인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신임 농협중앙회장에게 주어진 과제가 무엇인지 19일 충북 괴산군 불정면에서 만난 농민에게 물어봤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농협은 법적 정의에 따라 농민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으로 농민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지위 향상과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농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 농협중앙회는 지역조합과 품목조합 등을 회원으로 하며 농협중앙회장은 중앙회를 ‘대표’한다.

형식적으로 보면 농협중앙회장은 중앙회를 대표할 뿐 뚜렷한 권한은 없다. 사업구조개편을 통해 농협의 주요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은 농협경제지주와 농협금융지주가 나눠 맡게 됐으며 중앙회장직은 비상근 비상임이다. 그러나 이사회 의장을 겸하며 사실상 조직 내 인사권, 감사권, 예산권을 갖고 있다. 또,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하며 약 8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는다.

지난해 기준으로 농협은 재계순위 10위에 해당하는 기업집단이다. 54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공정자산총액은 71조4110억원에 달한다. 1금융권인 농협은행이 계열사인데다 회원조합 조직망이 전국 읍면 단위까지 촘촘히 깔려 있다는 점에서 규모 그 이상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의 농업, 농촌, 그리고 농협 조합원인 농민의 오늘은 어떠한가. 농업협동조합법 제5조는 ‘조합과 중앙회는 그 사업 수행 시 조합원이나 회원을 위해 최대한 봉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농협중앙회와 농협중앙회장은 농민 조합원을 위해 최대한 봉사했는가.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무엇이 문제인걸까. 4년마다 돌아오는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매번 묻는 질문이다.

Q. 농협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

IMF사태가 터진 직후, 농민들이 지역농협에서 받는 대출이자가 14~17%, 연체이자는 22~24%까지 올랐다. 그때 농협 금리인하투쟁을 하면서 농협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금은 괴산 불정농협 감사를 맡고 있다. 사업이 악화돼 합병권고까지 받은 조합이었는데 조합원들이 단합해 2년 전에 벗어났다. 다행히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이 함께 발전하면서 회복 속도가 빨랐다.

Q. 농민 조합원에게 지역농협은 가깝지만 중앙회는 다소 멀게 느껴질 것 같은데.

농협중앙회가 농민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일단 농협중앙회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현재는 국회의원이 농협에 정보공개를 요구해도 공개하지 않기도 한다. ‘그들만의 리그’다. 그래서 어림짐작 정도이지 농협중앙회의 사업에 대해 구체적인 데이터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중앙회와 각 조합이 수평적 관계가 아닌 수직적 관계로 사업을 한다.

이를 바꾸려면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조합장 직선제에서 조합원 직선제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농협중앙회가 농업 문제에 더 관심을 두게 되고 농민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중앙회장뿐 아니라 각 시도본부장도 조합원 직선으로 뽑았으면 한다. 또, 조합장들은 각각 농협 자회사에서 발언권을 갖게 한다면 중앙회장의 막강한 권력이 남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농협중앙회장은 상징적인 의미에서 조합장과 조합원들의 의견을 받아 정부와 대화하는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비상임직에 맞게 중앙회를 지배하는 권한은 내려놓고 농민의 의견을 대변하는 역할을 주 업무로 해야 한다.

Q. 이번 선거에서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을 봤을 텐데 총평을 해본다면.

조합장 직선제다 보니 조합장을 위한 공약만 많더라. 중앙회장이 나서 조합장 연봉 인상과 업무추진비를 지원한다고 하는데 농민은 없고 조합장만 있구나 싶어 씁쓸하다. 협동조합 개혁이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이자자금 지원과 관련해 여러 공약이 나왔는데 대체로 어떤 조합에 혜택이 돌아갈 것인지 무슨 방법으로 조성할 것인지 불분명하다. 중앙회장의 통치자금으로 쓰이지 못하도록 투명한 공개가 필수인데 공약 이행을 지켜봐야 한다.

충북 괴산군 불정농협 하나로마트 전경 ⓒ투데이신문
충북 괴산군 불정농협 하나로마트 전경 ⓒ투데이신문

Q. 농협중앙회 사업을 4가지 부문으로 나눠서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경제사업 중에서 농산물 유통사업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전국에 하나로마트 매장이 5000여개가 된다. 단일매장으로 가장 큰 유통망을 갖고 있다. 그런데 중앙회와 회원 조합이 수직적 관계다 보니 장벽이 높다. 지역농협 하나로마트가 물건을 납품받으려면 경제지주 계열사인 하나로유통에서 권한을 쥐고 통제한다. 

그러다 보니 기존 농산물 유통처럼 산지에서 서울 가락동도매시장까지 갔다가 다시 지역으로 돌아오는 구조를 똑같이 답습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전산망을 다 확보한 상황이기에 정보가 공유되면 농산물 유통을 하나의 연결구조로 만들 수 있다.

우선 개별 지역농협에서 각자 계약재배를 진행하는데 계약재배 현황을 공유해야 한다. 거점산지유통센터(APC)를 기본조직으로 하고 각 지역농협을 연결해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에서 수집된 정보는 중앙에 집중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다. 이 축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농업관측을 고도화하고 산지 재배면적 할당제를 도입해 작물 입식규모 조정과 출하물량 조절이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소비지 유통개선을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했지만 만족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산지유통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소비지 유통이 여전히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농산물 직거래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만족도가 높지만 전체 유통의 5% 비중에 머물고 있다. 농산물산지유통이 체계화, 규모화, 조직화돼야 농산물의 건강한 유통 생태계가 이뤄질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이 지난해 10월 농협중앙회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농협 판매사업 이용 조합원은 전체 조합원의 24.8%에 불과했다. 총 425개 APC 중 201개소가 적자 APC였으며 원예 농산물 계약재배에 참여하는 농협은 565개소로 전체 농협의 절반에 그쳤다.

이 의원은 “농협 조합원의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서는 조합원과 농협 간 계약재배 → 판매사업 → 조합원 소득안정이라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협과 농가 간의 계약재배 활성화를 위해 관련한 지표를 신설하는 등 제도적으로 (계약재배를)확대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Q. 지역에 연합사업도 있고 조합공동사업법인도 운영하고 있지만 일부를 제외하고 괜찮은 사업모델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데.

시군단위 사업은 조합원들에게 공개해서 조합원들과 같이 논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광역단위 사업은 농민을 대변하는 지역농협 조합장들이 참여하는 구조가 있어야 한다. 그 구조가 없으니까 사업담당자가 똘똘하면 잘되고 그 담당자가 바뀌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

쌀을 예로 들면 전국 쌀 유통의 약 50%를 농협이 담당한다. 그리고 하나로마트가 취급하는 물량이 전체 도정 물량의 48%다. 거의 다 하나로마트가 처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양재 하나로마트에 어느 농협 쌀이 올라가느냐를 두고 경쟁을 유도한다. 

이런 경쟁을 시키는 가장 큰 이유가 조합장과 조합원이 유통사업에 참여하는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지역농협의 의견이 사업에 반영돼야 하는데 회의해도 ‘건의사항’으로 치부하고 권한을 주지 않으니 발전적인 내용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만약 한 지역농협은 100원을 받고 다른 지역농협은 110원을 받는다면 서로 힘을 합쳐서 105원을 가져가고 향후에 115원으로 가도록 시너지 효과를 내는 길로 가야 한다.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가져가는 목표에 대해 각 지역농협들이 공감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Q. 금융지주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농업분야에 충분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보나.

농협은 농민 조합원의 경제적 삶을 낫게 만드는 데 기본 목적이 있고 여기에 충실해야 한다. 농협금융지주도 농협법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농민 조합원이 어려울 때 먼저 손을 내밀 수 있어야 한다. 지난 2022년 통계청 농가경제조사에서 농가소득 중 농업소득이 948만5000원으로 1000만원 이하까지 떨어졌다. 농업소득의 후퇴는 결국 농협 경제사업이 농민들의 농업소득 향상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농협 임직원들은 금융권 수준의 연봉을 요구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금융지주(농협은행)가 회원조합 신용사업과 경쟁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지주의 상품과 회원조합 상호금융상품이 비슷하다. 연합사업 형태의 사업구조가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국회에 계류 중인 농협법 개정안에 농업지원사업비(명칭사용료) 인상 내용이 있는데 2배 인상도 부족하다고 본다. 지역을 보면 농협은행이 시군 금고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정책사업과 시군 금고가 차지하는 부분은 자신들이 영업을 통해 개척한 수익이 아니다. 농협의 특수성에 기인한 장치를 이용해 수익을 내는 것인 만큼 환원해야 한다. 

농협중앙회는 농협 명칭을 사용하는 법인에 대해 영업수익 또는 매출의 2.5% 범위 내에서 농업지원사업비를 부과할 수 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농업지원사업비로 금융지주에 4927억원, 경제지주에 475억원을 부과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이용희 협동조합개혁위원회 위원장 ⓒ투데이신문
전국농민회총연맹 이용희 협동조합개혁위원회 위원장 ⓒ투데이신문

Q. 당초 신경분리 때부터 자산 불균형의 문제도 거론되는데.

경제지주 계열사들이 금융지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고 있는데 그로 인해 만만찮은 이자부담을 감당하고 있다. 사업구조개편의 목적 중 하나가 경제사업 활성화였지만 정작 자산과 자본금은 금융지주에 쏠리면서 경제지주는 초기부터 자금난이 있었다.

경제지주 계열사별로 신용등급에 따라 이자율은 다르겠지만 이들 회사의 이자부담은 결국 농협 경제사업을 이용하는 농민 조합원과 국민의 부담이다. 왜 이런 결과로 귀결됐는지 재평가가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의원이 2022년 10월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는 자료를 보면 농협중앙회는 경제지주에 총 4조9525억원을 투자했지만 계열사 4곳이 자본잠식(2022년 6월 기준) 상태로 확인됐다. 

2022년 6월 기준으로 농협식품은 125억원(자본잠식률 53.9%), 농협은 188억원(자본잠식률 19.4%), 농협홍삼은 869억원(자본잠식률 59.8%), 농협목우촌은 32억원(자본잠식률 2.36%)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Q. 지난해 농협중앙회가 상호금융특별회계에서 회원농협에 예치금 이자 추가 정산을 하지 않는다고 통보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상호금융 운영은 어떻게 개선해야 한다고 보는가.

상호금융특별회계는 회원조합이 예치한 자금으로 운용되는데 정산을 못하겠다는 통보만 할 일이 아니다. 회원조합들에게 정보를 공개하고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해 개선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중앙회장 후보들 중에서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공약이 나오기도 했다. 이전 선거에서도 공약은 있었다. 그런데 정보공개가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정보공개가 안 되는 점은 농민들에게도 불리하다. 아직도 일부 지역농협은 중앙회에서 내려오는 지침대로 가산금리를 정한다고 조합원들에게 설명하는 곳이 있다고 한다. 가산금리는 각 조합별로 자체 리스크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건데 중앙회 핑계를 대며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것이다. 

제대로 금리를 계산했다면 조합원들에게 정확하게 설명해야 할 것 아닌가. 명확한 설명이 없다면 조합원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수익구조를 만들었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농협중앙회는 상호금융특별회계에서 매년 회원조합에 수천억원 규모의 추가 정산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농협중앙회가 당해 추가 정산을 할 수 없다고 통보하며 회원조합의 원성을 사고 있다. 농협중앙회 상호금융특별회계 규모는 약 110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Q. 중앙회의 역할 중 교육지원 사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는가.

교육지원의 용처를 보면 조합의 사업확장이나 필요한 사안에 투자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적어도 회원조합 조합원들을 위해 쓰는 자금이 일정 수준 이상은 돼야 한다. 

또, 조합원이 협동조합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사업비를 의무적으로 책정해야 한다. 농협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교재도 없는 형식적인 교육이 진행된다. 특히 협동조합 교육을 통해 조합원의 ‘알 권리’를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Q.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농협중앙회의 면모는 무엇인가.

현재의 농협중앙회는 진정 농민들이 원하는 바를 정부에 요구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농민을 명분 삼아 요구하고 있다. 농협이라면 쌀값과 수입개방 문제에 대해 농업계의 요구를 종합해 정부에 전달해야 하는데 정작 이런 중요한 문제는 ‘정치적 중립’을 명분으로 외면하고 있다. 무엇보다 농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 충실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정치적 사안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농협조직끼리 경쟁하는 현재의 모습은 어불성설이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드는 핵심이 협동이다. 그런데 농협이 협동보다 경쟁이 우선한다면 답이 없다.

연합사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그 기초는 조합원에게 어떤 혜택을 가져갈 것인지가 중심인 연합사업을 뜻하는 것이다. 농민 조합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전제로 한 연합사업을 만들어야 한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이용희 협동조합개혁위원회 위원장 ⓒ투데이신문
전국농민회총연맹 이용희 협동조합개혁위원회 위원장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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