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농협중앙회 민주적 개혁 과제 토론회
좋은농협운동본부, 조합장 135명 설문 결과 발표
회원조합‧지주회사 간 사업경합 해소해야 ‘98.4%’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25대 농협중앙회장 공정‧정책선거를 위한 농협중앙회 민주적 개혁 과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투데이신문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25대 농협중앙회장 공정‧정책선거를 위한 농협중앙회 민주적 개혁 과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농협중앙회의 지주회사 사업체제를 연합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중앙회장에 집중된 지배구조 역시 회원조합 조합장과 조합원 중심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여론이 이번 선거에 어떤 영향을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11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차기 농협중앙회장 예비후보로 11명이 등록한 가운데 이날 후보등록이 마감된다. 오는 25일 선거를 앞두고 농협 안팎에선 중앙회 개혁 과제에 대한 논의가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이하 좋은농협운동본부),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등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25대 농협중앙회장 공정‧정책선거를 위한 농협중앙회 민주적 개혁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이개호‧신정훈‧윤준병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 진보당 강성희 의원,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주최했다.

좋은농협운동본부 이지웅 사무국장은 발제를 맡아 농협중앙회 민주적 개혁 과제에 대한 전국 조합장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좋은농협운동본부와 농협조합장 모임 정명회는 지난해 11월 6일부터 12월 22일까지 전국 1111개 농협에 설문지를 발송해 조합장 135명의 답변을 받았다. 해당 설문조사 응답률은 12.2%이며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서 ±7.9%p이다.

이 설문조사는 농협중앙회 회원조합 조합장들에게 ▲지배구조 ▲사업구조 ▲교육‧지원사업 ▲경제사업 ▲신용사업 등에 대한 개선 방안을 묻고 그에 대한 동의 여부를 분석했다. 다가오는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15년 만에 조합장 직선제로 치러지는만큼 조합장들의 여론이 중요한 상황이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25대 농협중앙회장 공정‧정책선거를 위한 농협중앙회 민주적 개혁 과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투데이신문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25대 농협중앙회장 공정‧정책선거를 위한 농협중앙회 민주적 개혁 과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투데이신문

농협경제지주, 경제사업연합회로 전환… 조합장 90% 동의

설문조사 결과, 지주회사로 개편된 농협중앙회 사업 체제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조합장들의 여론이 매우 높았다. 조합장들은 농협경제지주를 경제사업연합회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90%나 동의를 표했다.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 대한 설문에 조합장들은 조합장 이사 민주적 선출 및 권한, 책임성, 전문성 강화에 99.2%가 동의했다.(매우 동의 51.9%) 중앙회장 선거를 공직선거에 준해 개선하는 방안에는 97,7%(매우 동의 64.4%), 농협중앙회 대의원회 민주적 구성 및 최고 의결기관 운영에는 96.2%(매우 동의 52.7%)가 동의했다.

사업구조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98.4%(매우 동의 53.4%)가 회원조합 사업과 농협중앙회(지주회사) 사업 경합 해소가 필요하다고 꼽았다. 농협금융지주의 수익을 회원조합 연합사업에 적극 투자하는 방안에는 95.4%(매우 동의 59.5%), 농협경제지주를 회원조합의 경제사업연합회로 전환하고 연합사업을 강화하는 방안에는 90.0%(매우 동의 36.9%)가 동의했다.

▲의견수렴을 통한 농협장기발전계획 수립과 경영컨설팅 및 지원 강화 ▲지속가능한 농업, 도농상생, 협동사회 건설 등 협동조합으로서의 사회연대활동 전개 ▲농민 권익 신장을 위한 농정활동 강화 ▲농협 전체 임직원 및 조합원에 대한 협동조합 교육, 영농교육, 직무교육 강화 ▲조합상호지원자금(이하 무이자자금) 운영 내용 투명 공개와 공정 집행 ▲조합별 노동격차 해소와 조합 유형별 채용시스템 구축 등 교육‧지원사업에 대한 6가지 개선사항은 모두 90%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농축산물 부가가치 증대 ▲농협중앙회 계통구매물자 세부 계약내용 공개 ▲농협의 시장점유율 확대 ▲도시농협의 소비지 판매농협 역할 강화 ▲회원조합 경제사업 연합조직 육성 등 경제사업에 대한 5가지 개선 방안 역시 90% 이상의 동의를 받아 조합장들이 이들 사업에 큰 갈증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신용사업 개선 방안에서는 금융지주 보험‧카드사업 새부 운영내역 공개와 회원조합에 불리한 계약 내용 개선이 97.7%(매우 동의 64.4%)의 동의를 얻었으며 상호금융 연합사업 강화도 94.6%(매우 동의 57.7%)가 동의해 큰 호응을 받았다. 이처럼 설문조사 결과는 전반적으로 조합장들이 현재의 농협중앙회의 사업구조 변화를 바란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 사무국장은 “농협중앙회와 경제지주회사가 본연의 기능인 화원조합 경제사업 활성화와 공동이익 증진에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다”라며 “경제사업연합회와 성호금융연합회 설립의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 결과는 연합회 체제로의 전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회원조합의 총의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농협중앙회의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가 보다 강력하게 구축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25대 농협중앙회장 공정‧정책선거를 위한 농협중앙회 민주적 개혁 과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투데이신문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25대 농협중앙회장 공정‧정책선거를 위한 농협중앙회 민주적 개혁 과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투데이신문

“무이자자금, 중앙회장 ‘통치자금’ 아닌 공정한 집행 시급”

이번 조합장 설문조사를 함께 진행한 정명회의 노종진 회장(화순 능주농협 조합장)은 “지주회사 체제의 성과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라며 “지주회사 체제가 적합한 방식인지 객관적이고 엄밀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명회는 조합장 43명이 소속돼 있으며 조합장 포럼, 교육, 연구, 농정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노 회장은 특히 농협경제지주에 대해 “농업경제대표만이라도 조합장이 선출해야 한다”라며 “농협경제지주 자회사와 회원조합 간 사업경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농협양곡은 실제 양곡을 매입해 사업을 하지 않고 소위 ‘전표장사’만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어 노 회장은 “무이자자금은 취지에 맞게 자금이 절실한 조합에 지원되기보다 농협중앙회장의 이른바 ‘통치자금’으로 이용된다는 비판이 오래전부터 있었다”면서 “무이자자금의 투명한 운영과 공정한 집행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상호금융특별회계 운영에 대해서도 “농협중앙회가 상호금융특별회계의 ‘추가 정산’을 할 수 없다고 통보해 논란이 일었다. 현재 농협중앙회는 추가 정산뿐 아니라 회원조합의 조달금리(비용)조차 보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낙동농협과 대구경북능금농협 조합원인 조원희씨는 “최근 빈발하는 자연재해로 농작물 피해가 늘고 있음에도 NH농협손해보험이 운영하는 농작물재해보험금 부지급률이 늘고 있다”라며 “수익성 제고에만 목표를 맞춘 사업현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목했다. NH농협손보 농작물재해보험금 부지급률은 2020년 8.8%였으나 2021년 22.7%로 늘었고 2022년 8월 기준 28.8%까지 기록했다. 

한편, 조씨는 농협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이사회를 통해 민주적으로 운영돼야 함에도 조합장, 중앙회장에 권력이 집중돼 있다”라며 “과도한 권한 집중과 선거방법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깜깜이선거’로 선거 과정이 정치권의 선거보다 더 치열하고 금권선거를 피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조합장, 중앙회장의 권한을 이사회 중심으로 이관하고 그 임기를 적절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김석 수석부위원장은 “농협중앙회장 셀프 연임 도입 시도는 왜 농협개력이 절실한 과제인지 입증하는 과정이었다”라며 “이성희 회장의 셀프 연임 시도로 인해 진짜 농협 개혁법안이 발목 잡힌 과정은 농협개혁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 농협중앙회, 농협중앙회장임을 재입증하는 계기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농협중앙회가 농업과 농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제자리를 찾는 최소요건이 농협중앙회장 농민 조합원 직선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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