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급발진 사고 피해자 도현이 父 이상훈씨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이후 남겨진 가정은 풍비박산
가족들 심리도 위태로워…매일이 불안감의 연속
“기대 안 했지만...” 제조사는 잘못 없다며 접촉 없어
개인이 감당하기엔 버거운 제조사와의 힘든 싸움
국회에 계류 중인 ‘도현이법’…“상황 자체가 아이러니”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로 사망한 이도현 군의 묘. 사진 속 도현이가 밝게 웃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지난 2022년 12월 6일 발생한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이 사고로 아직 꽃피지 못한 12세 아이가 사망했다. 이름은 이도현. 사고 이후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현이의 방 안엔 못다 핀 흔적들로 가득하다. 변호사가 꿈이었던 도현이의 책장엔 수많은 책들이 놓여 있고, 축구선수 손흥민을 좋아했던 도현이의 방 안엔 손흥민 선수의 포스터가 자리 잡고 있다. 그 어느 것 하나 변한 것이 없다. 이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도현이가 그 방 안에 있는 것만 같은 착각마저 든다. 

누구보다 아들을 아끼고 사랑했던 도현이 아빠 이상훈씨는 남겨진 도현이의 흔적들을 어루만진다. 그렇게나마 그리운 도현이를 느낀다. 차마 도현이에게 닿지 못한 친구들의 편지. 좋아하는 축구선수들의 사진들을 오려낸 잡지들. 도현이가 소속된 밴드 동아리의 공연 포스터. 도현이를 떠오르게 만드는 물건들이 너무나도 많다. 여기에 남겨진 온기를 손으로 하나하나 느낄 때마다 이씨의 눈가엔 하염없이 눈물만 흘러내렸다.

아직도 무엇 하나 해결된 게 없는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에 지칠 법도 한데, 도현이 아빠는 다시금 목소리를 쥐어 짜낸다. 시간이 흘러 괜찮아서가 아니다. 억울하게 사망한 도현이를 위해서, 그리고 아직 죄책감을 안고 살아갈 어머니를 위해서다. 이씨가 우리 사회에 꼭 전하고픈 말은 무엇일까. 직접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도현이 아빠 이상훈씨. 현재 가족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급발진 사고 이후 1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 기간 동안 가정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급발진 사고 전 우리 가정은 정말 평범하고 일반적이었다. 누구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가족 중심적인 가정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특히 가족끼리 뭔가 함께 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어머님, 아버님도 50년이라는 긴 서울 생활을 다 접고 연고도 없는 강릉에 내려오신 거다. 그런데 사고 이후 우리 가정은 무참히 파괴됐다.

사고 이후 우리는 온전한 가정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도현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적이면 가슴속에 응어리진 감정들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다. 운전하신 어머니를 원망하거나, 미워하거나 그런 감정이 아니다. 그런데 어머니를 마주하거나 전화를 할 적이면 하염없이 눈물이 난다. 절대 원망하거나 미운 게 아니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다.

도현이 할머님과 더불어 가족들의 건강은 안녕하신가.

어머니의 경우 육체적인 부분은 많이 회복되셨다. 다만, 여전히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심리적으로 매일매일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다. 저희 가족도 마찬가지다. 당장 저 같은 경우에도 퇴근할 적이면 도현이를 부르면서 들어온다. 그 시간에 도현이가 뭐 하고 있을지 뻔히 아니까. 아직도 도현이가 식탁에서 뭘 하고 있거나, TV를 보고 있는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래서 ‘도현아’ 부르며 집에 들어온다.

아직 도현이를 하늘나라에 보냈다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마음속 어딘가에 있다라는 그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사고를 직접 겪은 어머니는 오죽하겠는가. 그 차량 안에서 어머니가 얼마나 애타게 도현이를 불렀나. 구조 당시 그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아이부터 구해달라고 하신 어머니다. 비통한 마음뿐이다.

운전자가 고령이라는 이유로 운전 미숙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는데 정녕 60대가 고령일까. 지금 60대는 경제 생산 인구로 아직도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나이대가 아닌가. 할머니라는 표현보다, 여성 운전자라 표현해야 대중들의 인식이 조금이나마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순하게 할머니라고 표현을 하다 보니, 이를 접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연로하신 할머니가 운전했다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문제 상황을 곱씹어 살펴보면 고령이나 할머니의 여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나이가 아니라 차량의 결함으로 급발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차량이 점점 첨단화되면서 소프트웨어의 전자적인 오류로 차량이 리콜되는 상황인데 왜 급발진은 절대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느냐에 주목했으면 한다.

 도현이 아빠 이상훈씨 ⓒ투데이신문
 도현이 아빠 이상훈씨 ⓒ투데이신문

그간 감내해 온 감정들이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매일이 불안하다. 깊은 감정의 수렁에 빠지면 사람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가족들 누군가가 연락이 닿지 않으면 조마조마하다. 매일 가슴 깊이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 다른 사람들 눈엔 우리 가족이 괜찮아 보일 수 있다. 그런 시선 신경 쓰지 않는다. 근데, 괜찮은 척 살아가는 게 정말 힘들다. 속은 썩어만 간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거다. 우리 가족은 말 그대로 버티고 있다. 주변에서 건네주시는 응원과 관심, 그리고 도움이 있으니 버틸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으로 달라진 게 있다고 느끼는가.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가 사회적으로 많이 이슈가 됐다. 우리 가정은 파괴됐지만, 급발진을 대하는 시민들의 인식 변화는 있었던 것 같다. 그간 급발진 사고들이 발생하면 국과수의 말이 교과서적인 정답으로 통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그래서 급발진 사고를 그냥 둬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문제 인식이 생긴 듯하다.

특히 국회에서 움직이지 않자 지자체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지방조례를 만들기 시작했다. 서울시에서도, 강원도 의회에서도 만들었다. 충청도나 경기도에서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에서 움직이지 않는데, 지자체에서 이런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자그마한 변화가 생긴 게 아닌가 생각한다.

사고 이후 제조사의 접촉은 없었나.

단 한 번도 없었다. 제조사의 사고 자체가 자신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다. 그러니 우리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전하겠는가. 이에 대해 아쉽지도 않다. 어차피 법적 싸움은 끝까지 갈 생각이다. 우리가 승소한다고 제조사가 재판 결과를 수긍하겠는가. 어떻게 해서든 항소할 이들이다. 재판 결과가 어떻게 되던 대법원까지 간다는 생각이다. 도의적인 위로는 기대조차 하지 않은 부분이다.

미처 닿지 못한 편지. ⓒ투데이신문
미처 닿지 못한 편지. ⓒ투데이신문

경찰의 운전자 불송치 결정에도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 해 논란이 있었다.

경찰의 10개월이란 긴 수사 기간 동안 어머니는 바깥 생활을 일체 하지 못했다. 본인 스스로 죄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기간 동안 성실히 수사에 임했다. 경찰도 최선을 다해 수사했을 거다. 국가기관인 경찰에서 운전자는 혐의가 없다는 불송치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겠는가.

그럼에도 검찰이 추가적인 증거물도 없이 재수사를 요청하라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곱씹어봐도 검찰의 재수사 결정이 무엇을 기준으로 했는지, 어떤 근거를 토대로 지시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결국 10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허무하게 소비한 것밖에 더 되나. 민사 사건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형사사건도 그럼 결론 내지 않고 계속 함께 끌고 갈 생각인지 의문이다. 말 그대로 터무니없는 상황이라 생각한다.

앞서 경찰은 국과수의 조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당연한 결과라 생각한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이 같은 사례가 이례적이니까 감사하게 생각한다. 사고 이후 6일 동안은 도현이가 하늘나라에서 아프지 않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보냈다. 그러고 나서 7일째 되는 날 경찰로부터 블랙박스 영상을 받았다. 어머니가 다급하게 도현이를 외치는 블랙박스 영상 속에서 이건 단순 사고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 퇴근하고 나서 직접 사고 동선을 다 쫓아다니면서 영상을 확보했다. 모은 영상들을 살펴보니 정황상 급발진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정황 증거로만은 힘드니 소리 분석가를 통해 음향 분석을 했다. 그때 일반적으로 급가속할 때의 엔진 음향과 어머니 차에서 발현된 음향 스펙트럼 자체가 너무 이질적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국과수도 물론 급발진과 관련해 분석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인과관계를 명확히 분석하고 증명해 낼 수 있는 근거 자료는 하나도 없다. 국과수는 EDR(주행기록장치) 분석을 통해 운전자의 과실이라 주장하는데, EDR은 말 그대로 사고 기록 장치지, 운전자의 행위를 기록하는 장치가 아니다. 그런데 마치 운전자가 그렇게 행동했다는 것처럼 추정을 한다. 국과수 감정 결과를 보면 다 추정이다. 이런 결과를 보면 그냥 화만 난다.

도현이의 물건들을 보며 잠시 슬픔에 잠긴 도현이 아빠의 뒷모습 ⓒ투데이신문
도현이의 물건들을 보며 잠시 슬픔에 잠긴 도현이 아빠의 뒷모습 ⓒ투데이신문

제조사와의 힘든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소송은 제조사와 하는데, 정작 싸움은 국과수와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왜냐면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뒤집을 수 있을 만한 증거를 만들어내야만 최소한의 소송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데, 국과수는 무조건 운전자 과실이라 결론을 낸 상태에서 어떤 개인이 국가기관을 상대로 반박할 수 있는 증거 자료를 수집해 제출하겠는가.

개인은 차량에 대해 전문적인 정보를 얻을 수 없다. 그나마 우리의 경우 정황 증거들이 많았고, 장시간에 걸쳐 어머니가 도현이를 애타게 외쳤던 그런 음성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싸움을 시작할 수 있었던 거다. 국과수와 개인이 싸우는 동안 제조사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대충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다. 국과수는 반성해야 한다.

사건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확보했던 영상과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보면 볼수록 답답하고 화가 난다. 아들을 왜 이렇게 보낼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는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정말 진실된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내야 한다. 그래야지 이렇게 떠나간 도현이도, 어머니도, 저희 가족도 살아갈 희망이 생길 것 같다.

급발진을 밝히기 위해 어떤 조사가 필요하다 생각하나.

핵심은 ECU(전자제어장치) 소프트웨어 분석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국과수는 이 분석을 하지 못한다. 또 제조사가 ECU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개인이 입증하라는 건지 알 수 없다. ECU 분석이 아닌 단순 EDR 분석은 신뢰할 수 없는 자료라고 생각한다.

한술 더 떠서 ECU 분석 말고 다른 부가적인 검증 필요한데, 이 모든 걸 피해자인 제가 다 하고 있는 실정이다. 차량의 결함은 다 피해자가 찾고 입증해야 한다. 이를 수행할 때마다 드는 시간과 비용도 오롯이 다 피해자의 몫이다. 개인이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함에 있어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너무 크다. 피해자가 입증하라고 하니, 필요한 정보를 갖고 밝혀내고 싶어도 아무런 정보가 없으니 이 부분이 너무 힘들다. 정말 쉬운 게 하나 없다.

소송을 이어오며 아쉬운 부분이 있다. 급발진 의심 사고가 날 때마다 국과수가 제조사들에게 ECU와 같은 비공개 정보들을 제출하라는 공문이라도 보내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물론 제조사 측에서 내부 자료라는 이유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겠지만, 정보 공개를 요청했음에도 거절당했다는 데이터만 쌓여 있어도 법으로 제도화할 수 있는 틀이라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도현이의 묘를 바라보는 도현이 아빠 ⓒ투데이신문
도현이의 묘를 바라보는 도현이 아빠 ⓒ투데이신문

이런 상황 속에서 도현이법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데.

지금 국회는 총선에 집중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조례안을 만들고, 서로 앞장서서 어떤 조례안을 만들어내겠다고 소리를 내주는 상황인데, 정작 국회는 미동조차 없다. 이 상황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이렇게 도현이법을 방치하고 계류시킬 생각이라면, 차라리 폐기해 버리고 다음 새 국회에서 국민동의청원을 받고 다시 법안 회의를 진행시키고 싶은 마음이다. 이 외에도 다른 방법이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실행에 옮길 예정이다.

끝으로 꼭 전하고 싶은 말은.

이런 일이 발생해선 안 되겠지만, 국민 누구든 급발진 사고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모든 전자기기는 오류 가능성이 있는데, 자동차라고 왜 없겠는가. 국민 생명과 직결된 문제일수록 국회가 관련 법안을 빠르게 검토하고 적용시켜야 하는데, 이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고 있는다는 것 자체가 답답하다. 맨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다. 지금은 외양간조차 고치려고 하지 않는 듯하다.

지난달 30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부장판사 박재형)에서 진행된 손해배상 청구 사건 검증기일에선 ‘제동등 점등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됐다.

원고와 피고측은 각각의 주장을 내세우며 팽팽히 대립했다. 원고와 피고의 공방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영상 검증을 끝낸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 양측에 전문가 증인 신청을 요청했다.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 이다.

아울러 원고 측에서 신청한 재보완 감정을 모두 받아들이고, 제동등 점등과 관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또는 ECU 제조사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도 독려했다.

이날 이씨는 “4차 공판을 통해 EDR(사고기록장치)의 신뢰성 상실과 국과수 분석에 과학적 증거가 배제됐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피고인 KGM 측은 원고의 주장에 티볼리에어 차량의 브레이크는 기계식 구조이며, 후미 보조제동등 회로도 페달을 밟기만 하면 기계적으로 바로 등이 들어오는 구조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KGM 관계자는 티볼리 브레이크와 후미 보조제동등 작동 원리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티볼리 브레이크는 제동페달을 밟으면 기본 기계식으로 우선 작동하는 구조이며, 기타 브레이크 스위치 신호를 통해 관련 보조장치(ASSIST)에 제동 정보를 주는 구조라고 답해왔다.

이어 티볼리의 제동등은 가정에 있는 형광등의 스위치를 누르면 바로 형광등이 들어오는 것처럼, 페달을 밟기만 하면 기계적으로 바로 등이 들어오는 구조라는 설명과 함께 티볼리의 제동등은 전자릴레이를 통해 점등되므로, 기타 내부회로 및 ECU와 하드웨어적으로나 소프트웨어적으로 모두 분리돼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ECU는 브레이크 제동 신호를 받기만 하는 구조로 제동등 작동 유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3월 26일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