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지난 1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의 1심 선고 공판이 끝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지난 1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의 1심 선고 공판이 끝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특수교사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유죄 판단을 내놨다. 특히 수업 중 ‘몰래 녹음’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이에 교육계는 현실을 외면한 판결이라며 규탄했다.

2일 법원에 따르면 수원지법은 전날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를 받아 불구속 기소된 특수교사 A씨에 대해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연기한 뒤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날 시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법원은 쟁점이 된 몰래 녹취 행위에 대해 정당행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통신비밀보호법이 규정하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에 해당한다”면서도 “녹음행위에 위법성 조각 사유가 존재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정 이유로는 피해자가 4세 때 자폐성 장애인으로 등록됐고, 인지능력이 떨어져 아동학대 범행을 스스로 방어할 능력이 없었던 점과 피해자 모습이 평소와 다르다고 판단해 신속한 확인이 필요했던 점이다.

또한 재판부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지 않은 별도의 학습실에서 소수의 장애 학생만 피고인의 수업을 참여하고 있는 데 이어 말로 이뤄지는 정서학대의 특성상 녹음 외에 학대 정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점 등을 판결에 반영했다.

앞서 2022년 9월 A씨는 경기 용인 소재 모 초등학교 교실에서 주씨의 아들(당시 9세)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라고 말하는 등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주씨 측은 아들 외투에 녹음기를 넣어 등교시킨 뒤 이 같은 녹음 내용을 바탕으로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발언 중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 싫다”라는 부분에 대해서만 정서학대인 것으로 봤다. 그 외 발언은 교육적 목적 및 의도가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입장이다.

판결에 대해 주씨는 재판을 마친 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자기 의사를 똑바로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녹음 장치 외에 어떤 방법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의사 전달이 어려운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들을 어떻게 하면 보호할 수 있을지 다 같이 고민해 보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번 수원지법 판결은 불법 몰래 녹음을 인정해 학교 현장을 사제 간 공감과 신뢰의 공간이 아닌 불신과 감시의 장으로 변질시키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라며 “앞으로 얼마나 많은 몰래 녹음과 아동학대 신고가 이어질지,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교원이 고통받고 교육 현장이 황폐화될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브리핑을 통해 “현장의 특수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며 “특수교육 전체에 후폭풍을 가지고 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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