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정부의 제4이통사 선정이 마침내 마무리됐다. 주인공은 스테이지파이브 주도의 컨소시엄 ‘스테이지엑스’다. 이들은 이번에 할당받는 28㎓ 주파수를 활용해 통신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장장 14년간 7번 좌절돼온 숙원 사업이 마무리되는 수순이지만, 상황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경매 과정에서 과열 양상을 띠며 할당대가가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테이지엑스는 지난달 31일 2단계 밀봉입찰을 통해 28㎓ 주파수를 낙찰받았다. 그 과정에서 이들이 제시한 금액은 4301억원으로, 시장 전망치였던 1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기존 이통3사가 해당 주파수를 할당받았던 당시의 금액이었던 2072~2078억원보다도 2배 이상 높다.

스테이지엑스 측은 신한투자증권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등 약 8000억원 가량의 투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당대가와 망 구축비용만 최소 6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며, 기존 이통사에 지불할 로밍 비용 등 1조원 이상의 투자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성 또한 불확실하다. 이통3사 모두가 해당 주파수를 포기하면서 수익화 모델 검증이 사실상 멈춘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는 28㎓를 지원하는 단말기가 전무한 실정으로, 네이버와 LG CNS, 삼성전자 등이 이를 할당받아 특화망(이음5G)으로 사용하고 있다.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컨소시움을 주도하는 스테이지파이브는 지난 2022년 기준 약 272억원의 매출과 5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해당 연도의 자본 총계는 -1657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LG유플러스의 전신인 LG텔레콤이 1996년 출범 이후 시장 안착까지 10년 가까이 적자를 견뎌야 했다는 점만 생각해봐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부는 지난 2019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주파수 할당 사업자 선정 방식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꿨는데, 이로 인해 신규 사업자의 재정능력을 사전에 검증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정책현안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스테이지엑스의 ‘먹튀’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지분 매각과 IPO 추진 등 스테이지파이브를 둘러싼 여러 이슈들이 이번 제3이통사 선정과 시기상 맞물리면서, 주가 부양을 통한 투자조합 수익 회수가 목표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번 사업을 위해 정부는 최대 4000억원 가량의 정책금융을 비롯해 각종 특혜들을 약속했다. 만약 안 위원이 우려한 바와 같은 극단적 전망이 현실화되거나 스테이지엑스가 재정능력 부족으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좌절하게 된다면, 소비자 혼란에 더해 국민들의 혈세가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시민사회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과기정통부는 28㎓ 대역 서비스 실패로 소비자에게 혼란만 주고 그로 인한 손해가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음을 주파수 취소를 통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제4이통사에 서비스 안착을 위한 특혜만을 줄 것이 아니라, 철저한 관리와 감독을 통해 다시는 대국민적 혼란을 초래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결국 이 같은 사태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감시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결론이다. 당초 취지대로 후발주자가 시장에 안착해 경쟁 구도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이들이 탈선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란 뜻이다. 특히나 이번 제4이통사 선정과 관련해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큰 만큼, 철저한 관리와 감독을 통해 국민들의 혈세가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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