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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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최근 국내 주식시장은 저 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 발굴이 한창이다. 국내 주식시장의 저평가를 해소를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겠다는 방침에서 시작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저 PBR 테마’라는 이름을 달고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지난 2주간 5조원 넘는 금액을 순매수했으며, 특히 지난 2일에만 1조9000억원을 사들여 일별 순매수 기준 역대 2위를 기록했다. PBR은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1주당 순자산 몇 배의 가치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PBR이 낮을수록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본질은 낮은 PBR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상승, 나아가 코리아디스카운트 탈피다. 

PBR은 ROE(자기자본이익률)와 PER(주가수익비율)의 곱으로 나타낼 수 있다. PER이 시장의 전망과 기대감으로 매겨지는 변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ROE 개선을 통한 저평가 해소가 유효하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자본계정을 감소시켜 ROE를 높일 수 있는 배당·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종목에 관심이 쏠렸다.  

기본적으로 기업의 가치는 재투자 즉, 순현재가치가 양의 값을 갖는 프로젝트 투자를 통해 높아진다. 그러나 몇 년간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을 대비해 현금을 쌓아왔다. 이는 전략적인 측면에서 당연할 수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현금유보 성향은 리스크 관리 차원으로만 이해되지 않는다.

경기가 좋을 때도 국내 기업들은 높은 현금유보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미국·독일 등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보수적으로 유명한 일본보다도 높다. 이는 우리나라의 높은 상속세율에 기인하는데 시장 전문가들은 주가 상승에 따른 상속세 부담이 기업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라고 지목해 왔다. 현재 한국의 상속세율은 50%로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다.

또한 국내 일부 대기업에서 보이는 특유의 지배구조와 기업 거버넌스는 이익잉여금의 재투자보다는 내부 유보를 유인하며, 종종 소수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향도 존재한다.

만약 투자할 프로젝트가 없다면 주주에게 현금배당 혹은 자사주 취득 등의 방법을 통해 주가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는 게 주주 친화적인 태도다. 그럼에도 지난해 기준 한국의 배당 성향은 20.1%로 영국(45.7%), 미국(40.5%), 일본(36.5%) 등 주요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배당주 스타일의 투자 매력도 떨어지는 시장이다 보니 국내 증시를 떠나는 개인투자자들의 수가 꾸준히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주주환원 정책 제고에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는 주체는 외국계 헤지펀드와 행동주의펀드다. 사실 이들은 오래전부터 물적분할을 두고 소액주주와 대주주와의 이해충돌이 불씨가 돼 본격적인 주주행동으로 번져나갔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의 알짜 자회사를 분할 해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은 지난 2017년 이후 매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더블카운팅 이슈를 야기시켜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주도했다. 대표적인 회사가 카카오로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를 복수 상장시키며 장기적인 주가 하락을 겪었다. 신한투자증권 이정빈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복수 상장 비율이 높은 이유는 국내 상장사들의 순환출자 구조와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한국증시의 저평가 요인은 대기업들의 지배구조의 불투명성과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정작 국내 투자자들이 같은 기간 순매도를 보이며 외국인 투자자와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여전히 국내 증시에 대한 불신이 남아 있다는 방증이다.

결국 이번 프로그램이 단순히 저 PBR ‘테마’에 그치지 않고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라는 장기적 목표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주주 친화적 정책과 함께 상속세율 제도 개선 같은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통해 지배구조 재편이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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