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이영민 편집인<br>
△ 투데이신문 이영민 편집인

설 연휴를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개혁신당의 빅텐트 선언이 설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설 연휴가 시작된 지난 9일 이준석의 개혁신당과 이낙연의 새로운미래, 금태섭의 새로운선택, 이원욱·조응천 의원 등 4개 세력은 전격 합당을 선언했다. 총선까지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슈를 만들고 싶었던 관계자들의 고민이 읽힌다.

그러나 어렵게 합당한 제3지대의 통합신당에 기대감보다는 실망감과 우려가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현실정치를 개혁해 보겠다는 세력이 내세울 수 있는 명분 있는 합당인지, 그 과정이 민주적이고 선명성을 드러내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수준인지 생각해 보라.

정당이란 정치적 뜻을 같이하는 결사체다. 구심점이 되는 기본 전제는 정치적 이념을 함께 해야 한다는 얘기다. 집권을 위해 국민들에게 제시하는 정강과 정책이 이념과 노선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의 편의를 위해 지향점이 서로 다른 구성원들이 정당을 결성했다면 과연 어떤 선택지를 유권자들에게 내밀 것인가. 다원적 세계관을 대변하는 포괄적 정책을 제시할 것인가.

합당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은 당장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개혁신당의 앞길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과연 지지층의 이탈을 최소화하면서 제3세력의 파괴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현재 한국사회는 산업화의 산물인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화되며 세대와 젠더, 진영 간 갈등의 골을 키우고 있다. 그리고 고착화된 거대 양당 구도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커녕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며 그들의 입지를 강화하기에만 몰두했다. 양당 정치의 폐해가 고착화되다시피 한 지금, 새정치를 기대하는 유권자들이 개혁신당의 등장에 희망과 기대를 품었던 이유다. 그리고 그들은 국민들의 이러한 열망을 읽고, 개혁 정치를 선보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뚜렷한 접점을 찾기 어려운 4개의 세력이 현실정치 운운하며 정치적 운명을 함께 하겠다고 선언했으니 이는 명분도 실리도 기대하기 어려운 잘못된 선택이 될 공산이 크다. 견리사의(見利思義), 이익을 눈앞에 뒀을 때 옳은 것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공자의 가르침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벌써부터 신당 내부에선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합당의 명분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여론의 뭇매를 맞을 정도의 문제성 있는 인사가 합류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지지자들의 탈당 러시도 현실이 되고 있다. 앞으로 거대 양당의 공천 탈락 인사들까지 합류한다면 개혁신당의 정체성을 무엇이라 설명할 수 있을까.

영부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터지며 여소야대 극복에 빨간불이 켜진 여당, 여전한 사법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당 대표를 방어하며 결전을 치러야 하는 제1 야당.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았지만 스스로의 정체성에 한계를 드러낸 제3 세력까지. 한국 정치의 현주소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자괴감을 느껴야 하는 건 국민들의 몫이다.

제3세력이 의미 있는 정치집단으로 자리매김해 대한민국의 정치를 한 발짝 앞으로 전진시키기 위해서는 갖가지 현실적 이유로 그럴듯하게 포장된 실리를 좇기보다 초심으로 돌아가 유권자들이 왜 지금 시점에서 자신들을 선택해야 하는지 대안세력으로서의 선명한 정체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명예로운 패배는 받아들여야 한다. 때를 기다리며 후일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분조차 서지 않는 싸움에서 패한다면 재기의 기회는 결코 주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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