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중독자 느는데, 재활시설은 ‘혐오’ 낙인 찍혀 사회서 고립
다르크는 마약 중독자에게,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지나
최미경 “상담만으론 회복 어려워… 따뜻한 시선 큰 힘 줄 것”

마약청정국이라 자부하던 대한민국의 혈류에 마약류가 퍼지기 시작했다. 마약은 외국인이나 조직폭력배나 하는 것이라며 쉬쉬하던 찰나 연간 마약사범 1만8395명(2022년 마약류 범죄백서) 돌파. ‘범죄와의 전쟁’을 교본 삼은 정부는 지난해 1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정책의 일환으로 경찰청과 관계부처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마약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NO EXIT’ 캠페인을 벌였다. 마약은 출구가 없으니 절대 시작하지 말라며 말이다. 시작하지 않는 것은 좋다. 그런데 이미 마약을 해버린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마약과의 전쟁 1주년을 맞아 <투데이신문>은 마약류 경험자와 치료시설, 관련 전문가 등 미로 한가운데 있는 이들을 만나봤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br>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강현민 정인지 기자】 “학교 같은 곳이다. 센터장님은 우리 선생님이고”

몇 차례 단약을 시도하다 다르크에 입소한 마약류 중독자 남명우(29)씨에게 다르크의 의미를 묻자, 그는 자신이 있는 마약류 중독 재활시설을 ‘학교’라고 비유했다. 약물 중독으로 자신이 잃어버린 것, 혹은 잊은 것을 다시금 깨우쳐 주고 지지해 준다는 의미에서다.

약물 중독 치료는 일반적으로 해독의 과정을 거쳐 재활에 들어간다. 약물로 중독된 몸을 회복하고, 단약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때 명우씨처럼 혼자의 힘으로 단약에 한계를 느낀 이들이 끝내 문을 두드리는 곳이 다르크와 같은 민간 재활시설이다. 다르크(DARC: 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는 1985년 일본에서 처음 시작한 회복 공동체다.

명우씨가 재활하고 있는 경기도 다르크는 최근 남양주 시설 이전 반대로 한 차례 부침을 겪고 있다. 현재 임시로 머무는 곳에서 늦어도 3월 말까지는 새 보금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그러나 각 입소자로부터 생활비로 명목으로 매달 걷는 50만원과 후원금을 제하면 살림살이조차 빠듯하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올해 정부가 마약류 중독자 재활에 쓰는 재원은 대부분 주간 운영 센터인 마약퇴치운동본부 산하 중독재활센터 설립과 24시간 전화상담 체계 구축 등에 쓰인다. 주민 눈치 봐야 하는 지차제 또한 이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마약류 중독자들은 강물처럼 불어나는데, 정작 이들의 재활을 도울 시설은 ‘혐오’의 낙인이 찍힌 채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있다. 재활에 대한 공감은 있으나 이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걸까.

그렇다면 물어야 할 시점이다. 다르크가 왜 존립해야 하는지. 이 시설이 마약류 중독자에게,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말이다.

이 답을 구하기 위해 <투데이신문>은 지난 6일 서강대학교 생명문화연구소 최미경 책임연구원을 만났다. 그는 지난 2022년 다르크 입소자들이 이곳에서 어떻게 회복의 과정을 밟고 있는지 내러티브 형식으로 서술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그는 입소자들이 서로의 ‘회복의 불꽃’이 되어 준다고 기술했다. 계속된 실패로 꺼져가는 ‘불꽃’이 ‘타인’을 만나 다시 타오른다는 의미에서다.

서강대학교 생명문화연구소 최미경 책임연구원.
서강대학교 생명문화연구소 최미경 책임연구원.

Q. 원래도 마약 중독에 관심이 있었는가.

서강대 생명문화연구소 중점 사업인 ‘중독’ 관련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이 전에는 알코올에 중독된 노숙인들을 연구했는데, 알코올 중독과 마약류 중독이 연관성이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마약 중독 연구를 시작했다. 최근 청년 마약 중독자의 삶에 관한 논문을 탈고했고, 지금까지도 계속 마약 중독 관련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Q. 연구 주제에 ‘회복의 불꽃’이란 단어가 등장한다.

입소자들이 치료에 있어 서로 지지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명명했다. 마약 중독의 회복에 있어 상호작용이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을 확인하고 쓴 단어다.

Q. 어떤 도움을 주나.

연구를 진행하면서 중독 회복이 병원 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내가 만난 마약 중독자들은 소외와 고립감, 사회적 낙인으로 불안을 느끼는 이들이었다. 그런데 자신을 지지해 주는 곳이 존재하는 것이다. 입소와 함께 관계를 맺고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단약에 도움을 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Q. 단순히 약물을 갈구하는 욕망을 억누르는 게 회복의 전부는 아니라는 말인가.

마약 중독자 가운데서는 사회적 자본이 부족한 이들이 많다. 경제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가족이나 친구 등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 의지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는 게 회복의 단초가 된다. 나는 다르크 입소자들의 관계를 ‘유사가족’이라고 본다. 핏줄은 나누지 않았지만 서로 유대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에서다.

Q. 관계의 고리를 다시 결속시키는 것이 회복의 핵심이라는 건가.

그렇다. 마약에 중독된 이들은 혼자서 약물을 끊기는 힘들고, 자신이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이 됐으니 음지로 들어간다. 마약으로 상황이 악화하면 결국엔 나에게 방해되는 이들로부터 스스로 멀어지고 고립에 들어가는 것이다. 타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관계도 끊어낸다. 그러면 그 빈자리를 마약이 채우고 종국에는 혼자만 남는다. 이는 곧 죽음이라 볼 수 있다.

“중독 동지들이 매일 매일 새로워요. 그놈이 그놈이 아니고, 사실 (다르크)미팅하면서 타인을 통해 내 모습을 보기도 하고, 새로 들어온 사람을 볼 때 저게 내 모습이네.…중독 동지로 서로를 이해해 주는 것과 자기 경험을 나누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다.”  최미경 <치료공동체(DARC)에 입소한 마약 중독자들의 회복 경험에 대한 내러티브 탐구> 중 인터뷰 내용.

Q. 현재 정부는 중독재활센터를 설립하고 24시간 전화상담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중독은 당뇨병처럼 진행성이고 만성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서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회복 상단에 노출시키는 게 이들의 재활 가능성을 높인다. 10분 상담이나 1시간 상담한다고 회복할 수 있었다면 이 지경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다.

Q. 정책의 방향이 잘못됐다는 것인가.

상담 시설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치료를 접할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도 치료가 힘든 이들이 있다. 단순히 ‘단약’만의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나도 현재 마약 중독 관련 상담을 하고 있지만, 상담으로 치료가 되는 케이스는 드물 거라 생각한다. 상담만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손쉬운 문제였겠나.

마약류 중독 재활 센터 경기도 다르크 회의실에 걸려있는 공동체 철학과 생활 철학. ⓒ투데이신문

Q.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까.

그동안 중독 치료와 재활이 질병 모델에 근거해 많이 이뤄졌다. 개인의 질병이나 개인의 문제로 바라본 것이다. 단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은 사회적 지지체계가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을 지지해 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데 권력을 가진 이들의 인식이 아직 옛날 단계에 머물고 있다. 더 가까이 현장에 들어와 보시길 바란다.

Q. 참고할 사례가 있는가.

외국도 처음에는 그랬다. 병원 중심으로 회복 정책이 이뤄졌다. 그런데 효과를 못 보니까 치료 공동체가 생겼고 성과가 보이자 더 많은 치료 공동체가 문을 열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일본 다르크가 그렇다. 일본에는 현재 90여개의 다르크가 있다고 한다. 지난해 2월 일본 다르크를 방문했을 때 관계자가 이런 말을 했다. “현재 한국이 접하는 단계가 자신들이 초기에 밟았던 과정과 같다”고.

Q. 일본 다르크가 지역사회에 안착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나.

기본적으로 지역사회와의 관계가 좋다. 우리는 중앙정부 중심으로 재활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는 반면 일본은 지자체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들은 지역 행사나 축제가 있을 때 중독자들에게 일거리를 주기도 한다. 상생의 개념이 깔려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견줘 마약 투약자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도 덜하다. 그렇기에 그들은 음지에 숨지 않는다. 일례로 일본 다르크는 건물 외면에 ‘간판’을 걸어놓고 있다. 그런데 한국 다르크는 오히려 간판을 뗐다. 이것만 봐도 사회적 인식을 가늠할 수 있다.

Q. 일본의 사례도 그렇고 결국 ‘공동체성’이 회복의 구심점으로 보인다.

지역사회의 도움과 공동체성 없이는 회복이 힘들다.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사람이 다시 자립에 나설 때, 특히 일본과 같은 사례는 지역에도 도움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진다. 사회의 따뜻한 관심은 마약 중독자에게 큰 힘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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