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6000억원 해외 부동산펀드 손실 미인식
익스포저 큰 증권사들 향후 실적 하방 압력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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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최근 미국과 유럽 주요 도시 중심부의 오피스 빌딩 공실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국내 증권사들의 손실도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해외 부동산 관련 손실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올해 실적의 가장 큰 변수로 꼽았다.

16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25개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총액은 14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일부 증권사들이 큰 규모로 투자한 미국과 유럽의 주요 도시의 오피스 빌딩, 쇼핑몰, 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회복하지 못하면서 익스포저가 크게 증가했다. 미국과 유럽지역 익스포저가 각각 6조6000억원, 5조4000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컸으며, 용도별로는 상업용 부동산이 8조8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 몇 년간 국내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률 극대화를 목적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를 확대해 왔다. 그러나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부동산 시장 경기가 악화되자 상업용 부동산 중심으로 가격하락이 가팔라지며 증권사들의 손실도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가 되는 부동산은 미국의 상업용 오피스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미국 오피스 공실률은 19.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지난해 9월 말 기준 증권사들은 해외 부동산펀드 8조3000억원 중 22%인 1조8000억원을 평가손실로 기인식했다. 다만 절반 이상의 펀드 4조6000억원에 대해서는 약 40%의 높은 평가손실을 기록했으나, 약 3조6000억원의 손실에 대해서는 한 번도 인식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추가 평가손실 인식 가능성이 존재한다.

해외 부동산 1조원 이상 증권사의 2023년 연결 잠정실적 [사진출처=나이스신용평가]
해외 부동산 1조원 이상 증권사의 2023년 연결 잠정실적 [사진출처=나이스신용평가]

이에 따라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가 큰 증권사들은 향후 실적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규모가 1조원을 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6개 사로 나타났다. 이들의 자기자본 대비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약 31%에 달한다. 실제 해외 부동산 관련 손실을 반영한 미래에셋증권,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4개 사의 지난해 잠정실적은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이 보유한 자산이 질적 측면에서 열위인 자산인 것으로 파악하고 향후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 확대를 경계했다.

삼성증권은 “현재 증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대체투자 자산은 임대 안정성 및 향후 매각 가능성 등 질적 측면에서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열위인 자산들의 비중이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증권사의 대체투자 딜의 특성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증권사들이 지난 2019년부터 대체투자 자산을 자기자본을 통해 먼저 인수하고 국내 투자자들에게 넘기는 셀다운 방식의 영업을 지속했기 때문에 현재 증권사의 장부에 남아 있는 자산은 팔리지 못한 질적 열위에 놓인 자산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삼성증권 이경자·김재우·정민기 연구원은 “상업용 부동산 관련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금융업종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국내 금융사들이 선제적으로 거액의 충당금을 적립해 온 만큼 급격한 악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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