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와 스튜어드십코드 반영해 개인·기관 투자 유도
밸류업 우수기업에 각종 세정지원 등 인센티브 부여
‘강제성’ 아닌 ‘자율성’ 정책에 실효성 의문 증폭돼

기업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에 앞서 한국거래소 정은보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거래소]
기업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에 앞서 한국거래소 정은보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거래소]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정부가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의 방편으로 내세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윤곽이 드러났다. 상장사들에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자체적으로 세워 공시하도록 하는 한편 다양한 인센티브로 기업의 참여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또한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와 스튜어드십 코드도 개정한다.

다만 기업가치제고 계획 공시가 의무가 아닌 자발적으로 진행된다는 점과 개인투자자들의 배당소득세 개편에 대한 언급이 부재해 시장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함께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를 26일 개최했다. 유관기관이 공동으로 내놓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은 상장 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한 개인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 출시와 ETF 상장을 지원하며,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판단에 활용할 수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프로그램에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세제지원 방안도 강구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밸류업 우수기업에는 모범납세자 선정과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사전심사가 우대되며, 법인세 공제·감면 컨설팅 우대, 부가·법인세 경정청구 우대, 가업승계 컨설팅 등 총 5종의 세정지원을 제공한다. 다만 시장에서 기대했던 배당소득세 감면 등의 세제지원안은 이날 언급되지 않았다.

아울러 기존 거래소 정보데이터 시스템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모아 시장별·업종별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수익비율(PER)·자기자본비율(ROE) 등 주요 투자지표를 비교 공표함으로써 투자자 편의 제고를 도모하고,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중장기 과제로 지속 추진하기 위한 전담지원체계도 구축한다. 

이를 위해 한국거래소에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자문단을 구성 운영한다. 또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현황 등 각종 정보를 한눈에 조회할 수 있도록 통합 홈페이지도 마련할 예정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기업 밸류업 정책발표가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구체성이 부족했다는 반응이다. 특히 기업 가치 제고를 강제성이 아닌 자율적인 형태로 풀어 놓은 점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세제 혜택이 언급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는 평가다. 이에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으로 상승했던 종목들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 김대준 연구원은 “이번 발표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살펴볼 부분이 상장 기업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강제할 수 있는지의 여부였으나 기업 자율에 맡기는 권고 형태에 그쳐 향후 기대감으로 올랐던 종목 중심으로 차익매물이 나올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금융업종 지수는 장중 전 거래일 대비 5% 넘게 하락하기도 했으며 KB금융은 장중 9%가 넘는 급락세를 보였다.

KB증권 강승건 연구원은 “수급 측면에서 배당소득세의 분리과세 기대감과 기업의 이행 측면에서 강제성 부여 여부 등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도 “시장에서 기대했던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시적인 세부 내용은 없었다”며 “단기적으로 앞서간 시장의 기대로 인해 급등한 저PBR주들의 후폭풍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정책이 소멸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의 기대보다 느릴 수 있지만, 밸류업 프로그램은 시간을 두고 구체화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주식시장은 다시 반응할 수 있어 시간적 여유를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금융위는 오는 5월 중 2차 세미나를 개최하고 가이드라인 세부내용에 대한 기업 등의 의견을 수렴해 상반기 중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 하반기는 준비된 기업부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자율적으로 수립·공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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