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민간 항공사 ‘대한항공’의 시작 1969년
출범 당시 보유 항공기 DC-9, DC-3 등 8대
꾸준한 성장세 중 오너리스크에 휘청이기도
계속된 악재에도 코로나 시기 유일 흑자 기록
아시아나항공 합병 코 앞, 미국 심사 결정 이목

인천 중구 대한항공 정비 격납고에서 관계자들이 봄맞이 보잉 B747-8i 항공기 세척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인천 중구 대한항공 정비 격납고에서 관계자들이 봄맞이 보잉 B747-8i 항공기 세척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심사가 EU 경쟁 당국의 승인을 얻어내면서 9부 능선을 넘었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미국 경쟁 당국의 승인이다. 이 고비만 잘 넘긴다면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의 꿈 ‘메가 캐리어’가 탄생하게 된다.

올해로 창립 55주년을 맞는 대한항공. 조 회장은 신년사에서 “근간이 갖춰지지 않은 혁신은 모래 위에 쌓은 성일 뿐”이라며 뿌리와 줄기, 즉 기본을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코앞에 두고 다시 한번 기본 다지기에 분주한 대한항공은 어떻게 대형항공사로 거듭나게 됐을까.

1969년 민영화 당시 대한항공이 운영한 유일한 제트 여객기 [사진제공=대한항공]<br>
1969년 민영화 당시 대한항공이 운영한 유일한 제트 여객기 [사진제공=대한항공]

1962년 시작된 첫 날갯짓

대한항공의 첫 사명은 ‘대한항공공사’다. 1962년 출범한 대한항공은 공기업으로 그 시작을 알렸다. 시작은 미약했다. 대한민국 최초로 제트 여객기를 도입하며 안간힘을 썼지만, 60년대 당시 항공 여객 수요가 적었던 탓에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에 정부는 민영화를 단행하게 된다. 1968년 9월 중순 경, 박정희 대통령은 한진상사 창업주이자 조중훈 초대 한진 그룹 회장을 청와대로 호출했다.

이후 대한항공공사 인수를 제안했는데, 오랜 고민 끝에 조 창업주는 대한항공공사 인수 의사를 정부에 전달했다. 그 이후의 과정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조 창업주는 이듬해 2월 27일 14억5300만원에 수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대한민국 첫 민간 항공사 ‘대한항공’은 1969년 3월 1일 공식적으로 그 시작을 알렸다.

출범 당시 대한항공의 항공기는 △DC-9 1대 △DC-3 2대 △DC-4 1대 △F-27 2대 △FC-27 2대 등 총 8대가 전부였다. 민영화됐으나 적자에 시달리던 공사였던 탓에 당장의 경영효율은 좋지 못했다. 이에 조 창업주는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한다. 1970년 보잉747 도입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뒤 1972년 국내 최초로 해당 기종의 도입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천문학적인 구입비용으로 반대가 거셌음에도 불구하고 신생 민영항공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한 관문이라는 판단을 굽히지 않았다. 그렇게 항공기 도입을 밀고 나갔다. 수송보국(輸送報國)이라는 일념 아래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대한항공은 내달 1일 창립 55주년을 맞는다. 항공기 8대로 시작한 대한항공의 지난해 실적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 14조5751억원, 영업이익 1조5869억원에 달한다.

'땅콩 회항' 사건을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제공=뉴시스]<br>
'땅콩 회항' 사건을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제공=뉴시스]

난기류 만난 대한항공

오랜 세월 전 세계를 누빈 대한항공도 ‘난기류’를 피할 수 없었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4년 대한항공은 ‘땅콩 회항’으로 연일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이 사건으로 대한항공 조 전 부사장은 부사장직을 비롯해 칼호텔네트워크 등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 사건으로 대한항공은 그간 쌓아온 긍정적인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는 예약률에서도 나타났다. 2014년 12월 16일 기준 다음 달(2015년 1월) 대한항공 국제선 예약률은 41%로 집계됐고, 2월 예약률은 26%에 불과했다. 당시 전년 같은 기간 대한항공 국제선 탑승률은 각각 76%와 77%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뼈아픈 예약률이다.

이에 더해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주가는 각각 5%와 5.47% 급락했다. 대한항공 시총은 2조7087억원에서 1467억원으로 줄어들었고 한진칼은 1조5430억원에서 892억원 빠졌다. 두 상장사의 시총은 총 2359억원 감소했다.

이후 2018년에는 당시 대한항공 광고 담당 조현민 전무의 ‘물벼락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조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음료를 뿌리고 폭언을 했다는 의혹이 처음 보도된 4월 12일 이후 4일의 거래일 동안 상장계열사 시총 3200억원가량이 증발했다.

이 기간 대한항공 주가가 6.13% 하락했다. 시총은 3조1960억원으로 2080억원 줄었다. 진에어는 5.68%, 한진칼은 3.64% 각각 줄어들었고, 시총은 550억원과 500억원 감소했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중국발 승객이 PCR 검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중국발 승객이 PCR 검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코로나19까지...‘위기 탈출’은 어떻게

대한항공의 오너리스크 잔불이 남아있는 상황 속에서 지난 2020년 창궐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마비시켰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기간 동안 대한항공의 매출은 또다시 급격히 추락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2020년 매출은 7조6105억원으로 전년 12조3989억원 대비 38.62% 하락했다. 영업이익도 1073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1767억원 대비 39.25% 감소한 수치다. 대한항공이 두 번째 난기류를 만난 순간이다.

이에 조원태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삼는 기지를 발휘했다. 바로 ‘여객’이 아닌 ‘화물’에 초을 맞춘 것이다. 이에 대한항공은 좌석 위에 화물을 싣는 등 화물 공급을 늘리기 시작했다. 이는 머지않아 결과로 나타났다. 2022년 대한항공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14조960억원과 2조830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56.33%, 97.72% 상승한 수치다. 더욱 눈여겨볼 점은 대한항공은 세계 항공사 중 코로나 시기에 유일하게 흑자를 이어 나갔다는 점이다.

조 회장의 경영 능력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게 돼 ‘에어트랜스포트 월드’가 수여하는 ‘2021년 올해의 항공사’와 ‘2022년 올해의 화물 항공사’ 상을 받았. 조 회장의 탁월한 경영 능력을 세계에 입증해 보인 순간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본사 격납고에서 A330 항공기 기내 소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항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본사 격납고에서 A330 항공기 기내 소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항공]

더 멀리, 더 높게 비상하려는 대한항공

수차례의 난기류를 극복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목전에 두고 더 멀리, 더 높게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은 조 회장이 꼽은 핵심 목표였기에 더욱 눈길을 끈다.

앞서 조 회장은 경영권 확보를 위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초강수를 뒀고, 지난해 6월 국제항공운송협회 총회에선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위해 포기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그렇게 할 것”이라며 “우리는 여기(합병)에 100%를 걸었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미국 경쟁 당국에 △정부의 항공산업 구조조정 및 고용유지를 위한 노력에 당사가 동참해 진행했다는 점 △한-미 노선의 승객이 대다수 한국인이라는 점 △한국 공정위에서 이미 강력한 시정조치를 부과했다는 점 △경쟁제한이 우려되는 노선이 신규 항공사의 진입과 증편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 등을 적극 설득하며 합병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위해 승인받아야 하는 14개국 중 미국을 제외한 13개국의 승인을 받은 상황이다. 업계는 이르면 6월경 미국 심사도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성사될 경우 매출 20조원, 항공기 200대 이상의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로 재탄생하게 된다. 특히 여객 부문에서는 세계 15위 이내, 화물 부문에서는 세계 10위 이내로 몸집이 커지면서 ‘초대형 항공사’까지 단 한 걸음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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