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돌봄서비스’ 인력난 해소 방안 제시
외국인 고용허가제+최저임금 차등 방안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 여부 문제
노동계 “이주노동자는 근본적 해결 아냐”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돌봄서비스 인력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고 이들의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할 것을 제안하고 나섰다. 노동계는 이러한 대책이 차별적이고 반인권적이며, 내국인 돌봄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6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전날 한국은행(한은)은 ‘돌봄서비스 인력난 완화 보고서’에서 고령화와 맞벌이 증가 등으로 돌봄 수요가 늘어나면서 육아 서비스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반면 노동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지난 2022년 19만명이던 돌봄 서비스직 노동 공급 부족량이 오는 2032년에는 38~71만명, 2042년 61~155만명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에서 한은은 국내 노동자만으로는 해당 수요를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에 외국인 고용허가제 업종에 돌봄 서비스를 추가하고, 해당 업종의 최저임금을 내국인 대비 낮게 설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고용허가제는 구인난을 겪는 사업주가 17개국 출신 비전문 취업비자(E-9) 외국인력을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제도다. 제조업, 농축산업, 건설업 등으로 허용 업종이 제한돼 있으며, 이들 또한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다.

국적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는 것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이다. 한은은 ILO 협약을 어기지 않으면서 외국인 돌봄 서비스 비용을 최저임금 이하로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사적 계약’을 제시했다. 

지난 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노동시장 세미나에 참여한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 [사진제공=한국은행]
지난 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노동시장 세미나에 참여한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 [사진제공=한국은행]

현재 최저임금법이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법적으로 불가한 것은 아니나,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차등 적용을 요구해 온 경영계와 달리 노동계는 이를 반대해 왔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해 적용한 사례는 제도 도입 첫 해인 지난 1988년뿐이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쉽지 않을뿐더러, 외국인 고용을 염두에 뒀음을 고려해도 결국 돌봄 업종 전체의 최저임금이 낮아지기 때문에 논의가 진척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날 양대노총은 이주 노동자를  ‘값싼 노동자’로 인식하고, 보다 낮은 임금을 제시하는 등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몰아넣는 것은 돌봄 인력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입장문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 돌봄 서비스직 노동자들은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 돌봄서비스직 노동자들의 역할과 비중이 절대 작지 않음을 고려할 때 이들에 대한 근본적인 지원 정책과 대안 마련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외면하고 시장 논리만을 따라 최저임금 제외,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 임시방편식 정책을 내놓는다면 불필요한 사회갈등과 분열을 야기할 뿐”이라며 “적극적인 예상 편성으로 돌봄서비스 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또한 “이 문제는 이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국내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 뿐”이라며 “차별적이며 반인권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은 더 낮은 임금을 통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돌봄 서비스가 사회보장제도로서 공공성을 갖출 수 있는 제도적 개선과 차별 없는 노동 환경”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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