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보수공사로 길 막히자 온라인에 신상 공개
카페서 비난 글 폭주…항의 전화 폭탄도 이어져
시, 법적 대응 위한 진상조사 및 경찰고발 추진
공무원노조 “민원현장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김포시청 현관에 게재된 추모글. [사진제공=김포시]
김포시청 현관에 게재된 추모글. [사진제공=김포시]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민원에 시달린 것에 이어 온라인 카페에 신상정보까지 공개된 경기 김포시 공무원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지방자치단체가 누리꾼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다.

공무원단체는 악성민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7일 경기도 김포시 등에 따르면 시는 전날 소속 공무원에 대해 비방글을 올린 온라인 카페 누리꾼들을 경찰에 고발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현재 시는 자문 변호사와 함께 고발장에 적시할 구체적인 혐의를 검토하고 있으며, 관련 증거 자료도 모으고 있는 상태다.

앞서 김포시 9급 공무원인 A씨는 지난 5일 오후 3시 40분쯤 인천시 서구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 범죄 혐의점은 없었다. A씨는 지난달 29일 김포 도로에서 진행된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공사와 관련해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항의성 민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온라인 카페에서는 공사를 승인한 담당자가 A씨라며 그의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 등이 게재됐다. 이후 A씨의 비난을 담은 글이 빗발쳤고 ‘집에서 쉬고 있을 이 사람 멱살 잡고 싶네요’ 등의 악성 댓글도 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원 노조 등에 따르면 A씨의 자택 개인 컴퓨터에는 ‘직장에서 하는 일이 힘들다’는 글이 다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소속 부서 간부는 “A씨의 신상정보와 전화번호가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항의성 민원 전화가 계속해 걸려왔다”며 “평상시에 동료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인데 2∼3일 전부터 힘들어하면서 갑자기 말수가 적어졌다”고 증언했다.

이에 시는 숨진 30대 공무원 A씨를 상대로 작성된 신상정보 공개나 인신공격성 게시글 등을 수집했으며, 민원 전화 통화내용을 바탕으로 유가족 및 공무원 노조와 함께 강력한 법적 대응을 위한 진상조사 및 경찰 고발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고인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기 위해 시청 본관 앞에 추모 공간을 마련해 오는 12일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더불어 공무원 민원 대응 매뉴얼을 보강하고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 재발방지책도 마련할 방침이다.

김포시 김병수 시장은 “시는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즉각 마련하고, 유가족과의 대화에 나서 고인에 대한 예를 갖출 것이며, 김포시 공무원도 검은 리본과 검은색 착장으로 애도를 표하고자 한다”며 “또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불법적이고 악의적인 공격에 법적대응할 것이며, 나아가 강력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김포시청 공무원 노동조합도 같은 날 성명서를 통해 “개인 신상 좌표 찍기 악성 댓글과 화풀이 민원에 생을 마감한 지금의 상황이 참담하다”며 “노조는 유족의 의견을 존중하며 법적 대응 등 유족의 결정에 따라 시와 힘을 합쳐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안타까운 죽음에 공무원 단체들은 공직사회가 악성민원에 멍들어가고 있다며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2030청년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불합리한 요구를 넘어 개인 신상을 유포하는 등 도를 넘은 민원은 시민의 권리라 할 수 없다”며 “개인의 존엄을 짓밟고 삶을 파괴하는 폭력일 뿐이다. 악성민원은 우리 사회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으며 이에 대한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악성민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민원현장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는다면 불행한 사태는 언제 어디서든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악성 민원인 강력 처벌과 민원 응대 공무원에 대한 실질적인 법적 보호 조치 마련은 그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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