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경북 문경 소방관 순직사고 관련 기자회견
지난 1일 문경 화재 현장서 두 소방관 순직
노조 “사고 반복되선 안돼…대책 마련 필요”
노·사·정 협의체 조직·합당한 처우개선도 요구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과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 등이 7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일대에서 ‘경북 문경 소방관 순직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소방공무원노조가 지난 1일 경북 문경시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 순직한 고(故)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희생을 기억하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소방관 희생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과 처우개선을 촉구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이하 소방노조)과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이하 소사공노)는 7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일대에서 ‘경북 문경 소방관 순직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이들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희생한 소방공무원 432명의 사망한 해와 이름이 적힌 현수막 앞에서 묵상으로 추모한 뒤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소방노조와 소사공노 등은 “지난 1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희생된 고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를 추모하고 다시는 이러한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에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했다.

이어 “현재 마치 소방관의 희생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정부는 근본적인 대책 없이 선심 쓰듯 소방공무원의 처우를 이야기하는 등 말뿐인 예우를 거론하는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방노조 고진영 위원장은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헌신한 소방공무원 432명의 영령들의 이름 앞에 섰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희생했던 고 김영만 소방관을 최초로 지난 1일 동료를 또 잃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모든 소방공무원 동지들은 이 희생자 명단의 다음 순서로 언제든지 새겨질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소방공무원의 특수한 업무의 성격을 반영한 처우 개선과 조직시스템 개선, 소방공무원의 온전한 국가직 등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이 순간까지 돌아오는 정부의 대답은 인사치레 같은 조문뿐”이라고 지적했다.

순직한 두 소방관이 소속돼 있던 소사공노의 박일권 위원장은 “두 사람의 시신 수습 전 현장에 있었는데, 당시 그곳은 화염이 너무 세 건물이 붕괴되는 등 심각한 상황이었다”며 “현장에 있던 모든 소방관들이 초조해하며 울고, 고함을 쳤다. 무인파괴방수차만 있어도 빨리 쉽게 진압하고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첨단장비는 없었고 굴삭기 1대만 현장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화염이 치솟아 진입하지도 못하는 현장에 두 소방관은 제일 먼저 들어가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구하기 위해 찾고 또 찾다가, 끝내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며 “소방공무원들은 ‘첨단 장비 확대, 인력 충원’이라는 말뿐인 잔치에 놀아나고 있었다. 모든 장비는 빈약했으며 인력지원은 중단됐다”고 분노했다.

7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일대에서 ‘경북 문경 소방관 순직사고 관련 기자회견’ 현장에 게재된 산화한 432명의 명단의 모습. ⓒ투데이신문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석현정 위원장은 연대발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용기 있는 소방관 가진 나라가 안전한 나라’라고 했는데, 이는 말뿐이었다”며 “더 이상 말뿐인 약속이 아닌 실행될 수 있는 힘이 반드시 필요하며, 그에 맞는 조직, 인원,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방공무원이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와 예우를 받지 못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소방노조는 “소방공무원은 재난 현장을 극복하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가 아니다”며 “근본적으로 희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업무를 수행하는 소방공무원을 위해 정부는 합당한 국가적인 예우와 처우를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평균 수명이 국민보다 13년이 짧고, 타 직렬 공무원보다 6~7년이 짧음에도 공무원 연금에 있어서 동일한 대우를 받고 있으며, 60년 정년에 소득 없이 5년을 버텨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24시간 365일 불 꺼지지 않는 사무실을 유지하고 있지만 임금은 주 40시간 보수 체계를 기준으로 결정되다 보니,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는 현업 공무원의 업무 특성이 반영되지 않아 오히려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재난현장 활동 중 순직할 경우 유가족 등에 대한 정부의 보장 및 지원은 턱없이 부족해 순직 사고 시 직원들의 힘으로 조의금 등을 전달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아울러 이들은 정부에 △노동조합·정부·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생명존중혁신위원회(가칭)’ 구성 △근본적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정부조직 개편을 통한 온전한 국가직 전환 △합당한 국가적인 예우와 처우 개선 △근정훈장이 아닌 보국훈장 수여를 위한 상훈법 개정 △소방안전교부세 연장 등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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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한 소방관 432명의 명단에서 지난 1일 사망한 고(故)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이름이 적혀져 있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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