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 식품공장 화재로 2인 순직
고(故) 김수광 소방장·박수훈 소방교
5일부터 30일간 합동조사단 가동돼
외상후스트레스·수면장애 앓는 동료

지난 2일 경북 문경시 소재 장례식장에서 경북소방본부 119특수대응단 대원들이 화재로 순직한 고(故)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빈소를 찾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일 경북 문경시 소재 장례식장에서 경북소방본부 119특수대응단 대원들이 화재로 순직한 고(故)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빈소를 찾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경북 문경 식품공장 화재로 인해 지난 1일 소방공무원 2명이 순직한 가운데 소방당국이 순직자에 대한 추모와 남겨진 소방관들의 심리 상담 지원 모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소방청에 따르면 화재 진압 현장에서 발생한 고(故) 김수광(28) 소방장과 박수훈(36) 소방교 사망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사고조사단(합동조사단)’이 이날부터 가동된다.

앞서 지난달 31일 문경시 신기동에 위치한 냉동식품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구조대원 4명 중 2명이 탈출하고 고립된 두 소방관이 다음날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청 합동조사단은 30일간 운영된다. 최초상황 대응부터 화재진압구조활동, 현장지휘과정 등 현장대응활동과 안전관리의 문제점, 샌드위치 패널의 구조·내화적 문제점 등 건축구조 전반을 확인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특히 샌드위치 패널 건축물의 화재특성 분석 및 내화성능, 구조물의 붕괴 관계를 중심으로 조사될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는 게 소방청의 설명이다.

조사단은 총 25여명으로 구성되며 소방방재학과 교수, 건축내화·구조전문가, 소방기술사 등 민간전문가와 전국소방노동조합, 소방공무원 직장연합협의회(직협) 추천 의원, 국토교통부와 소방청 담당공무원이 포함된다. 조사단장은 소방청 기획조정관이 맡는다. 

소방청은 현장대응과 교육, 훈련 개선울 중점으로 두고 오는 6일 1차 현장점검과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자료수집과 사고분석을 실시하는 등 구체적인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3일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고(故)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이 거행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3일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고(故)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이 거행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러한 상황에서 소방청이 순직 소방관에 대한 예우를 강조하는 것과 달리 정작 지난 20년간 유족들의 추모식 예산 지원에는 뒷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같은날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1945년 경북소방본부가 창설한 이후 경북 지역에서 순직한 소방대원은 모두 38여명에 달한다. 이중 화재진압과 구조, 항공 등의 직무를 수행하던 순직자는 훈장 수여자만을 기준으로 12명에 이른다.

과로 증세로 건강이 악화해 순직한 사례 또한 다수다. 지난 2005년 8월 7일 김천시 조마면 감천에서 물놀이 실종자를 찾던 송재식(46) 소방장은 수색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외에도 안동소방서 119 구조대 박진호(26) 소방장과 김천소방서 유진오(56) 소방장, 영주경찰서 김인현(48) 소방장 등이 과로 증세를 보이거나 급격한 건강 악화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 2004년부터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기념회’를 설립하고 20년간 매년 11월 대전 국립현충원에서 추모식을 연 이래 소방청이 지원한 예산은 전무했다.

지난해 열린 추모식에서 대전보훈청(보훈청)이 국고보조금을 통해 4000만원(80%)을, 추모기념회가 유족 회비와 후원금으로 나머지 1000만원(20%)를 채워넣었다.

다만 보훈청이 추모식을 위해 지원한 보조금 또한 소방청이 보훈청 측에 적극 요청해 이뤄진 것이라는 게 소방청의 해명이다.

소방청은 올해 순직 소방공무원 사업 예산 1억원을 편성하고 소방청장 위문품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소방영웅길’ 조성 사업 마련에 나섰다.

지난 3일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동료 소방관들이 고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3일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동료 소방관들이 고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순직을 지켜본 동료 소방관에 대한 심리 상담 역시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소방청은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진료사업단과 함께 지난 2015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는 ‘소방관 마음 건강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3~5월 소방공무원 5만28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우울 증상, 수면장애, 문제성음주 등 주요 심리 질환 가운데 1개 이상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소방관은 전체 응답자 중 43.9%(2만3060명)였다.

소방관 10명 가운데 4명이 관리나 치료가 필요한 위험군으로 분류된 것이다. 질환별로는 ▲수면장애 27.2% ▲문제성 음주 26.4% ▲PTSD 6.5% ▲우울 증상 6.3%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생각을 한 적 있다고 답한 응답자 또한 전체의 8.5%(4465명)에 달했다.

소방관들의 마음 건강을 위한 소방심신수련원은 오는 2026년 강원 강릉시에 준공을 앞두고 있다.

다만 유사한 기능을 하는 경찰수련원이 충남 보령, 전북 부안, 인천 강화, 제주 제주 등에 이미 운영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다소 늦은 대처가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소방공무원 정신 건강 관련 예산은 지난 2022년 58억원에서 지난해 65억원으로 증액, 올해는 동결된 상태다.

소방공무원 출신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은 “우리는 직업과 현장에 내재된 위험과 예측 불가능성 속에서 비극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도리를 다해왔나”는 물음을 던지며 “소방관의 안전을 위한 개선 의지가 확고하다면 표면적 대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들을 먼저 살필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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