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대체투자 관련 국내 증권사 신용위험 커
향후 1~2년 부동산 리스크가 증권사 실적 압박

여의도 증권가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여의도 증권가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최근 미국과 유럽 주요 도시 중심부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하락 영향으로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국내 증권사들의 신용위험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제신용평가사 S&P글로벌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다만 장단기 발행자 신용등급은 BBB/A-2를 종전과 같이 유지했다.

국제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8일(현지시간) 국내외 부동산 시장 둔화로 증권산업의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짚고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향후 1~2년 동안 부동산 관련 리스크가 국내 증권사들의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S&P글로벌은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 등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대체투자 관련 신용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 몇 년간 국내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률 극대화를 목적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를 확대해 왔다. 그러나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자 상업용 부동산 중심으로 가격하락이 가팔라지며 증권사들의 자산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S&P글로벌은 지난해 말 기준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대비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평균 약 30%로 추정되며, 해당 투자자산의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후순위 트랜치 또는 지분투자라고 지적했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는 미국의 상업용 오피스의 경우 지난해 4분기 기준 19.6%의 공실률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지난해 9월 말 기준 증권사들은 해외 부동산펀드 8조3000억원 중 22%인 1조8000억원을 평가손실로 기인식했다. 다만 절반 이상의 펀드 4조6000억원에 대해서는 약 40%의 높은 평가손실을 기록했으나, 약 3조6000억원의 손실에 대해서는 한 번도 인식하지 않아 추가 평가손실을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규모는 1조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고 이와 관련 손실을 반영한 결과 지난해 잠정실적은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평균총자산이익률(ROAA)은 약 0.3%(잠정실적 기준)로 2021년 1%, 2022년 0.7% 대비 하락했다. S&P글로벌은 국내외 부동산 익스포저 관련 충당금 적립과 손상차손 인식 등이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ROAA는 약 0.8%(잠정실적 기준)로 전년 대비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지만 2019~2021년 평균인 1.6% 대비해서는 크게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S&P글로벌은 “한국투자증권은 지주사 산하 다른 금융 계열사로 부동산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며 “한국투자캐피탈과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자산 규모 대비 높은 부동산 익스포저는 그룹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S&P글로벌은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위험조정자본비율(RAC)이 지속적으로 7%를 하회하거나 공격적인 발행 어음 사업 확장 과정에서 조달·운용의 만기 불일치 확대로 유동성 수준이 크게 악화할 경우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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