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일자 표시제 미지근함 대신 나100% 뜨거운 성공 부임제일성 주목
단백질 제품군 등 신성장 동력원에 목말라...영업이익률 개선 필요성 강조
내실있는 1등 실속 효과 거둬야 할 과제...매일 등 경쟁사 추격전 치열 예상
신용 등 전방위 정통 평가 명불허전인지 입증할까...순혈 공식 연장 기로에

[사진제공=서울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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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갑진년 ‘청룡의 해’를 맞아 서울우유협동조합의 변신 노력이 치열하다. 이에 따라 연초 새롭게 선임된 상임이사의 역할 모델에 특히 관심이 모아진다. 

15일 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는 단백질 제품군의 판매 호조를 통해 일동후디스, 매일유업 등을 맹추격하고 있다. 아울러 올 상반기 중 A2 우유 등에 본격 진출할 채비를 이미 진행하고 있다. 흰 우유 분야에서는 1937년 ‘경성우유동업조합’ 활동 개시 이래 최강자(해방 직후 서울우유동업조합으로 개칭)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로운 도전에서는 후발주자가 된 셈이다. 이런 상황 변화와 노력은 ‘순혈+영업상무 코드’의 신임 최경천 상임이사를 둘러싼 변화 주문에 그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와도 맞물려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나100% 거론한 출사표? 신용 등 전영역 정통한 인물, 개혁 선봉장 될까

서울우유는 구성원들의 의사결정이 중시되는 협동조합 체제라는 점에서 유업계 경쟁업체들과 구분된다. 다만 이 같은 구조로는 긴밀한 경영 현안에 전문성 있는 대응을 하기 어려운 현실적 문제가 있어, 조합원들의 대표인 상징적 조합장 지휘 아래 전문가 집단인 직원들이 활약하며, 그 전문가 중 최상위층으로 상임이사를 꼽는 게 정설이다. 서울우유 임시 대의원회는 지난 1월 15일부터 16일까지 회의를 갖고 최 영업상무를 신임 상임이사로 뽑기로 의결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우유 조합원들이 약 4년 만에 교체하는 신임 상임이사에서도 또 한 차례 ‘안정 속 변화 기조’를 택한 점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최 상임이사가 1992년 서울우유에 입사해 마케팅본부장, 영업상무 등을 거친 인물이지만 내부 순혈주의가 지나친 게 아니냐는 해석도 일각에서는 나오는 것. 

상무직급 5인 중에서도 단연 영업상무가 중시되고, 그 영업상무가 최상위층 상임이사로 영전하는 패턴은 상임이사제 도입 이후 거의 직후부터 굳어진 것인데 이 문제가 변화 기로에 선 유업계 현안에 대응하기 적절하냐는 문제가 남는다.

이런 가운데 서 상임이사는 1월 23일 취임 제일성으로 ‘나100%우유’의 성공을 집중거론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끈다. 그는 취임사에서 “급변하는 우유 시장 및 소비 환경에 대비, ‘나100%우유’를 잇는 차별화된 상품 개발에 주력하는 등 신성장 동력 마련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일류 유제품 생산, 제조를 위해 조합의 안정적인 경영환경 구축은 물론 △지속가능한 100년 서울우유 구현을 향한 마중물 역할을 해내겠다는 것. 이런 예사롭지 않은, 과거의 영광을 상기시키며 미래에 이를 재현하자는 취임사가 나온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제도 도입 후 첫 상임이사(2006년 선임)는 농협중앙회 고위직 출신(대전·충남본부장 역임)이었으며 그 다음부터는 내부 출신이 등극하고, 또 한 번 등장하면 연임 성공을 한다는 것이 이른바 공식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이동영(2~4대), 최철수(5·6대), 노민호(7·8대) 상임이사들의 전례 때문이다.

최경천 신임 상임이사가 서울우유 영광 재현 선봉장이 될지 기대감이 높다. [사진제공=서울우유]
최경천 신임 상임이사가 서울우유 영광 재현 선봉장이 될지 기대감이 높다. [사진제공=서울우유]

물론 서울우유에서도 변화 노력을 하고는 있다. 서울우유 관계자에 따르면 전문경영인 공모를 진행해 상임이사 선출 과정에서 외부 수혈  문호를 열어두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조합 업무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는 점이 외부 출신에 진입장벽이 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새 사령탑인 최 상임이사 적격성에 대해서는 영업 외에도 신용 등 전영역에 두루 정통하다는 점에서 영업상무 출신의 상임이사 영전 공식 관행으로만 볼 건 아니라는 게 서울우유 측 해석이다.

다만 중요한 점은 서울우유가 부동의 유업계 1등으로 왕좌를 차지하고 있지만 변화 노력이 시급하다는 데 있다. 공식 아닌 공식으로 등극한 순혈 출신 인사가 이 문제를 해결하느냐에 앞으로도 이 관행 유지가 더 진행될지 여부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서울우유 영업이익은 2018년 634억원에서 내리막 우려를 사며 하향해 왔다. 2022년에는 473억원까지 밀렸다. 영업이익률은 3%대에서 2%대로 하락했는데 매일유업 영업이익률은 4%에서 5%대를 오간다. 

나100%와 병행 표기제, 승패 갈림길 선 서울우유...새 도전들에 열의 눈길

주지하다시피 나100% 우유 성공은 2016년 서울우유가 과연 이 같은 시도가 필요한지, 또 성공할 수 있겠는지 치열한 고민 끝에 내부적 협의를 통해 도전해 일궈낸 중요한 성과다. 

비교할 만한 예로, 서울우유는 2009년 ‘제조일자 병행 표기제’를 도입한 점을 들 수 있다. 소비자들이 신선도 높은 우유를 선택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보여주는 변신이었지만, 이는 타업체들의 미지근한 반응과 팔로잉 효과 부재, 소비자들 사이에서 혼선만 준다는 일부 지적이 강하게 대두되는 등 문제를 남겼다. 큰 성공으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초기부터 나온 것. 

인구구조 변화 등에 대응해 매일유업 등 유업계 경쟁사들은 신성장 분야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우유가 A2 등에 있어서는 후발주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사진제공=매일유업]
인구구조 변화 등에 대응해 매일유업 등 유업계 경쟁사들은 신성장 분야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우유가 A2 등에 있어서는 후발주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사진제공=매일유업]

하지만 체세포수 기준 프리미엄 우유를 띄운 나100% 전략은 2016년 도입 후 장기 히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3년도 한국생산성본부가 조사한 산업별 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NBCI)에서 서울우유가 우유·발효유 부문 1위에 선정돼 14년 연속 1위를 달성하는 데 가장 효자로 기여했다는 평가다. 

따라서 최 상임이사가 이 영광을 거론한 점은 중요한 맥락을 갖는다. 특히, 스스로가 열세인 새 도전영역에서 구두끈을 고쳐매고 뛰겠다는 노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것도 가능한 대목이다. 특히 두 이슈가 주목할 만하다.

14일 서울우유 측 발표에 따르면, 고단백 제품군이 선두업체들을 맹추격 중이다. 단백질 제품군의 누적 매출은 1000억원을 돌파했다고 서울우유는 설명한다.

‘밀크랩 고단백 저지방’ 우유 인기에 힘입어 ‘프로틴 에너지’ 2종(초코·커피)도 후속 출시된 바 있어, 일동후디스와 매일유업이 주도해 온 국내 단백질 음료 시장에서의 판세 변화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모유와 비슷한 성분의 A2 우유에도 발을 본격 들이고, 기존의 강력한 영업망 등을 기반으로 기존 강자들과의 자리바꿈도 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A2는 모유와 흡사한 단백질 구조를 가진 우유다. 일반 우유 대비 소화불편감이 낮다.

고급화 우유 영역의 새 아이콘으로 부각되는 이 영역은 유한건강생활이 바람몰이 중이며, 연세우유와 서울우유 등이 정중동하고 있다. 

문제는 유한건강생활이 호주기업 A2 밀크컴퍼니와 손잡고 2018년부터 국내 시장을 다져온 아성을 서울우유가 어떻게 깨고 마켓셰어를 뺏어 나갈지다. 유한건강생활 측에서는 “A2 단백질도 젖소를 가둬 키우냐 방목했냐에 따라 다르다. 초지방목은 저희만의 차별점”이라는 입장이다. “다양한 효능 특허와 함께 가격이나 유통 채널에 대한 파워도 잘 견지하고 있는 상태”라며 자신하고 있어서, 후발주자의 추격이 만만찮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초격차 전략’인 셈인데, 이는 삼성이 반도체 영역에서 타사의 도전을 방어하면서 격차를 계속 벌리는 패턴으로 잘 알려진 바 있다. 

다만 서울우유는 특유의 유통망, 이를 바탕으로 얻을 수 있는 가격경쟁력이 만만찮아 선제 시장 건설에 나선 기존 업체의 노력이 어느 정도 방어력을 가질지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우유는 국내에서 젖소를 사육해 우유를 생산할 방침으로, 이미 선별 작업 등을 진행 중인 것으로 업계는 본다. 

이런 시국에 A2 우유 시장에서의 약진 노력 그리고 단백질 제품에서의 성과를 과시, 발표하는 등 적극적 군불을 떼고 나선 최경천 호의 움직임은 이야기 소재로 충분한 것. 브랜드전략, 마케팅, 신용 등 영업 이외 전반에 정통하다는 최 상임이사 능력에 대한 서울우유 측 설명이 빛을 발할 절호의 전장이기도 한 셈이다. 

비단 순혈주의 내부 출신 인물의 성공담 추가만이 아니라, 아이들이 줄어드는 뉴노멀에 대응하는 유업계 본연의 과제라는 점에 최경천 호의 항해 관전 포인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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