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오르고 있는 가운데 가격 변동 없이 제품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사진출처=뉴시스]

【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가격 변동 없이 제품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을 규제하는 방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양이 줄어든다는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최근 식품업계에서 슈링크플레이션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풀무원은 총량 500g에 5개로 판매하던 ‘탱글뽀득 핫도그’의 총량을 줄였다. 해당 제품은 올해 3월 이후 400g에 4개로 판매되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용량을 줄인 가장 큰 원인이다. 치즈는 50%, 돈육은 40% 넘게 올랐다. 이에 더해 인건비도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그 외 식품 업체도 가격 인상이 아닌 용량 감소를 택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의 비요뜨는 143g에서 138g으로 용량이 감소했고, 동원에프앤비의 양반김도 5g에서 4.5g으로 줄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은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용량을 줄이게 됐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과 제품 용량 감소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업체 대다수가 물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에서는 물가 안정을 위해 식품업계 전반에 가격 인상 자제 요청을 했다. 정부의 가격 압박으로 인해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하자 용량을 감소한 제품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이마트 용산점에 방문해 주요 품목 물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이마트 용산점에 방문해 주요 품목 물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현재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규제나 제재가 마련돼 있지 않다. 줄어든 제품 용량을 사실과 다르게 표기하는 경우에는 규제될 수 있다. 그러나 가격이 그대로인데 용량이 줄었다는 내용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제품 용량 변경에 대한 의무 고지나 관련 법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다수 기업이 제품 용량을 줄여도 소비자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점에 방문해 채소류 등 주요 품목 가격을 점검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물가 점검 현장에서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 “정직한 판매 행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정확하게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꼼수 가격으로 영업행위가 이뤄지는 것은 어떤 형태든지 자제돼야 한다"며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고 양을 줄여 파는 것이 판매사의 자율이라 하더라도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제재를 마련할 방침이다. 기업이 제품 용량을 변경했을 때 소비자가 알 수 있게 하는 조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공정위를 비롯한 관계기관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원과 소비자단체와 협업해 감시 수준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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