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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 주도 코스피 이전 성공
공매도탈출, 주가상승 유리 판단
소액주주모임, 공매도 규제 앞장
규제 허점, 공매도 여전히 기승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지난달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셀트리온’이 코스피로 둥지를 옮기기로 했다. 지난 2005년 7월 코스닥에 입성한지 12년만에 일이자 코스닥시장 출범 이후 90번째 코스피 이전 상장 기업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무엇보다 시선을 끈 대목은 이전 상장 과정에서 소액주주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번 코스피 이전은 소액주주의 요구로 이뤄졌다.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공매도 세력과 오랫동안 싸워왔다. 주가가치를 하락시키는 공매도 세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코스피에 진입해 연기금 등 투자를 유치해야 주식흐름을 안정화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아직 코스닥에 남아있는 지금 셀트리온을 향한 공매도 과열현상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이 공매도 금지 목소리를 더욱 높이는 이유다.

소액주주가 이룬 코스피 이전

지난달 29일 인천 송도 사옥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코스닥 시장 상장 조건부 상장 폐지 및 유가증권시장 이전상장 결의’에 대한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당시 이전 결정은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 총수의 51.4%(1만3324명)가 참석, 98%가 찬성해 이뤄졌다.

특히 주주들 중 주총 이전 위임장을 통해 찬성을 표명한 주식 수는 5452만8490주로 셀트리온이 발행한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총수의 44.7%에 해당한다. 사실상 주총 전에 코스피 이전이 확정지어진 셈이다. 임시주총 당일 현장에서 집계된 소액주주의 찬성표까지 합치면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의 50.83%가 찬성한 셈이다.

셀트리온 이전상장 추진은 소액주주들이 주도했다. 이들은 코스닥보다 코스피에 상장하는 것이 연기금 등 투자 유치를 통한 주가 상승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셀트리온 개인투자자로 이뤄진 소액주주모임은 업계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활동으로 유명하다. 이번에도 소액주주들은 즉각 행동에 돌입했다.

셀트리온의 소액주주들이 사비를 털어 인터넷 주식 커뮤니티를 통해 소액주주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임시주총 소집 동의서를 받아 이날 임시주총이 열린 것이다.

이번 코스피 이전은 소액주주의 강화된 영향력을 보여준 동시에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에 대한 반발과 우려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셀트리온은 코스피 이전은 무엇보다 공매도 세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목적이 가장 컸다. 오랫동안 코스닥 대장주 자리를 지켜온 셀트리온은 유독 공매도에 많이 시달린 종목이다. 특히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일찌감치 모임을 구성해 거래소 규정의 공매도 금지 조치로는 부족하다며 금융당국을 상대로 공매도 세력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요구해왔다.

▲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코스닥시장 신규상장기념식ⓒ한국거래소

소액주주, 불리한 공매도 세력과의 싸움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팔고 나서 주가가 하락하면 낮은 가격에 사서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챙기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 그룹이 주로 운용하는 투자기법이다.

기관과 외국인에게 접근성도 좋고 유리한 반면 리스크가 큰 거래인 만큼 개미투자자에는 사실상 철저히 배제될 수 밖에 없는 투자기법이다.

기관이나 외국인 중심의 공매도 세력들은 귀신같이도 매도 시점을 파악해 엄청난 시세 차익을 본다. 불법적으로 내부정보를 이용해 공매도에 나설 경우, 개미들은 ‘매물받이’로 전락해 꼼짝없이 투자손실을 보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코스닥 종목의 경우 코스피 종목에 비해 변동성이 높다는 점은 공매도로 수익을 노리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하지만 공매도가 거품낀 주식시장의 가격 안정과 다양한 상품 개발 등을 통한 투자기회를 확대와 같은 긍정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 없는데다 타 국가에서도 운용하고 있는 투자기법을 우리만 안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공매도가 논란 속에서도 유지돼 온 이유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공매도 비중이 높아지면서 자본 유출이라는 우려도 사고 있다. 지난해 6월 말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코스닥 시장에서의 공매도 보고 건수는 63만 6100건으로 집계, 그중 외국계 투자자의 비중이 8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개인투자자 손실 등 공매도로 인한 시장 교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면서 금융당국도 공매도 규제 강화에 나서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도입한데 이어 지난달 지정요건을 확대하며 공매도 지정 건수를 크게 늘렸다. 과태료도 최대 1억원으로 100%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방안이 얼마나 실효성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코스피 이전을 결정한 직후 코스닥 시장에 머물고 있는 셀트리온을 중심으로 공매도가 급증하면서 금융당국의 규제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상장은 금융당국의 심사 완료 후 오는 11월로 예상되지만 주관사 선정 등이 완료되지 않아 해를 넘길 수도 있다.

끝나지 않은 싸움, 더욱 과열되는 공매도

문제는 그동안 코스닥 시장에 머물면서 몰려드는 공매도 세력이다. 셀트리온 주가는 열흘간의 추석 연휴를 보낸 후 최근 9거래일 동안 25% 넘게 뛰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지난 20일 코스닥시장에서 전일에 비해 2800원(1.60%) 오른 17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9일(17만8000원) 코스피로 이전상장을 결정한 이후 9거래일 동안 25.35% 불어난 것이다. 작년 연말과 비교해서는 65.74% 올랐다.

코스피 이전을 결정하면서 수급 개선 전망과 글로벌 바이오복제약 시장의 선전의 기대감이 작용한 것도 있겠지만 코스닥 시장 막바지 차익을 노린 신규 공매도와 과거 대규모로 누적된 공매도를 청산하기 위한 쇼트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다시 사는 것)이 몰린 탓이 크다.

주가 상승이 공매도 세력이 몰린 결과라는 점에서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셀트리온 공매도 거래대금은 지난 13일(452억원) 사상 최고치를 찍은 데 이어 지난 16일(532억원), 17일(752억원)에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에 셀트리온은 공매도 과열종목 선정 기준인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율 5배 이상, 직전 40거래일 공매도 비중 평균 5%이상’ 조건을 동시 충족시키면서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 지난 18일 하루동안 증시에서 공매도 거래가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하지만 금지 당일에도 공매도 거래는 이뤄졌다. 금지일인 18일(505억원)은 물론 이후 19일(588억원), 20일(272억원)에도 공매도 거래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공매도 금지 공시에도 불구하고 ‘공매도’가 자행됐다는 것에 대해 센트리온 소액주주들은 ‘불법’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 때에도 선물시장과 선물 및 ETF 포지션 위험관리를 위한 현물시장의 공매도 거래는 허용된다는 예외적용 조건을 들어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당연히 금지될 것으로 여겼던 공매도가 버젓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소액 주주들인 개인투자자들은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에 이 같은 예외 조항을 알리는 문구가 전혀 없어 개인 투자자를 기만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셀트리온의 한 소액주주는 “공매도 규제안이 강화됐다고 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러저런 예외조항으로 다 빠져나간다면 무슨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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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셀트리온, 공매도 향한 목소리 변화 올까?

공매도 규제를 더 강화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제도에 따라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해도 예외조항으로 빗겨갈 수 있는데다 공매도 거래 제한일이 지나면 다시 공매도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공매도 제도는 순기능도 있지만 중소기업과 개인의 공매도 피해가 여럿 발생하면서 공매도에 대한 국내 금융기관의 거부감도 상당하다”며 “공매도는 북핵과 사드 등으로 시장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급락장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공매도 대응 여력이 부족한 코스닥의 경우 과열 종목 지정을 기존 하루에서 이틀로 늘리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공매도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공매도의 필요성 등을 강조한 기관과 금융권의 목소리에 상임위 심사를 못넘고 아직까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종목이 코스피로 이전하게 되면 공매도로 인한 속앓이는 지금보다는 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대신해 떠오를 코스닥 대장주가 같은 고민을 이어갈 확률은 여전히 높다. 반면 공매도 규제와 관련해 가장 큰 목소리를 내던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이 코스피 이동 이후에도 변함없는 목소리를 낼지는 미지수다. 셀트리온 이전 이후에도 공매도 세력에 대한 저항이 소액주주 사이에서 변함없이 지속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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