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에서 아래 순으로) 다이소, 미니소, 버터 ⓒ투데이신문

골목상권 침해 논란 중심에선 다이소
미니소‧버터도 골목 위협 주자로 등판 

대형마트‧몰‧백화점에 입점해 승승장구
“규제 빈틈 파고든 신종 골목상권 침해”

【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 장기 불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이소와 미니소, 버터 등 저가 생활용품을 전면에 내세운 점포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소상공인들의 한숨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다이소, 미니소, 버터 등의 브랜드가 자신들이 판매하는 제품군과 품목이 상당히 겹치고,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친출을 멈추고 상생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에 1000여 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한 다이소는 주로 로드샵 형태로 재래시장 인근 등 다양한 상권에 진출해 골목상권 침해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유명백화점과 대형몰에 입점해 있는 미니소와 버터는 문구류 등 소상공인들이 주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을 제공하고 있어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새로운 형태의 변종 점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골목상권 논란의 중심에 선 다이소와 새로운 형태의 골목상권 침해 주자로 등판한 미니소와 버터 등의 저가 생활용품 브랜드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다수 포진한 시장의 생태계는 어떻게 변했으며, 어떤 문제점이 생겼는지 짚어봤다.

▲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에 위치한 연무시장 인근에 걸린 다이소 입점 반대 현수막 ⓒ투데이신문

시장상인‧동네 문구점주 위협하는 다이소

저가 시장에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다이소는 ‘유통 공룡’으로 불리며 성장한 만큼 골목상권 침해 목소리도 함께 거세졌다.

지난 1997년 첫선을 보인 다이소는 공격적인 출점으로 현재 1200여 개에 달하는 매장에서 주방, 미용용품, 인테리어, 문구 등 20여 개의 카테고리, 약 2만여 개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대는 1000원에서 5000원까지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데 큰 부담이 없다. 때문에 다이소는 방문객으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20대 직장인 A씨는 “제품 가격도 저렴하고, 다양한 제품을 판매해 다이소를 자주 들른다”며 “다이소가 집 근처에 있는 데다가, 이곳에서 쇼핑을 다 할 수 있어 시간도 절약되는 것 같다”고 다이소를 방문하게 되는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다이소가 저렴한 가격은 물론 많은 매장 수로 접근성을 높여 많은 소비자를 불러들이고 있지만 재래시장 상인은 날로 줄어드는 고객으로 인해 고민이 상당하다.

다이소와 불과 500m도 떨어지지 않는 곳에 위치한 수원시 권선구 매산시장 상인들은 “불황으로 힘든 상황에 다이소 때문에 매출이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 “이렇게 되다가는 재래시장이 사라질 것 같다”, “정부 차원의 입점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저마다 목소리를 냈다.

▲ 다이소로부터 불과 500m에 위치한 문구 프랜차이즈 알파 ⓒ투데이신문

적지 않은 상인들이 다이소로 인해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문구점을 운영하는 상인들의 타격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에 따르면 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 (사)한국문구인연합회,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등 국내 문구 관련 단체 3곳이 전국 459개 문구점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이소 영업점 확장과 문구점 운영실태 현황’ 조사 결과에서 다이소로 인해 매출이 하락했다고 답한 문구점이 92.8%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구점 10곳 중 9곳이 다이소로 인해 영향을 받았다고 답한 것이다.

문구 프랜차이즈 알파 관계자는 “알파 등의 문구점은 평균 규모가 30~50평 정도인 데 반해 다이소는 문구 코너 하나가 100평까지 된다. 일반 문구점의 2배 정도 되는 면적”이라며 “30~50평 정도의 생계형 문구점이 80~100평 상당의 다이소 문구 코너를 어떻게 이기겠냐”라고 한탄했다.

이에 다이소는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설문조사 결과는 문구 시장의 유통 구조와 소비 패턴 변화 등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조사를 기반으로 하지 않은 자료이기에 객관성과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반박에 나섰다.

문구 소매점 시장 하락세는 구매채널의 변화, 정부의 학습준비물지원제도 시행에 따른 구매의 변화, 학습과 놀이 환경의 변화, 소비자 니즈의 다양화, 학령인구의 감소 등 다양한 측면이 상존해 있다 게 다이소 측의 주장이다.

다이소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문구 구매가 10년 새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온라인 문구 구매 증가가 동네 문구점 매출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2011년부터 시행된 ‘학습준비물 지원제도’로 인해 소형 문구점 매출이 하락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라면서 해당 설문 조사 결과가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왜곡된 사실을 근거로 다이소만을 지목해 공격하는 것은 소비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문구 시장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문구업계 전체의 혁신과 자발적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AK플라자 수원점에 입점한 버터, 미니소 ⓒ투데이신문

골목상권 침해 새로운 주자, 버터‧미니소

재래시장 상인과 문구점 주들이 다이소로 인해 영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답한 가운데 후발주자 격인 버터와 미니소도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새로운 형태의 점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랜드가 매각, MBK파트너스가 인수해 현재 MH&CO가 운영하는 생활 SPA 브랜드 버터는 전국에 13개 매장이 있으며, 독특한 디자인의 문구류와 생활용품 등 30여 개 카테고리, 3000여 가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일본과 중국의 합작 브랜드인 ‘미니소’는 현재 총 46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70개 매장까지 늘릴 계획이다. 공격적인 출점을 진행 중인 미니소는 저렴한 오피스 상품과 문구류 등 13개 카테고리 약 2200여 가지 상품을 판매 중이다.

주로 로드숍으로 출점한 다이소와 달리 버터와 미니소는 소위 ‘젊음의 거리’라 불리는 홍대는 물론 영등포 타임스퀘어, 롯데월드몰 등 대형몰에 입점한 형태로 운영돼 남녀불문하고 많은 소비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미니소를 자주 방문한다고 밝힌 30대 직장인 B씨는 “평소 자주 가는 롯데몰에 미니소가 있어 꼭 들르게 된다. 마트에서는 문구류를 묶음으로 판매해 사기 부담스러웠는데, 미니소는 낱개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데다가 문구류 외에도 다양한 상품을 다루고 있어 쇼핑하기 편해서 애용한다. 진짜 여기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다”라고 말했다.

앞서 2015년 9월 동반성장위원회는 골목상권 침해 등으로 매년 문을 닫는 동네 문구점이 증가하자 문구소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는 동네 문구점들의 주력 상품이라 할 수 있는 연습장, 문구용품, 색종이, 스케치북 등 초등학생용 학용문구 18개 품목을 낱개로 팔 수 없게 됐다.

이와 더불어 문구업계에서 대목이라 할 수 있는 신학기 등에는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없다. 그런데도 홈플러스는 지난해 초 신학기 행사로 문구 용품 270여 종을 할인 판매해 문구업계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은 바 있다.

▲ (좌)미니소에서 판매하는 문구류 (우)버터에서 판매하는 문구류 ⓒ투데이신문

대형마트 규제로 골목상권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대형마트가 입점해 있는 몰 안에 미니소나 버터가 들어서면서 다시 저렴한 가격의 문구류가 낱개로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는 새로운 형태의 골목상권 침해이자 상생협약을 깨뜨리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저가 생활용품 전문점이) 규제의 빈틈을 뚫고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저가 생활용품 전문점이 새롭게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요소로 보고 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재 대형마트 등에서 문구류를 낱개로 판매하지 못하게 규제가 됐는데, 대형마트나 몰에 입점한 업체들에서 (문구류를) 판매하고 있다. 물론 마트 측에서는 입점된 상태기에 어쩔 수 없다고 하겠지만 그것은 분명 ‘눈 가리고 아웅’이다”라며 “문구류 외에도 중소기업 적합업종지정 등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롯데몰 측은 저가 생활용품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문구류의 매출 비중이 높지 않은 점을 강조하며 상생협약을 깨뜨린 게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다. 

김포롯데몰, 롯데월드몰, 동부산롯데몰 등 총 3개 롯데몰에 미니소가 입점해 있는 롯데몰 관계자는 “다이소, 미니소, 버터가 입점한 이유는 ‘라이프스타일숍’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라고 저가 생활용품 브랜드의 입점 이유를 밝혔다.

이어 상생협약을 우회적으로 깨뜨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문구류 관련 매출이 5% 내외다. 캐릭터 상품들이 인기가 많다”고 해명했다. 

버터를 운영하는 MH&CO 측은 다른 생활용품 브랜드와는 다르게 로드샵 형태로 출점하지 않아 골목상권 침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MH&CO 관계자는 “버터는 현재 유통몰과 백화점 중심의 13개 매장을 영업하고 있다”며 “당사는 로드샵 등의 영업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미니소코리아에는 공문을 보내 골목상권 침해와 관련한 입장을 요청했지만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했다.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하며 ‘유통 공룡’이라 불리는 다이소, 공격적인 출점으로 올해 안에 점포 수를 70개까지 늘릴 계획인 미니소, 대형 유통몰과 백화점 중심으로 13개 매장을 운영하는 버터. 과연 이들이 골목상권 침해를 주장하며 피해를 호소하는 상인들과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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