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청원, 본사서 센터 경영·인사 개입
부품공급 지연 직원·고객 피해 '양심선언'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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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하도급 업체 단가 후려치기로 과징금 철퇴를 맞은 LG전자가 서비스센터의 불법 도급 운영 문제까지 불거졌다. LG전자는 도급계약을 맺은 서비스센터 측에 인사나 경영에 개입하지 않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는 본사 차원에서 직원 평가와 교육이뤄지는 등 불법도급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LG전자 불법 도급운영에 대한 조사를 요구합니다’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LG전자서비스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라고 밝힌 청원자는 “LG전자는 삼성전자서비스와 법인을 두고 있지 않다는 차이만 있을 뿐 운영방식은 똑같다”며 운영실태를 폭로했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서비스법인을 별도로 두지 않고, 전국 130여개 서비스센터와 직접 도급계약을 체결해 고객에게 A/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G전자서비스의 100여개 협력사 직원은 모두 4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가 업무 지시나 감독, 인사 관리 등을 통해 사실상 고용주 역할을 하면서 형식적으로는 도급 계약을 맺은 위장도급은 불법이다. 어디까지 경영개입 고용주체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최근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업체 직원들을 직고용하는 선택을 해 주목받았다. 하지만 LG전자가 서비스 교육과 평가 등을 시행한다는 점에서 별도법인을 두고 있지 않을 뿐 사실상 삼성전자와 운영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청원자 글에 따르면 LG전자의 경우 서비스 교육과 평가 기술교육 및 1년에 1회씩 시험을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대행료를 지급하고 있다. 또 LG전자 본사 부장급들이 퇴직한 뒤 전국 센터에 곳곳에 배치되는 것은 물론 각지역 본사 실장들이 주기적으로 센터에 방문해 서비스센터 대표들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특히 지역팀의 책임 직원들도 수시로 센터를 방문해 지시와 감독을 하고 엔지니어에게는 직접 전화해 미처리건에 대해 지시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LG전자는 밸리데이션 파트팀을 두고 엔지니어들 업무 건건을 분석해 대행료를 삭감하거나 패널티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와 함께 LG전자가 도입한 ‘대명장 명장 제도’ 또한 본사 지역팀에서 시험성적이 높은 엔지니어 순으로 대명장, 명장을 발탁해 수당을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본사가 인사와 경영에 개입하고 있는 근거로 제시했다. 해당 청원은 청원시작 5일만에 1387명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청원자는 “이런 행태에도 불구하고 경영, 인사에 개입없이 운영을 하고 있다는 말은 모순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분명 직접운영을 하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인하는 것은 LG전자가 내세우는 정도경영에도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분명 위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LG전자의 상습적인 부품 공급 지연에 의한 고객 피해와 서비스센터 직원의 불이익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LG전자 고객 중 서비스 센터에 방문하거나 출장 접수 시 부품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되는데 이는 본사가 제대로 부품을 공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해마다 여름 성수기때면 항상 부품이 공급되지 않아 수리를 못한 경우가 허다할 뿐 아니라 최근에는 성수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출시 한달도 안된 제품의 부품들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2~3일간 부품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원자는 “저희 엔지니어 입장에서도 바로바로 수리를 해주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항상 고객들에게 거짓말을 해야하고 당일 처리율을 따지니 고객을 설득해 그 건수를 취소로 정리하고 센터 실적을 맞춰야하고 당일 처리율이 좋지 않으면 일을 못하는 사람을 취급하고 센터실적에 악영향을 끼치니 압박을 받을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밸리데이션 파트에서 취소 건을 검증해 대행료 삭감 및 패널티를 주고 있다. 매년 해마다 이런 악순환의 반복 속에 누구하나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다”고 호소했다.

청원글에서 제시된 내용의 사실여부와 위장도급 주장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LG전자 측에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한편, 이에 앞서 지난 25일 LG전자는 휴대폰 부품을 생산하는 하청업체를 상대로 인하된 단가를 소급 적용해 하도급 대금을 후려친 위법행위가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33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LG전자는 인하한 납품단가를 최소 1일에서 최대 29일 소급적용하는 방식으로 24개 하도급 업체의 하도급대금 총 28억8700만원을 감액했다. 이로 인해 24개 하도급 업체들은 종전 단가로 납품되어 입고까지 완료된 부품에 대한 하도급대금 평균 1억2000만원의 손실을 감수해야했다.

이와 관련해 LG전자는 “협력업체와의 사전합의에도 불구하고 인하부분만 획일적으로 법 위반으로 해석한 부분이 아쉽다”며 “협력업체간의 이러한 합의방식이 유효한지 여부는 행정소송을 통해 법률적 판단을 받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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