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계열사 문제, 횡령·배임 혐의 직접관련 없어"
배임혐의 부인 등 특경법상 취업제한 규정 회피 포석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뉴시스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50억원 가량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인정한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 부부가 여전히 경영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 11부(재판장 이성호)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삼양식품 전인장 회장과 부인 김정수 대표이사는 제기된 횡령혐의에 대해 인정했다.

이날 재판에서 전 회장 부부 측 변호인은 “횡령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사실을 겸허히 인정하며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깊이 반성한다”며 “경위와 진행경로는 일부 사실과 다르지만 세심하게 다투고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대에 오른 전 회장과 부인인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는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삼양식품이 계열사로부터 납품받은 포장박스와 식재료 중 일부를 자신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에 납품하는 것처럼 사류를 조작해 납품대금 약 50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기소됐다.

다만 횡령혐의와 함께 적용된 배임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전 회장은 횡령 혐의와 함께 지난 2014년 10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삼양식품 계열사의 자회사인 한 외식업체가 영업 부진으로 갚을 능력이 없음에도 자금지원 검토나 채권 확보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29억5000만원을 빌려주도록 해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도 적용됐다.

이와 관련해 변호인은 “결과적으로 (회사에) 경제적 부담을 초래한 점은 진심으로 송구하다”면서도 “구체적 사실관계를 보면 배임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항변했다.

전 회장 부부가 횡령 등 범죄혐의에 대해서 인정했지만 여전히 삼양식품의 경영자 지위는 유지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전 회장은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올려 통과시켰다. 물러난 대표이사 자리는 부인인 김정수 사장 맡으면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회장 부부 모두 등기이사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횡령이나 배임으로 5억원 이상의 이득을 취했을 경우 가중처벌된다. 전 회장 부부와 같이 부당 취득 액수가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다. 특경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 받게 되면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의 취업이 제한된다.

하지만 전 회장 부부에게 제기된 횡령과 배임 혐의가 삼양식품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나선 것도 취업제한 규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4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횡령‧배임혐의 발생’ 공시에서 정정신고 과정까지 거치며 “본 건은 삼양식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며 “계열회사 등에 관한 횡령 및 배임혐의”라고 규정했다.

공시된 설명대로라면 삼양식품이 취업 제한 대상이 되는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로 볼 수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전 회장 부부가 횡령을 시인하면서도 배임 혐의를 부인하는 것도 취업제한 규정을 고려한 판단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자칫 해석에 따라 전 회장 부부는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삼양식품 경영자로 남게될 가능성을 배재하기 어렵다.

하지만 전 회장 부부 당사자나 삼양식품 모두 현상태를 유지하려는 분위기다. 다음달 20일 예정돼 있는 삼양식품 임시주주총회에서도 감사 승인 의안만 다룰 뿐 회장 부부의 거취와 관련된 사안은 다뤄지지 않을 예정이다.

전 회장 부부의 등기이사직 유지와 관련해 삼양식품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재판이 계속 진행 중인 관계로 언급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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