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유료도로법 개정안’ 시행 앞둬…국토부, 하위법령 정비 중
비싼통행료·고율 후순위채권·MRG 등 민자도로 3대 문제 개선되나
국토부, 민자도로 공공성 강화 및 통행료 인하 추진 로드맵 공개

인천대교 톨게이트 전경 ⓒ홍세기 기자
인천대교 톨게이트 전경 ⓒ홍세기 기자

【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매년 국정감사 시즌이 되면 비싼 통행료와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에 따른 재정지원으로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질타를 받아 온 ‘민자도로’가 재협약의 길이 열리면서 국민 부담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민자도로 통행료 인하 로드맵을 공개하고 적극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MRG를 비롯해 고율의 후순위채권, 고액의 현금 배당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민간사업자의 사업재구조화 및 자금재조달이 필요한 만큼 협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민자고속도로는 2000년 국내 첫 개통 이래 꾸준히 증가해 현재 고속도로 총 연장의 16%, 18개 노선에 달한다. 이 18개 노선에 투입된 총 투자비는 30조원이다. 민자도로사업은 그동안 한정된 재정여건을 보완해 도로 투자재원을 확보함으로써 국가 주요 도로망을 적기에 구축하고, 장기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하는 등 다양한 사회적·경제적 성과를 거두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비싼 통행료와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 등에 따른 많은 재정지원은 민자도로사업의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면서 국민들로 하여금 민자도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 

따라서 올해 1월 국회를 통과한 ‘유료도로법 개정안’은 이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로 주목받고 있다. 유료도로법 개정안에는 민자도로 유지·관리 및 운영에 관한 기준 제정, 사정변경 등에 따른 실시협약 변경요구 등의 내용이 담겼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민자도로의 교통량과 통행료 수입이 추정치의 70%에 미달하는 등 사업의 전제가 크게 달라지거나, 민간사업자가 고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등 부당한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주무관청이 소명 또는 시정 요구 절차를 거쳐 협약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도공대비 1.43배 비싼 민자도로 통행료

최근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8개 민자고속도로 중 용인-서울, 안양-성남 고속도로를 제외한 나머지 16곳에서 재정도로보다 평균 1.43배 높은 통행료를 징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천대교의 경우 도로공사 대비 2.89배로 거의 3배에 가까운 통행료를 받고 있다. 뒤를 이어 인천공항고속도로는 도로공사 대비 2.28배, 대구-부산 고속도로는 2.33배, 천안-논산고속도로도 2.09배 등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요금으로 계산하면, 현행 5500원인 인천대교 통행료는 도로공사 요금기준으로 1900원(-65.5%), 1만500원인 대구-부산 고속도로는 4500원(-57.1%), 6600원인 인천공항은 2900원(-56.1%), 9400원인 천안-논산 고속도로는 4500원(-52.1%)으로 산정된다. 

요금 인상 부분도 정부와 민자도로 간 의견 충돌이 잦다. 최대한 인상을 막으려는 정부와 달리 운영사들은 통행료를 인상해 수익 내길 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민자도로가 매년 꾸준히 5% 가까이 통행료를 인상해 왔다. 

실제로 개통 당시 민자도로는 도로공사 대비 다소 요금이 비싸지만 큰 요금 차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차이가 크게 벌어진 데는 꾸준한 요금인상이 뒤에 있다.

초기 민자도로 사업 중 하나인 천안-논산고속도로의 경우 개통부터 비싸다는 여론이 있었다. 2002년 개통 당시 7000원이었던 통행료는 연 2.2% 인상률이 적용돼 지난 2017년 9400원으로 꾸준히 올라 현재 도공 대비 2.09배에 달한다. 

정동영 평화민주당 대표는 지난 2017년 국정감사 당시 “‘천안-논산민자고속도로’사업은 단언컨대 투기자본의 민자사업자를 위한 사업일 뿐”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민자도로 공공성 강화·통행료 인하 로드맵 공개

이같이 재정도로 대비 비싼 통행료 탓에 민자도로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크다. 국토부도 이를 의식 한 듯 27일 ‘민자도로 공공성 강화를 위한 통행료 관리 로드맵’을 제시하며 유료도로법 개정안에 따른 통행료 인하 방안을 발표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번 현재 도공 대비 1.43배에 달하는 민자도로 통행료를 오는 2020년 1.3배 내외로 오는 2022년 1.1배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재정고속도로 대비 1.5배 이상인 노선 천안논산, 대구부산, 서울춘천, 인천공항, 인천대교 등은 사업재구조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민간사업자와 협의해 운영기간 연장 등 노선별로 적합한 재구조화 대안을 검토 적용해 통행료 인하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1.2~1.5배 수준인 노선 구리포천, 광주원주, 상주영천 등은 자금 재조달을 추진한다. 교통량, 시장금리, 자본금 감자 가능여부 등을 고려해 민간사업자와 협의해 통행료 인하를 추진할 계획이다. 구리포천처럼 통행료 수입 부족으로 차입금 상환이 어려운 노선은 자금재조달을 통해 선 운영 정상화, 후 통행료 인하 등의 방안을 고려중이다.

1.1배 내외인 노선은 현 통행료 수준을 유지시키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본 로드맵을 통해 ‘동일 서비스-동일 요금’을 목표로 민자고속도로의 공공성을 강화함으로써, 국민 통행료 부담 경감을 통한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며 “하위 법령이 정비되면 로드맵에 맞춰서 민자도로 운영사들과 재협약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민자고속도로의 국가/국민 부담 현황>

국민 혈세 낭비로 지목되는 ‘최소운영수입장보장제도(MRG)'

민자도로의 문제점은 통행료에만 있지 않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다. 인천공항을 비롯해 천안논산, 대구부산, 서울외곽, 부산울산, 서울춘천, 용인서울, 인천대교, 서수원평택 등이 민자도로를 건설하면서 최소운영 수입을 보장받고 있다. 

현재는 국민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받아 최근 건설됐거나 건설중인 민자고속도로에는 해당 조항이 빠져 있다. 

인천공항의 경우 지난 2016년 기준으로 824억원의 재정지원을 받았으며, 개통 이후 2002년부터 2016년까지 무려 1조3678억원을 받아갔다. 이는 MRG만으로 민간투자비 대부분을 회수한 수준이다.

천안논산도 지난 2004년부터 매년 400~700억원대의 재정지원을 받으며 지난 2016년까지 6010억원의 재정지원을 받았다. 대구부산은 지난 2008년부터 총 6266억원의 재정지원을 받았다.

그 외에도 서울외곽, 부산울산, 서울춘천, 용인서울, 인천대교, 서수원평택 등도 적게는 50억원에서 많게는 2466억원까지 손실을 보전받았다. 

재정지원 조건은 인천공항의 경우 2020년까지 매 사업연도의 실제통행료수입이 추정통행료 수입의 80%를 미달하는 경우 국토부로부터 부족분을 보장받고 있다. 

천안논산은 82%, 대구분산은 77%, 서울외곽은 90%, 용인서울은 70%, 인천대교는 80% 미달분을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고 있으며, 서울춘천은 2014년까지는 80%, 19년까지는 70%, 24년까지는 60% 미달분을 보장 받았다. 

하지만 사업연도 추정 통행료 수입은 이들 민자도로 운영사들이 건설 당시 실시협약에서 제시한 예측치에 따른 결과다 보니 논란이 커진 상황이다. 

지난 2017년 기준으로 교통량 예측치보다 더 많은 교통량을 기록한 곳은 서수원평택 한 곳이다. 

가장 많은 재정지원을 받은 인천공항은 교통량이 예측치 대 실측치 비율을 따져보면 지난 2016년 68.4%, 2017년에도 70.9% 불과하다. 천안논산도 2016년 65.7% 2017년 66.6%, 대구부산은 2016년 59.2% 2017년 58.5%로 조사됐다. 

고율 후순위채권·고액 현금 배당도 문제

비싼 통행료 뒤에는 고율의 이자와 고액 현금 배당이 있다. 전국의 민자고속도로 운영사들은 투자자들로부터 최대 48% 이율로 ‘후순위 대출’을 받아 높은 이자를 챙겨줬다. 

또 고액 현금 배당도 논란이 되는 대목이다. 민간 투자자의 실제 수입이 계약 당시 예상 수입에 못 미칠 경우 MRG 제도에 따라 정부로부터 일정 규모를 지원받는다. 이를 지원 받아 이익을 내고 있는 실정인데도, 고액 배당금으로 투자자들이 챙겨가고 있다. 

천안논산고속도로는 투자자인 맥쿼리인프라로부터 1823억원, 사학연금으로부터 617억원, 국민은행에게서 598억원 등 3038억원을 6~20% 금리의 후순위 대출로 빌렸다. 지난 2013년부터 오는 2029년까지는 연이율이 20%로 고정이다. 선순위와 후순위 모두 합친 이자 비용으로만 지난 2017년 553억원을 지급했다. 

투자자에게 운영사가 지불한 이자 규모는 지난 2016년 말 기준 5038억원으로 이미 대출 원금을 초과한지 오래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민자 구간을 운영하는 서울고속도로㈜도 20~48%의 고금리로 투자자에게 대출을 받아 원금인 3491억원보다 더 많은 5622억원을 투자자들에게 이자로 냈다.

인천공항의 경우 교직원공제회(지분율 45.1%)와 맥쿼리인프라(24.1%) 등 신공항하이웨이 주주들이 유상감자를 통해 자본금을 잠식시킨 뒤, 감자대금으로 받은 돈을 회사에 다시 후순위채로 대출해줘 매년 고금리의 이자까지 받고 있다. 

인천공항의 후순위 차입금은 2144억원으로 연 이율 13.5% 고려하면 매년 289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투자자들에게 운영사가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인천공항의 경우 민자도로 중 국토부와 약정한 사업수익률이 무려 9.36%이며, 천안논산은 9.24%, 서울외곽은 8.51%로 뒤를 이었다. 최근 협약을 맺은 서울문산의 경우 5.05%에 불과하다. 

따라서 고율의 후순위채권과 국토부와 약정한 사업수익률까지 고려했을 때 민자도로의 통행료가 일반 고속도로의 통행료보다 비싼 것은 당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액 현금 배당도 지적사항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에 따르면, 인천공항고속도로를 운영하는 신공항하이웨이가 지난 2015~2016년 2년 동안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을 3500억원 지급했다. 지난해 3월 현금 배당한 한 주당 8548원이며, 올해도 3월 주당 6575원 꼴로 약 1000억원을 배당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950억원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천안논산도 당기순이익이 627억원이지만, 대부분인 570억원을 배당했다. 

민자도로 재협약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민자도로사 반발 예상

매년 국정감사 기간이 되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민자도로 운영의 폐쇄성과 투자자들의 과도한 금융수익 챙기기를 비판했다. 달라지지 않은 민자도로 운영사들의 행태에 국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고, 이는 올해 1월 국회가 ‘유료도로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재협약의 길을 여는데 큰 힘이 됐다. 하지만 협의 과정에서 민자도로 운영사들의 반발이 클 전망이다.

현재 국토부는 하위법령 정비에 열을 쏟고 있다. 개정안에 따라 정부는 민자도로의 유지·관리 및 운영에 관한 기준을 제정해 매년 민자도로의 운영상태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고, 민간사업자가 준수해야 할 기준을 위반할 경우 과징금이나 과태료 처분을 내릴 수 있게 됐다. 

이를 시행하기 위해 국토부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통령령, 부령, 고시 등을 통해 민자도로 유지·관리 및 운영 기준의 내용, 운영평가의 절차·방법, 실시협약 변경 요구 조건, 과징금 및 과태료의 부과기준 등을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이번 국토부의 민자도로 공공성 강화로 인해 큰 타격이 예상되는 민자도로는 교통량과 통행료 수입이 부족한 곳과 고율의 후순위채권으로 운영사에 부담을 주고 있는 곳들이다.  대부분 초기 민자도로 사업 구간이다. 

교통량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지난 2017년 기준으로 천안논산, 대구부산, 부산울산, 광주원주 등 4곳의 민자도로가 대표적인 대상이다. 인천공항의 경우 지난 2016년 68.4%이지만 지난해 70.9%를 기록한 상황이다. 하지만 MRG 지원 기준이 80%임에도 불구하고 8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지원 받는 만큼 인천공항도 재협약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외곽도 마찬가지다. 90% 미달분을 보장 받았으나 지난 2016년 655억원의 재정지원금을 받았다. 2015년도 정부보조금을 제외하고 19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던 상황인 만큼 재협약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올해 상반기 통행료 인하를 진행한 만큼 압박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또 고율의 후순위채를 가진 운영사들도 재협약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재협약으로 예상되는 운영사 대부분이 교통량과 수입 부족 등에 포함돼 있다. 서울외곽은 20~48% 후순위채 이자를 지급하고 있으며, 대구부산 12~40%, 인천공항 13.5%, 천안논산 6~20%, 용인서울 15.5%, 서울춘천 11.59%, 인천대교 8.15% 등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사업재구조화 및 자금재조달을 진행해 통행료 인하를 유도하는게 국토부의 생각이다. 

하지만 민간사업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맥쿼리인프라 등 국내 민자도로 주요 투자자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수입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천안논산 구간의 경우 후순위채 이율만 20%에 달한다. 맥쿼리인프라가 운영사에 후순위채로 빌려준 금액만 1822억원에 달하고 이에 매년 받아가는 이자 수익만 360억원이 넘는다. 또 고액의 배당으로 챙겨가는 수익까지 따지면 정부의 사업재구조화 추진은 시작 단계부터 난항에 빠질 수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사업자들과 통행료 인하의 필요성에 대해선 어느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협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며 “따라서 통행료 인하를 위해 민간사업자의 운영기간을 늘려주거나 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재구조화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유료도로법 개정안의 하위법령을 정비하며 개정안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제재 및 처벌 규정 등을 마련하고 있지만 민간사업자를 단순히 비싼 통행료, 고율의 이자 등의 문제만으로 제재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도로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재협약의 길을 열어놓은 만큼 꾸준히 만나고 대화해서 좋은 방안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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