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종, 박근혜 탄핵 백서 발간 제안
당 지도부는 고민 깊어…난감한 상황
당협위원장 교체·당 지도부 교체 앞둔 친박
친박의 움직임에 극우보수 이미지 덧씌워

박근혜 전 대통령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 ⓒ뉴시스

지난달 31일 친박계인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정당했는지에 대한 백서 발간을 제안하면서 잔잔한 호숫가에 돌을 던진 형국이 됐다. 홍 의원의 이 발언은 자유한국당 내부는 물론 바른미래당까지 발칵 뒤집어 놓은 발언이다. 물론 대다수는 ‘시기가 맞지 않는다’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이런 발언이 나온다는 것은 곧 숨죽이던 친박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비상대책위원회와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의 책임이 크다는 여론도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정당했느냐에 대한 의문부호를 찍은 사람은 사실상 조강특위를 이끌고 있는 전원책 위원이다. 전 위원은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과에 대해서는 승복하지만, 탄핵 절차가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전 위원의 발언에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제동을 걸면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정당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지만, 그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10월 31일 비대위-중진연석회의에서 홍 의원은 탄핵이 정당했는지에 대한 백서 발간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음날인 1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보수대통합을 논의하고 있는 이때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즉, 탄핵의 정당성을 명확히 따지자는 것이다.

친박의 외침

친박인 홍 의원이 이 문제를 꺼내 들면서 자유한국당 비대위뿐 아니라 바른미래당도 불편하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친박계가 복당파를 비판한다면서 다음 총선 후 자유한국당은 조그만 수구보수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불편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홍 의원이 탄핵 문제를 꺼내든 이유는 복잡한 자유한국당의 내부 상황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우선 오는 12월 원내대표 경선과 내년 2월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다. 이번에 구성될 원내지도부와 당 지도부는 오는 2020년 총선 공천권과 연결돼 있다. 때문에 친박이나 비박 모두 놓칠 수 없는 입장이다. 이번 경선에 패배하는 측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친노가 폐족으로 불리며 한동안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다시 부활했다는 점에서 친박 역시 부활을 꿈꾸고 있다. 그러자면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정당했는지 여부에 대해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친박은 판단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정당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난다면 친박은 부활의 날개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친박으로서는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꺼내 들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당협위원장 교체다. 정치권에서는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 가운데 최소한 절반 이상이 교체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친박이 박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장애물에 갇히게 된다면 당협위원장 교체 1순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당협위원장 교체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정당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백서를 발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자신이 살아남는 것은 물론 정치적 날개를 달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입장 정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친박의 생각이다. 물론 친박 내부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다시 꺼내 든 것에 대해 너무 섣부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의원은 홍 의원 개인의 생각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다. 섣불리 탄핵 이야기를 꺼냈다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 ⓒ뉴시스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 ⓒ뉴시스

보수대통합은 표류

또 다른 문제는 보수대통합에서 친박이 소외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비대위와 조강특위는 지속적으로 보수대통합을 외쳤지만, 바른미래당은 콧방귀도 뀌지 않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친박의 인적 청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보수대통합은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보수대통합을 이루는 과정에서 친박은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친박 입장에서는 보수대통합을 하지 않는 게 오히려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권을 장악한다면 차기 총선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더욱이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정당하지 않았다는 백서가 발간된다면 친박으로서는 앓던 이가 빠지는 셈이다. 자유한국당이라는 제1야당의 당권을 차지한다면 최소한 대구·경북에서 의석을 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극우 이미지 각인

문제는 자유한국당이 손 대표의 말대로 극우보수화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자유한국당은 태극기 부대의 입당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면서 수구적 이미지가 각인되고 있다. 여기에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정당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제기된다면 민심은 자유한국당에서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된다. 비대위와 조강특위도 이런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친박의 언행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섣불리 제동을 했을 경우 계파 갈등으로 비쳐질 수 있기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친박은 본격적으로 계파 갈등을 준비하고 있고, 비박은 고민이 깊다. 12월 원내대표와 내년 2월 전당대회에서 친박에게 모든 전권을 빼앗긴다면 앞으로 어떤 행보를 해야 할지도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비박은 친박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섣불리 나서지는 않고 있다. 비박이 움직일 경우, 결국 계파 전쟁을 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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