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입당 황교안, 전대 출마 조만간 선언할 듯
보수진영 차기 대권주자 1위…자유한국당과 윈윈 관계
극우 보수의 지지층 한계 부딪히면 쉽지 않아
‘문재인 vs. 안철수’, 정치적 미래는 과연 누구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오는 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한다. 그동안 정치 참여에 대해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황 전 총리가 나서면서 정치 지형의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황 전 총리가 과연 얼마나 성공할 수 있느냐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인재영입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권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인지, 아니면 대권의 모닥불이 될 것인지의 기로에 놓인 셈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자유한국당 입당은 예견된 순서였다. 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면 2월 전당대회 출마는 당연한 수순이 된다. 이미 황 전 총리는 2월 전당대회 출마를 시사했다. 지난 13일 황 전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황교안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만을 생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면서 정치참여를 언급했다. 황 전 총리는 “자유한국당에 계신 선·후배 의원님들, 수많은 당원 동지들, 그리고 국민들께서 함께 해주시고 힘을 보태주신다면 반드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역임했으며, 탄핵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박 전 대통령의 남자라고 불리며 친박 인사로 구분됐다. 황 전 총리의 장점이자 단점은 역시 박 전 대통령과의 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의 남자
황 전 총리의 자유한국당 입당에 대해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황 전 총리의 자유한국당 입당은 자유한국당의 미래가 어찌 될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 전 총리가 국정농단 사태의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정치 행보에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이다. 황 전 총리가 자유한국당의 당 대표가 된다면 외연 확장이냐, 축소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황 전 총리가 보수 진영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지층 결집이 충분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황 전 총리의 지지율이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남자’라는 이유로 보수대통합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바른미래당 의원 중 일부는 자유한국당에 복당할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데 황 전 총리가 당권을 장악할 경우, 탈당 결심을 굳혔던 바른미래당 의원들도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보수대통합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내어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내 조직력은 어떻게
뿐만 아니라 당내 계파 갈등 역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황 전 총리가 조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면 어느 특정 계파의 조직력을 필요로 하게 되기 마련이다. 결국 황 전 총리가 기댈 수 있는 계파는 친박계 이외에는 없다. 따라서 전당대회 출마 과정에서 계파 갈등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경우, 황 전 총리가 당권을 장악하면 황 전 총리와 친박계의 연립 당 지도부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비박계는 설 자리를 더욱 잃어버리게 된다. 따라서 친박과 비박은 당권을 잡기 위해 혈투를 벌일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계파 갈등은 더욱 증폭되게 된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정당성을 놓고 첨예한 대립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친박계는 이미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이 정당했는지에 대한 백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이런 상황에서 황 전 총리가 전당대회 출마한다면 친박계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다. 따라서 자유한국당 내 계파 갈등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황 전 총리의 정치적 미래는
문제는 황 전 총리의 정치적 미래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인재영입위원장이 정치 참여를 선언할 때 가장 큰 패착은 자신의 확고한 지지층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안 전 위원장이 정치 참여를 선언하자, 많은 지지를 얻었지만, 실제로 조직을 구성할 정도의 결집력은 없었다. 이로 인해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단일화 후보직을 내어줘야 했다. 반면 문 대통령은 굳건한 지지층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당 대표도 역임했고, 대통령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안 전 위원장과 문 대통령의 차이는 확보한 지지층을 조직력으로 만들 수 있느냐 여부였다. 이런 점에서 황 전 총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조직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지지층을 확보하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황 전 총리의 굳건한 지지층이 자칫하면 태극기 부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태극기 부대는 극우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보수의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황 전 총리가 태극기 부대와 어떤 관계를 설정할 것인가의 숙제가 남아있다. 또 다른 문제는 다른 당권주자들보다 늦은 출발을 했다는 점이다. 자천타천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아니지만, 당내 조직력을 갖추며 전당대회 준비를 해왔다. 그런 점에서 황 전 총리가 지금 전당대회에 뛰어든다고 해도 늦은 출발을 하는 셈이다. 물론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빠르게 당을 장악해나가면 될 문제이지만, 계파 갈등의 벽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다.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미 빠르게 당 조직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따라서 황 전 총리도 당 조직력을 장악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이와 함께 박 전 대통령의 남자라는 타이틀도 극복해야 한다. 그것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칫하면 정치적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갈 곳 없는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이 빠르게 황 전 총리 중심으로 뭉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외연 확장은 이뤄지기 힘들게 되기 때문이다. 국정농단이라는 이미지에 갇혀 있는 전직 총리라는 점에서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정치적 성장을 이루기는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