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입당 황교안, 전대 출마 조만간 선언할 듯
보수진영 차기 대권주자 1위…자유한국당과 윈윈 관계
극우 보수의 지지층 한계 부딪히면 쉽지 않아
‘문재인 vs. 안철수’, 정치적 미래는 과연 누구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해 11월 3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해 11월 3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오는 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한다. 그동안 정치 참여에 대해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황 전 총리가 나서면서 정치 지형의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황 전 총리가 과연 얼마나 성공할 수 있느냐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인재영입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권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인지, 아니면 대권의 모닥불이 될 것인지의 기로에 놓인 셈이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자유한국당 입당은 예견된 순서였다. 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면 2월 전당대회 출마는 당연한 수순이 된다. 이미 황 전 총리는 2월 전당대회 출마를 시사했다. 지난 13일 황 전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황교안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만을 생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면서 정치참여를 언급했다. 황 전 총리는 “자유한국당에 계신 선·후배 의원님들, 수많은 당원 동지들, 그리고 국민들께서 함께 해주시고 힘을 보태주신다면 반드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역임했으며, 탄핵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박 전 대통령의 남자라고 불리며 친박 인사로 구분됐다. 황 전 총리의 장점이자 단점은 역시 박 전 대통령과의 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의 남자

황 전 총리의 자유한국당 입당에 대해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황 전 총리의 자유한국당 입당은 자유한국당의 미래가 어찌 될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 전 총리가 국정농단 사태의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정치 행보에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이다. 황 전 총리가 자유한국당의 당 대표가 된다면 외연 확장이냐, 축소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황 전 총리가 보수 진영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지층 결집이 충분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황 전 총리의 지지율이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남자’라는 이유로 보수대통합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바른미래당 의원 중 일부는 자유한국당에 복당할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데 황 전 총리가 당권을 장악할 경우, 탈당 결심을 굳혔던 바른미래당 의원들도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보수대통합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내어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해 11월 3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해 11월 3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뉴시스

당내 조직력은 어떻게

뿐만 아니라 당내 계파 갈등 역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황 전 총리가 조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면 어느 특정 계파의 조직력을 필요로 하게 되기 마련이다. 결국 황 전 총리가 기댈 수 있는 계파는 친박계 이외에는 없다. 따라서 전당대회 출마 과정에서 계파 갈등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경우, 황 전 총리가 당권을 장악하면 황 전 총리와 친박계의 연립 당 지도부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비박계는 설 자리를 더욱 잃어버리게 된다. 따라서 친박과 비박은 당권을 잡기 위해 혈투를 벌일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계파 갈등은 더욱 증폭되게 된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정당성을 놓고 첨예한 대립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친박계는 이미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이 정당했는지에 대한 백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이런 상황에서 황 전 총리가 전당대회 출마한다면 친박계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다. 따라서 자유한국당 내 계파 갈등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황 전 총리의 정치적 미래는

문제는 황 전 총리의 정치적 미래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인재영입위원장이 정치 참여를 선언할 때 가장 큰 패착은 자신의 확고한 지지층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안 전 위원장이 정치 참여를 선언하자, 많은 지지를 얻었지만, 실제로 조직을 구성할 정도의 결집력은 없었다. 이로 인해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단일화 후보직을 내어줘야 했다. 반면 문 대통령은 굳건한 지지층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당 대표도 역임했고, 대통령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안 전 위원장과 문 대통령의 차이는 확보한 지지층을 조직력으로 만들 수 있느냐 여부였다. 이런 점에서 황 전 총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조직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지지층을 확보하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황 전 총리의 굳건한 지지층이 자칫하면 태극기 부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태극기 부대는 극우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보수의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황 전 총리가 태극기 부대와 어떤 관계를 설정할 것인가의 숙제가 남아있다. 또 다른 문제는 다른 당권주자들보다 늦은 출발을 했다는 점이다. 자천타천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아니지만, 당내 조직력을 갖추며 전당대회 준비를 해왔다. 그런 점에서 황 전 총리가 지금 전당대회에 뛰어든다고 해도 늦은 출발을 하는 셈이다. 물론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빠르게 당을 장악해나가면 될 문제이지만, 계파 갈등의 벽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다.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미 빠르게 당 조직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따라서 황 전 총리도 당 조직력을 장악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이와 함께 박 전 대통령의 남자라는 타이틀도 극복해야 한다. 그것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칫하면 정치적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갈 곳 없는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이 빠르게 황 전 총리 중심으로 뭉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외연 확장은 이뤄지기 힘들게 되기 때문이다. 국정농단이라는 이미지에 갇혀 있는 전직 총리라는 점에서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정치적 성장을 이루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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