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병준(왼쪽)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한 광주 5.18 관련 단체 및 시민단체 대표단 면담에서 5.18 왜곡발언을 한 의원들의 처벌을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받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김병준(왼쪽)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한 광주 5.18 관련 단체 및 시민단체 대표단 면담에서 5.18 왜곡발언을 한 의원들의 처벌을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받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5.18 망언 논란과 관련해 국회를 항의 방문한 5.18 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고개를 숙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5.18 단체 관계자들과 만나 면담을 갖고 이들로부터 항의서한을 전달받았다.

이 자리에서 광주진보연대 유봉식 대표는 “공당인 자유한국당이 민의의 전당에서 이렇게 역사를 부정하고 5.18을 능멸하고 두 번 죽이는 용서하지 못할 일이 39년이 지나고 있는 이 마당에도 버젓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걸 정쟁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현실에 환멸 느끼는 상황”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북한군 개입설, 게릴라전에 대한 당의 공식 입장을 밝힐 것 △김순례·김진태·이종명 의원에 대해 당 지도부가 출당조치하겠다고 표명할 것 △국회 윤리특위에서 자유한국당도 제명 입장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줄 것 △한국판 홀로코스트법, 반5.18법 제정에 동참하겠다는 입장 밝혀줄 것 △당 지도부가 망월동 묘지에 와서 무릎 꿇고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대국민 사죄할 것 △5.18 진상규명조사위원에 적합한 위원을 추천할 것 등 6가지 요구사항을 밝혔다.

이에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광주시민들과 희생자분들, 유가족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당 지도부가 모르는 상태서 토론회를 했는데 저도 깜짝 놀랐다”며 “시스템이 잘못됐건 관행이 잘못됐건 그런 토론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고지받지 못했다면 그것도 당의 과오”라고 거듭 사과했다.

아울러 “그날 토론회에서 나온 문제가 된 발언들은 저희 당의 입장이 아니라는 건 수차례 말하고 사과말씀도 드렸다”며 “사과말씀 갖고 되겠냐마는 앞서 말했다시피 별걸 다 생각하고 있다. 광주에 가서 비대위를 열고 지도부 전체가 망월동 묘역을 참배하는 것도 검토 지시를 해놓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북한군 침투설 등에 대해서는 “일부 의원 중에 그리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당의 전체적 기류, 공식적 입장은 전혀 아니다. 이 문제는 이미 여러 사법적 판단이 내려진 상황이고,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안이라고 당은 결론 내리고 있다”고 했다.

세 의원에 대한 징계에 대해서는 “당 윤리위에 넘겨 놨다. 말한 요구하는 정도의 조치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윤리위가 열리고 있으니 기다려주면 감사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국회 윤리위에서 세 의원에 대한 제명에 동참해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쉽게 대답 드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더불어 반 5.18법, 진상조사위원 추천문제에 대해서도 즉답을 피했다. 다만 진상조사위원 추천문제에 대해서는 “후속조치를 빠르게 처리하도록 원내대표에게 얘기하겠다”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은 “말씀드린 요구들을 우리가 100% 원하는 방향으로 다 수용하기는 어려울 거라 본다”며 “그런 점에 있어서 의원제명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선 아마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최대한 노력해 절대 가볍게 여기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희생자 영령과 유가족들, 광주시민들에게 깊은 유감의 말씀과 함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틀림없이 이 일이 의원들이나 당의 지도부나 당의 중요 인사들에게 여러 가지 차원에서 깊은 성찰의 기회를 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의 사과가 위기를 순간적으로 넘기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 순간을 모면하고 적당히 덮지 않겠느냐는 의심들이 아마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자유한국당도 제대로 된 역사인식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당이 되도록 하고 있다. 이번에 내리는 조치가 절대로 미봉책이 아닐 것이다. 이번 일이 자유한국당이 쇄신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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