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진단 키트 판매 기대반 우려반
전문가 상담 없이 자의적 판단시 문제소지
편의성 무기로 골목상권 위축 우려 목소리

가인패드ⒸGS리테일
가인패드ⒸGS리테일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가 지난 23일부터 패드형 자궁경부암 원인 바이러스 진단키트인 ‘가인패드’의  판매를 시작했다. 이는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최초의 ‘진단의료기기’다.

편의점을 통해 손쉽게 자궁경부암을 진단할 수 있는 패드를 구매할 수 있어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도 분명 존재하지만, 의약계는 전문가 상담없이 이뤄지는 진단이 오히려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편의점의 지속적인 사업다각화로 인한 품목 확대가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라고 비난하고 있다.

GS리테일은 전문의약플랫폼을 목표로 내세워 GS25에서 가인패드 판매를 시작했지만, 이를 둘러싼 불편한 시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편의점 최초 ‘진단의료기기’취급, 의약계는 우려의 시선

가인패드는 분자진단 및 체외진단기기 연구개발 전문기업인 티씨엠생명과학에서 생산하는 제품으로 생리대와 유사한 형태를 띤다. 이 패드를 4시간동안 착용 후 패드 내의 필터를 분리해 우편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검사 결과는 최대 3일 이내 우편물로 통보되며, 감염진단은 티씨엠생명과학의 DNA검진센터에서 이뤄진다. 가격은 7만6000원이다.

여성들이 걸리는 암 중에서 두 번째로 발병률이 높은 자궁경부암은 한해 3500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2017년에는 800명 이상이 자궁경부암으로 인해 사망했다. 하루 평균 2명 이상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한 셈이다.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Human Papiloma Virus)로서, 현재까지 알려진 인유두종바이러스 종류는 150여 종에 달한다. 특히 16, 18형 바이러스가 자궁경부암 원인의 약 70%를 차지하는 치명적인 고위험 바이러스다.

이번에 판매되는 가인패드는 바로 이 ‘자궁경부암 원인 바이러스’ 감염여부를 자가 검진하는 방식으로서, 자궁경부암 발병 가능성을 조기에 알 수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가인패드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일부 바이러스, 즉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의 여부다.

여기서 여러 목소리가 나온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서 발표한 성명문에 따르면 “거의 모든 국가에서 20~30대 여성에게 선별검사로 인유두종 바이러스 검사가 아닌 자궁경부암 세포 검사를 우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가인패드는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대한 검출이 목적인데 마치 자궁경부암 검진을 대체하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어 잘못된 의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에서 2년마다 시행하는 자궁경부암 검진을 거부해 초기 암을 놓칠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우려가 된다”며 “국민에게 잘못된 건강 정보로 인해 피해가 생길 것을 경고함과 동시에 검진과 진료는 의사에게 맡겨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약사회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최초로 판매하는 가인패드가 진단의료기인 측면에서 봤을 때 편의성 및 접근성이 좋아진다는 점이 오히려 우려 된다”며 “전문가와의 상담 및 판단 없이 소비자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간편한 선택과 검진이 가능한 점이 문제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GS리테일 측은 오히려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현저히 떨어지는 국가 암 검진 수검률(2016년 기준 20대 26.9%,30대 53.1%)로 볼 때 여성들의 산부인과 진료에 대한 거부감이 심각한 문제”라며 “의료사각지대에 거주하는 도서‧산간 지역 여성들이나 산부인과 진료에 부담을 느끼는 여성들에게는 보다 편리하게 자궁경부암 원인 바이러스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해 암 조기 예방으로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GS의 전 방위 사업 확장...이대로 괜찮을까

그동안 GS리테일은 ‘라이프스타일플랫폼’을 지향한다는 방침으로 GS25의 사업 품목을 꾸준히 확장시켜 왔다. 

편의점은 이름 그대로 접근성과 편의성을 무기로 한다. 문제는 한 두 골목 건너 하나씩 자리 잡은 편의점들이 단순한 마트 역할을 뛰어 넘어 도시락과 치킨 등 조리식품과 식자재까지 차츰 영역을 넓혀 가면서 인근 음식점 및 골목상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도시락을 판매하고, 매장에서 치킨을 만드는 것에 이어 지난 2018년에는 GS25가 편의점 최초로 스테이크용 정육까지 판매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정육점 창업 커뮤니티에서는 “대기업이 해도 너무 한다”,“ 서민이 설 자리가 없는 나라, 슬프다”등 누리꾼들의 비판적인 의견이 달리기도 했다.

이렇게 여러 사업 품목에 손을 뻗치는 편의점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입장도 달가울 리 없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신종유통점을 통해 지속적인 사업다각화를 펼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제 편의점인 GS25는 금융과 택배, 모빌리티에 이어 전문의약플랫폼 기능까지 제공한다.

약사회 관계자는 “의약품은 전문가를 통해 정확하게 사용이 돼야 하는데 자의적인 판단으로 구매가 가능하게 된다면 향후 소비자들에게 더 큰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며 “기업 측에서는 경제적 측면에서 접근하겠지만 국민 건강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는 우려의 시선을 드러냈다.

이에 GS리테일 관계자는 “GS25에서는 현재 정부에서 약사를 거치지 않고도 판매가 가능하다고 승인받은 일부 의약품만 취급 중이며, 앞으로도 법적으로 허가 받은 의약품만을 판매할 예정이기 때문에 전문성이나 신뢰성 부족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약 전문 플랫폼’이라 해서 거창한 의미를 부여한다기보다는 편의점 특성상 24시간 운영하기 때문에 심야 시간이나 주말에 긴급히 약이 필요한 소비자 등에게 좀 더 가깝고 편리하게 다가간다는 의미로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골목상권 침해에 관해서는 “가맹구조가 대부분 개별 점포 단위로 이뤄져 있어 편의점주 또한 소상공인이다”라며 “아무리 작은 목소리라도 경청하고, 골목상권이 상생해 나갈 수 있도록 연계 서비스 및 관련 상품 개발을 통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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