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부모 죗값, 자식이 대신 치러라?’ 신(新)연좌제 ‘공방’
[긴급진단] ‘부모 죗값, 자식이 대신 치러라?’ 신(新)연좌제 ‘공방’
  • 전소영 기자
  • 승인 2019.07.03 1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예계 부모 채무 책임 둘러싼 논란
‘도의적 책임’이냐, ‘현대판 연좌제’냐
유교적 집단주의·가족주의 영향 커
신(新)연좌제, 인권침해 야기 우려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과거 대역죄나 국가반역 행위, 정부나 왕, 귀족 등에게 반발하는 행위를 저지른 모반자(謀反者)에 대해서는 부모나 형제, 사촌, 육촌, 팔촌의 가족까지도 함께 처벌했다.

부여에서는 사형에 처했거나 살인한 자의 가족을 노비로 만들었고, 고구려에서도 중죄로 사형을 당하거나 모반 행위를 한 처자식을 노비로 삼았는 기록이 있다. 191년(고국천왕 13년)에 귀천을 막론하고 재상에게 복종하지 않는 자의 일족을 극형에 처한다는 법이 시행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모두 범죄자와 특정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대 책임을 지도록 하는 ‘연좌제’에 기초해 이뤄졌다. 한국은 조선 후기까지만 하더라도 연좌제가 시행됐으나, 1894년 갑오개혁 당시 ‘범인 이외에 연좌시키는 법은 일절 시행하지 마라’는 사책임개별화원칙이 선언됨에 따라 연좌제가 폐지됐다.

그러나 여전히 신원조회를 통한 신분상 불이익이나 감시, 공직임용이나 취업을 제한하는 등 방식의 연좌제가 통용돼왔다. 이후 1980년 제5공화국 헌법에 ‘연좌제 금지’가 명문화되며, 다시금 폐지가 공식화됐다.

민형사상의 연좌제가 사라진지 수십년이 흘렀지만 우리 사회에는 정서상의 연좌제가 잔존하고 있다. 

이른바 ‘현대판 연좌제’, ‘신(新)연좌제’는 가족이라는 집단으로 묶인 이들의 ‘도의적 책임’의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2차, 3차 피해가 속출하다 보니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한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유교적인 문화가 강한 한국에는 전통적 가치와 현대적 가치가 혼재하면서 연좌제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과연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왼쪽부터) 래퍼 마이크로닷, 래퍼 도끼 ⓒ뉴시스
(왼쪽부터) 래퍼 마이크로닷, 래퍼 도끼 ⓒ뉴시스

부모가 진 빚, 자식이 갚아라?

연예계 부모에 의한 채무 논란은 래퍼 마이크로닷 사건에서 비롯됐다. 1998년 충북 제천에서 목장을 운영하던 마이크로닷의 부모는 당시 마을 주민들의 돈을 편취해 뉴질랜드로 도주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마이크로닷은 의혹을 부인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지만, 구체적인 증거와 정황이 확인되면서 결국 자신이 참여한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에 이르렀다.

래퍼 도끼도 모친의 채무로 한차례 소동을 빚었다. 도끼의 모친이 20년 전 중학교 동창으로부터 1000만원을 빌렸지만 갚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발인은 2002년 빌린 돈을 갚으라는 취지의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지만 이후에도 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도끼는 어머니가 돈을 빌렸을 당시 파산선고를 받았고, 상대방은 공탁금을 찾아갔기 때문에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아들로서 책임을 느끼고 피해보상을 하기로 결정하고 당사자간 합의로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외에도 다수의 연예인들이 부모 채무 논란에 휩싸였고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논란 초기만 하더라도 피해 채무자를 두둔하는 여론이 컸다. 채무자와 그 가족인 연예인들이 피해에 대한 고통을 외면하고 부적절한 대응 등으로 비판의 대상이 된 탓도 있겠지만, 가족이기 때문에 혹은 자식이기 때문에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가정사가 공개되거나, 연예인이라는 상대의 신분을 악용해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등의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책임 여부를 떠나 연좌제적 성격이 짙어지다 보니 ‘마녀사냥’이라는 비판 여론도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3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예계 부모 채무 책임 논란 및 연좌제’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7.5%가 ‘현대판 연좌제이자 마녀사냥이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으며, ‘가족으로서 도의적 책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21.9%로 조사됐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가해자의 가족도 가해자?

연좌제의 잣대가 범죄자와 그 가족들에게 향했을 때 결과는 더욱 가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8조의2에 의거해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것’ 등 4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범죄 사건의 피의자의 경우 얼굴과 성명, 나이 등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정하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를 근거로 강력범죄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있지만, 덩달아 그 가족들의 신상까지 함께 공개돼버리는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다.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낙인은 제2, 제3의 피해를 낳는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2016년 대부도 토막살인 사건 피의자의 신상이 알려진 후 그의 가족과 지인을 상대로 한 신상털기와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 사이버 공간에서 집단적으로 괴롭히는 행위)이 발생했다. 또 아버지의 성범죄 이력이 지역사회에 알려지자 학교나 주변에서 소문이 날까 두려워 그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최근에는 잔인한 수법으로 전남편을 살해한 고유정씨와 관련해, 고씨의 아버지가 과거 운영했던 업체의 위치와 같다는 이유로 한 렌터카 업체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상에서 불매운동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 2항에서는 ‘신상공개 시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고 이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자칫 과잉보호로 범죄 피의자를 옹호한다는 부작용 탓에 낙인으로 인한 가해자 가족의 고통을 알면서도 섣불리 어쩔 도리가 없어 피해가 계속되는 형국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유교문화 강해 나타나는 현상”

앞서 언급된 것처럼 우리나라는 헌법상 연좌제가 금지돼있다. 대한민국헌법 제14조 3항은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 단위의 공동체 의식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어떤 범죄에 대한 법적 처벌이나 그에 대한 책임이 국민의 정서에 못 미칠 때 가해자의 가족이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이 넓게 자리 잡고 있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윤인진 교수는 신(新)연좌제는 한국 등 유교문화가 강한 동양권에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처럼 집단주의와 가족주의가 강하면 개인의 행위를 귀인(歸因)할 때 법률과 관계없이 가족 전체가 책임져야 하는 문화적 성향을 보인다는 분석이다.

윤 교수는 “법률적인 효력보다는 사회적, 정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회문화 심리학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개인주의가 발달한 서구사회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라며 “서구사회는 한 개인의 행동 원인을 그 개인에 한정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한국 등 유교적 문화가 강한 동양권에서는 한 개인의 행위를 관련 집단이나 문화와 연관시키는 등 폭넓게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컨대 2007년 발생한 버지니아 공대에서 발생한 한국계 미국인의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미국에서는 한 개인의 정신적 문제를 원인으로 봤다”며 “반면 한국에서는 범인이 미국시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계 미국인이기 때문에 총영사관에서 사과했으며, 한국 언론에서는 이민 1.5세의 문화적응 문제라고 연관시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신연좌제 현상은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갈등의 해법은 국민들이 기본적 사회 질서의 토대가 무엇인지 깨닫는 데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실질적·법률적 책임을 주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개인의 신상정보를 캐거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등의 행위는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같은 맥락에서 부모의 잘못을 자식에게 책임지도록 하는 것도 과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전통적 가치와 현대적 가치가 혼재하는 상황인데, 현대적인 현상에 전통적 가치를 들이대면서 발생하는 문제”라며 “현재 한국 사회는 실존법 체계이자 개인의 인권과 권리, 의무가 근간이 된다. 모든 법과 사회적 관계가 과거처럼 가족이나 공동체가 아닌 개인이 토대가 된다. 그러다 보니 실존법과 정도법 사이에서 괴리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사회 질서의 기본적인 토대가 무엇인지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연좌제 현상은) 개인의 권리와 인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임을 국민들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 이를 어겼을 때 법률적 책임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윤진한 2019-07-04 02:47:49
패전국은 승전국이나 주권국가가 베푸는 아량만큼만 인정받고 살아야 함.


http://blog.daum.net/macmaca/2645

윤진한 2019-07-04 02:44:52
한국사와 세계사와의 연계는 가장 옳은 정답에 해당됩니다. 한나라이후 세계종교로 동아시아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잡아온 유교전통.

해방후 유교국 조선.대한제국 최고 대학 지위는 성균관대로 계승, 제사(석전)는 성균관으로 분리됨. 최고 제사장 지위는 황사손(이 원)이 승계하였습니다. 한국의 Royal대는 국사에 나오는 최고 교육기관 성균관의 정통을 승계한 성균관대. 그리고 세계사를 반영 관습법적으로 교황윤허 서강대. http://blog.daum.net/macmaca/25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