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복재약 승인, 회계변경 위한 급조 이벤트” 진술
기업가치 상승·회계방식 변경 이유라던 삼바 근거 휘청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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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회계사기) 사건은 삼성물산과 합병을 앞둔 모회사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 자사 기업가치를 부당한 방식으로 부풀렸다는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삼성바이오는 자사가 보유한 바이오시밀러 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삼성에피스)에 부당한 회계방식을 적용해 기업가치를 끌러올렸다는 것이다.

이에 기업가치 평가 문제와 함께 회계방식 변경은 이번 사건의 성격을 가르는 최대 쟁점이었다. 그동안 삼성은 삼성에피스의 기업가치가 크게 커져 회계기준을 변경한 것이라며 설명해왔다. 하지만 최근 검찰 수사과정에서 삼성의 제시한 근거가 무너지는 정황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가장 결정타는 삼성바이오가 그동안 주장해왔던 삼성에피스의 회계기준 변경 근거가 사실과 다른 것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동중 전무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지난 2015년 말 엔브렐 등 바이오복제약의 국내외 판매 승인을 적극 홍보한 것이 회계처리 변경을 위한 급조된 이벤트라는 취지의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그동안 바이오복제약 판매 승인으로 삼성에피스 가치가 급등해 회계처리 방식을 바꿀 수 밖에 없다는 기존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가 급등한 이유로 자회사 삼성에피스의 시장 가치가 높아져 합작회사인 미국 바이오젠과 맺은 콜옵션(특정 시점에 지분을 살 권리)이 발동될 수 있어 삼성에피스를 기존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해 회계적용했다고 설명해왔다.

장부가액을 반영하는 종속회사와 달리 관계회사로 설정할 경우 시장에서 거래하는 가치인 시장가치가 적용된다. 삼성에피스는 2015년 말 자산 6500억원, 부채 3600억원이었지만 기업가치가 무려 5조2726억원으로 책정됐다. 이중 삼성바이오의 지분율(91.2%) 만큼인 4조8086억원이 삼성바이오 재무제표의 비유동자산 항목에 포함되면서 삼성바이오 가치를 크게 끌어올렸다.

문제는 2015년 삼성바이오의 가치가 커지면서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이 보유했던 콜옵션 가치도 덩달아 커졌고 삼성바이오는 완전 자본잠식 위기에 빠진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는 자회사인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꿨고 이 과정에서 회사 가치가 크게 커졌다는 게 삼성 측의 최근까지 설명이었다.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 회계방식을 변경했다는 것은 김태한 대표가 이미 검찰 수사과정에서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고의성의 근거로 해석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회계기준상 종속회사를 관계회사로 바꾸기 위해서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 중대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 검찰에 따르면 이를 위해 삼성바이오는 삼성에피스의 미국 주식시장 상장을 추진했지만, 이게 무산되자 급하게 복제약 판매승인으로 인한 기업가치 상승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삼성바이오가 홍보한 복제약 판매승인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게 아니라면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근거는 흔들리게 된다.

앞서 삼성바이오는 당시 바이오복제약 시판 승인이 얼마나 중요한 이벤트인지 강조해왔다. 삼성바이오는 지난해 금융당국 등에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판매승인 받은 엔브렐과 레미케이드가 전 세계 의약품 중 매출 3위와 4위에 해당하는 제품으로 판매허가는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매우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복제약 판매 승인으로 삼성에피스의 기업가치에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바이오 복제약 개발 성과가 2015년이 아닌 2013년부터 일부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3년 5월 삼성에피스의 주력 바이오 복제약인 엔브렐의 ‘베네팔리’와 레미케이드의 ‘플릭사비’의 임상 1상 개시 승인을 받았고, 2014년 6월에는 5종의 복제약도 임상 1상 개시 승인을 받았다. 바이오 복제약이 임상 1상 단계 통과가 사실상 바이오 복제약 ‘완성’에 근접한 것으로 복제약 승인에 따른 효과는 이미 2013년에 발효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결국 2013년의 성과를 회계적용 방식 변경을 위해 2015년에 ‘급조해’ 다시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 2015년까지 기업가치는 일정했다는 평가가 담긴 삼성바이오 내부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참여연대에서도 바이오복제약의 판매 승인이 막대한 매출을 보장해 주는 등 기업가치 평가 요인이 될 수 없다며 삼성바이오 측의 주장을 반박해왔다. 이에 검찰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번 김동중 CFO의 진술이 사실상 ‘분식회계가 아니다’라는 삼성바이오의 마지막 논리가 무너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삼성 측이 검찰 조사에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관련 조작된 자료를 두고 ‘실무자의 독단적 판단’이란 취지로 해명하는 등 네탓 공방이 이뤄지면서 책임자 규명과 처벌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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