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조위, 故 김용균 사망사고 조사결과 공개
노동자 개인 과실 아닌 원·하청 간 구조문제
구조·고용·인권, 안전기술, 법·제도 등 개선 권고
이낙연 “관계기관, 권고 정책에 최대한 반영해야”

故 김용균씨 ⓒ뉴시스
故 김용균씨 ⓒ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지난해 12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에서 근무하던 중 사망한 故 김용균씨의 사고원인이 위험의 외주화 및 원·하청 사이의 책임회피에 있었다는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의’(이하 특조위)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대해 정부는 특조위의 권고를 적극 고려해 발전사 노동자의 안전강화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11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20대 노동자 故 김용균씨는 석탄운송설비 타워 현장에서 협착사고로 사망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노동안전보건 실태를 파악하고 노동안전보건 관련 개선과제 및 재해 재발방지 대책 권고안을 수립하는 취지의 특조위가 꾸려졌고, 특조위는 약 4개월에 걸쳐 조사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특조위는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故 김용균씨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진상조사 결과와 더불어 발전사 민영화·외주화 철회 등을 주요 내용으로 포함한 권고안을 공개했다.

지난 1월 =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열린 고 김용균씨 4차 범국민 추모제 ⓒ뉴시스
지난 1월 =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열린 고 김용균씨 4차 범국민 추모제 ⓒ뉴시스

“원·하청 구조문제로 인한 죽음”

특조위는 故 김용균씨 사망사고 원인이 노동자 개인의 잘못이 아닌 원·하청 구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조위에 따르면 故 김용균씨가 소속돼있던 한국발전기술의 작업지침서에는 ‘벨트 및 회전기 근접작업 수행 중에 비상 정지되지 않도록 접금금지’, ‘회전기기에 말려들지 않도록 2인 1조 작업수행’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에서는 ‘석탄취급설비 낙탄처리 일지’ 일일 보고를 하도록 돼 있어 컨베이어 벨트가 작동하는 과정에서도 낙탄 처리를 하도록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즉, 사고 당시 한국서부발전 등에서 故 김용균씨가 매뉴얼에 없는 사항을 개인이 근무수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던 것과 달리 지침에 따라 작업에 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조위는 “근무수칙 위반이 아닌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험한 업무를 전가한 형태가 원인이 됐다”며 “외주화·민간 개방이라는 정책이 정부와 발전사의 방침이 뒤에 구조적으로 놓여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하청의 구조적 문제라고 하는 이유는 권한 있는 발전 원청사는 ‘우리 소속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므로 산재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질 필요가 없는데 굳이 돈을 들여 설비를 개선하고 안전조치를 취해야 될 유인이 낮아져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실제 협력사 사용자는 ‘남의 시설’이라는 입장이기 때문에 굳이 자기 돈을 들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 시설을 개선하려면 발전사에게 소유권이 있기 때문에 일일이 승인을 받지 않으면 아무 것도 손 댈 수 없는 구조”라며 “쌍방 간 책임의 공백사태가 발생했고,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과정에서 위험은 흘러갔다”고 부연했다.

특조위는 “외주화는 비용절감이 목적이다. 결국 외주화 민간경쟁체제 또는 경쟁체제 동비 등 이 같은 정부정책에서부터 발전사의 경쟁방침까지 하나가 돼 故 김용균씨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故 김용균 특조위 조사결과를 발표 ⓒ뉴시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故 김용균 특조위 조사결과를 발표 ⓒ뉴시스

분야별 22개 권고 조치

특조위는 이날 ▲구조·고용·인권 분야 ▲안전기술 분야 ▲법·제도 개선 분야로 나눠 주요 권고사항을 공개했다.

첫 번째로 구조·고용·인권 분야에서는 발전사의 경상정비 및 연료·환경설비 운전업무의 민영화·외주화를 철회할 것을 권고했다.

또 중장기적으로 전력산업의 수직통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한편 우선적으로 발전산업 분야를 통합할 것을 제안했다.

이 밖에도 정비·운전 등 위험업무의 안전한 수행을 위한 필요인력 충원, 노동자 인권보장을 위한 구체적 권리 현실화, 정부의 경영평가 및 발전사 내부평가에서 사용되는 지표의 산재 관련 감점지표제도 개선 등을 요청했다.

두 번째로 안전기술 분야에서는 사업주에게 안전에 관한 분명한 책임을 부과할 수 있는 안전관리조직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고 발전소 위험성평가제도의 전반적인 개선 등을 권고했다.

또 1급 발암물질 등 고독성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방안과 원·하청 통합의 효율적인 보건관리체계를 확립할 것을 강조했다.

이 밖에도 노동안전보건에 관한 노동자 또는 그 대표의 참여권을 실질적 보장, 시설설비 개선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법·제도 개선 분야에서는 정부의 산업안전보건 관리감독을 위한 인력 조직체계 및 운영상의 문제 개선을 위해 전문성·독립성을 향상하고 고용노동부 조직 개편 및 강화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또 노동안전과 관련해 기업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령 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징벌적손해배상제도 도입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기업들이 주체적으로 사회 책임경영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 네트워크 구축, 인증평가제도 마련 등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뉴시스
이낙연 국무총리 ⓒ뉴시스

“발전사 노동자 안전강화방안 마련할 것”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특조위 발표 이후 관계기관에 특조위 권고사항을 정책에 최대한 반영해줄 것을 지시했다.

이 총리는 “故 김용균씨 사고 원인이 위험의 외주화 및 원·하청 간 책임회피로 드러났고, 개선방안 등 22개 사항이 권고됐다”며 “정부는 특조위의 권고사항을 최대한 존중하고 발전사 노동자들을 위한 안전강화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노동부 등 관계기간에서는 이번 조사를 통해 밝혀진 발전소의 안전보건 실태와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시정하는 한편 권고를 정책에 적극 반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한국서부발전이 산업재해사망에 대해 원·하청 노동자 사이에 차등을 둔 사실이 확인됐는데 이는 용납할 수 일”이라며 “관계부처는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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