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출마 여부 묻는 질의에 답변은 “결정내리지 않았다”
도로공사·주금공·국민연금·중진공·가스안전공사 등 출마설
지난 20대 총선 출마 15명의 기관장·임원 중 6명만 금배지
국회의원, 30억원에 달하는 세비…200여가지의 유무형 특권

도로공사 이강래 사장, 가스안전공사 김형근 사장, 주택금융공사 이정환 사장, 중진공 이상직 이사장, 국민연금 김성주 이사장 (좌측부터) ⓒ뉴시스
도로공사 이강래 사장, 가스안전공사 김형근 사장, 주택금융공사 이정환 사장, 중진공 이상직 이사장, 국민연금 김성주 이사장 (좌측부터)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올해 국감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공기관장들의 총선 출마 여부가 관심을 모았다. 국회의원들도 해당 기관장이 출석했을 때 우선적으로 내년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기관장 출마 예상 지역구 의원들은 노골적으로 압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감장에서 기관장들의 입을 여는데는 실패했다. 대부분 기관장들이 ‘업무가 바빠 아직 생각을 안해봤다’, ‘총선 출마 여부를 결정내리진 않았다’ 등 모호한 답변으로 상황을 모면했다.

하지만 이미 총선을 앞두고 행보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는 기관장들도 많다.

총선을 대비해 지역에 사회공헌 기금을 푼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으며 수사를 받고 있는 기관장, 경영행보가 정치적 판단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노조로부터 총선 출마시 낙선 운동을 예고받은 기관장, 자신의 지역구였던 지역에 추석연휴 현수막을 걸었던 기관장, 실적을 쌓기 위해 무리한 업무를 강행하면서 직원들을 고강도 노동에 빠뜨린 기관장 등이 존재하고 있다.

올해 국감에서 총선 출마 여부가 관심을 모았던 기관 CEO는 3선 의원 출신의 도로공사 이강래 사장, 2차례 출마했다 낙선한 주택금융공사 이정환 사장, 국민연금공단 김성주 이사장, 19대 국회의원이었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상직 이사장, 가스안전공사 김형근 사장 등이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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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후 총선 출마할까? 답변은 회피

먼저 한국도로공사 이강래 사장의 출마설이 국정감사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 사장은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민주당 전 원내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아직 결정된 것 없다’고 밝힌 이강래 사장은 “제가 지금 단정적으로 말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답변을 회피했지만 총선 출마 가능성은 열어뒀다.

하지만 톨게이트 수납원들의 정규직화 과정에서 노조와의 마찰이 컸던 것이 총선 행보에 발목을 잡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 사장의 총선 출마를 대놓고 막겠다고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가스안전공사 김형근 사장은 회사의 사회공헌 자금을 지역에 뿌리다 총선 행보 아니냐는 의혹을 받으며 배임 혐의로 수사까지 받고 있다.

김 사장은 가스안전공사의 사회공헌자금 3억5000만원 중 일부를 지출명목과 다르게 특정 지역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사장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청주 출신의 김 사장은 20대 총선에서 예비후보로 나섰다가 중도 포기한 바 있다.

주택금융공사 이정환 사장도 출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감에 출석한 이정환 사장은 출마 여부를 묻는 질의에 “안심전환대출로 바빠 생각 못했다”고 밝히며 끝끝내 즉답을 피했다.

이 사장의 출마 여부가 관심을 모은 이유는 주금공의 사회공헌사업이 부산 남구에 편중됐기 때문이다. 부산 남구는 이 사장이 19대, 20대 총선에 나와 낙마한 지역으로 21대 총선에서도 유력한 출마 인사를 꼽히고 있다.

또 2차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오롯이 주금공이 담당하면서 이 사장이 실적을 쌓기 위해 무리하게 경영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상직 이사장도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감에 출석해 여당 의원으로부터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아무래도 총선 출마 못하실 거 같은데...”라는 덕담을 받았다.

그러면서 출마 여부를 묻는 질의에는 “현업에 전념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 이사장은 ‘낙하산 인사’ 논란과 함께 19대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에 추석인사 명목으로 홍보성 현수막을 다수 내건 것이 확인되면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19대 국회의원이었던 국민연금공단 김성주 이사장도 지난 10일 국민연금 전주 본사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 총선 행보에 대한 견제구를 받았다. 출마 여부를 묻는 질의에 김 이사장은 “아직까지 한번도 대답 드린적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내년 총선 예상 출마지역 행사장을 찾은 것이 비판을 받았다.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은 “노후자금 업무에 충실해야 할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본인 총선 준비에 여념이 없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기도 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도 출마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됐던 기관장 상당수가 실제 출마로 이어지면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기관장의 역할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위해 기관의 업무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기관장 사퇴 후 출마, 금배지 단 의원들

적게는 수백명에서 많게는 수만명에 달하는 직원을 둔 공공기관장이 당선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올만큼 국회의원의 특권은 상당하다. 

국회의원은 금전적으로 1년에 1억5000여만원에 달하는 세비를 받으면서 임기 4년동안 각종 수당으로 6억원에 달하는 세비를 추가로 받는다. 또 의정활동 지원비(보좌진 7명, 인턴2명), 정치 후원금, 선거비용 국가보조금까지 추가하면 30억원이 넘는 세비를 지원받는다.

하지만 핵심은 거액의 돈이 아니다.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불체포특권, 면책특권 등 200여가지의 유무형 특권이다.

실제로 지난 20대 총선에서도 기관장을 하다 총선이 다가오자 사퇴 후 출마 한 경우가 많았다.

20대 총선에서 13명의 기관장과 2명의 임원 등 모두 15명이 몸담았던 공공기관을 그만두고 여의도 입성을 위해 출마했다. 이들 중 6명이 ‘금배지’를 다는데 성공했다.

먼저 자유한국당 최연혜 의원은 총선이 다가오자 코레일 사장직에서 물러나 비례대표를 신청해 5순위로 당선,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직을 수행하던 신용현 의원도 비례대표 1순위를 받으며 국회에 입성했다.

박완수 의원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직을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않고 그만두면서 논란이 됐다. 퇴임 이후 공석이 된 인천공항은 수화물 처리 지연으로 ‘수화물 대란’이 발생 책임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구의 탄탄한 지지기반을 통해 당선됐다.

한국공항공사 사장이었던 자유한국당 김석기 의원도 마찬가지다. 퇴임 직후 제주공항 폭설사태가 벌어져 비판을 받았지만 금배지를 다는데 성공했다.

또 곽상도 의원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직을 수행하다 사퇴하고 출마해 당선됐으며,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원장이었던 김선동 의원도 중도 사퇴 후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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