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전 DB그룹 회장ⓒ뉴시스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가사도우미 성폭행과 비서 성추행 혐의로 체포된 김준기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24일 김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체류하던 김 회장이 3년여 만에 귀국해 공항에서 체포된 지 하루만이다.

경찰 측은 확보한 증거 등을 바탕으로 충분히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김 전 회장을 고발한 가사도우미 A씨로부터 녹음 파일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고소인 및 참고인 조사는 마무리된 상태다. 김 전 회장은 ‘합의된 성관계’였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1년여간 자신의 별장 가사도우미로 일했던 A씨로부터 지난해 1월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했다.

이에 앞서 김 전 회장은 같은 해 9월 비서로 근무했던 B씨로부터도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경찰은 두 건의 고소장을 접수해 피해자 조사는 마쳤지만 피고소인인 김 전 회장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지 못했다. 김 전 회장이 2017년 7월부터 질병 치료차 미국에 체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은 여비서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그해 회장 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김 전 회장은 미국에 체류하면서 경찰의 수차례 소환요구에 불응하는 등 조사를 피해왔다. 이에 경찰은 김 전 회장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적색수배를 내렸다

장기 해외 체류로 결국 기소 중지 상태가 된 김 전 회장은 거듭된 송환 압박에 지난 23일 출국 약 3년 3개월 만에 귀국했다. 경찰은 귀국한 김 전 회장을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했다.

한편, DB그룹 측은 김 전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등 경찰 조사에 대해 “특별한 입장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김 전 회장은 현재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DB그룹에 대한 영향력은 여전하다. 이미 그룹은 장남인 김남호 부사장이 주요 계열사의 최대주주 자리를 꿰차며 지배력을 공고히하고 있다. 여기에 김 전 회장도 주요 계열사의 2대 주주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아들 김 부사장과 함께 그룹 핵심 금융계열사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DB손보를 통해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DB손보 최대주주는 지분 8.30%를 소유한 김남호 부사장이다. 김 전 회장도 6.65%로 뒤를 있고 있다. 장녀 주원씨 지분 3.15%를 합치면 김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DB손보 주식은 18.1%다.

또 김 전 회장이 설립한 공익법인 DB김준기문화재단도 DB손보(5%), DB금융투자(1.87%), DB저축은행(19.95%) 등 주요계열사 지분을 보유, 오너일가 지배력 강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DB그룹의 비금융계열사 또한 김 전 회장 부자가 최대주주로서 지배하고 있다. 상장사인 DB Inc(옛 동부C&I)에 김 부사장이 16.83%, 김 전 회장이 11.20%로 DB Inc의 1,2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다른 비금융계열 상장사인 DB하이텍은 DB Inc가 12.42% 최대주주, 김 전 회장이 3.61%, 김 부사장이 2.0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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