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 전 사전동의’ 문구 두고 CJ헬로·KT 갈등 부상
고객센터 노동자 고용구조 및 부동노동행위도 해결해야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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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CJ헬로가 KT와 맺은 알뜰폰 협정에 담긴 ‘인수합병 전 사전동의’ 문구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협정 당사자인 KT는 일반적인 규정에 해당한다는 입장이지만 CJ헬로는 경영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며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을 통해 고객센터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증언들이 지속적으로 쏟아져 나오며 원청의 책임론도 부각되고 있어, 인수합병을 앞둔 CJ헬로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6일 CJ헬로는 이날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KT와 맺은 알뜰폰 사업 협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지난 2015년 KT의 인터넷망 사용을 위해 맺은 ‘전기통신서비스 도매제공에 관한 협정서’ 제34조 2항에 ‘인수나 합병 등을 추진할 때 사전 동의를 받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인수합병을 앞두고 독소조항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CJ헬로는 협정서 내용을 초기에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부분은 인정한다면서도, 사전 동의는 경영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는 만큼 ‘3개월 전 서면통보’로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이에 따라 지난 2015년부터 개정을 요구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방통위에 조정을 신청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KT는 사전동의 조항은 일반적인 규정에 해당한다며, 인수합병이 이뤄지기 전 KT와 가입자 이익 침해 방지를 위한 방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CJ헬로와 LG유플러스의 합병이 이뤄진 후, 영업비밀 유출과 가입자 빼내기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CJ헬로는 해당 조항이 인수합병 자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보고 반드시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익 침해에 대한 문제도 인수합병 이후 큰 문제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어 양자간 협의로 사안이 정리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방통위는 “협정서 제34조 2항의 법적 효력과 관련해 상대방의 동의를 영업양도 등의 효력요건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한지, 조항의 내용 중 ‘그 사유 발생일 또는 예정일’이 불명확한 점은 없는지, ‘사전 서면동의’ 내용이 일방에게 차별적인 조건 또는 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의 주요 쟁점을 검토해 차기 회의 때 의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일 희망연대노조 CJ헬로 고객센터지부는 센터의 불법운영 및 노동실태를 고발하는 증언대회를 진행했다. ⓒ추혜선 의원실
지난 5일 희망연대노조 CJ헬로 고객센터지부는 센터의 불법운영 및 노동실태를 고발하는 증언대회를 진행했다. ⓒ추혜선 의원실

부당한 고용구조 개선촉구
부당노동행위 증언도 이어져

이와 함께 고객센터의 고용문제도 인수합병을 앞둔 CJ헬로가 갖고 있는 고민거리다. CJ헬로는 대주주 변경을 앞두고 있는 만큼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좁다고 설명하지만, 정치권과 노동계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원청의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하고 있다. 

CJ헬로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주장하는 노동문제의 핵심은 부당한 고용구조다. 현행법에서 인정하지 않는 개인도급계약을 맺거나 불법의 소지가 있는 이른바 ‘근로자영자’형태로 고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로자영자는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을 설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4대 보험을 가입하지만, 실제 임금은 원청에서 지급받는 설치·철거건당 수수료를 기준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기본급 외의 나머지 금액은 사업소득으로 처리되며 업체들은 세금 감면의 이득을 보게 된다.  

노조는 근로자영자가 소득세법상 불법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 세금감면을 위해 동일업체에서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동시에 발행하는 것 자체가 위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설치기사들의 자재비 구매 본인 부담 역시 근로기준법을 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도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협력업체의 직원 불법사찰이나 노조 탄압 등의 증언을 지난 수개월 동안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앞서 노조는 정의당 추혜선 의원, 김종훈 의원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조합원을 몰래 쫒아 다니며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근거로 압박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업무 편성권을 남용해 파업에 참여한 직원에게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증언을 내놨다. 

희망연대노조 이만재 조직국장은 “CJ헬로가 인수·합병을 통해 케이블TV 1위의 가입자 수를 확보하고 매년 수백억원의 이익을 내는 동안,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외주협력업체에서 일자리를 잃거나 불법적인 고용구조로 기본적인 노동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CJ헬로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문제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원청인 CJ헬로와 사실상 CJ헬로 인수를 확정한 LG유플러스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 역시 “이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고용구조를 담보하지 못할 때 방송통신 서비스의 안정성 또한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다”라며 “CJ헬로가 LG유플러스와 인수합병 이후의 고용안정 방안은커녕, 현재 협력업체에서 벌어지는 불법과 노조 탄압을 방관한다면 향후 기업결합을 한다한들 그 어떤 긍정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음이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CJ헬로는 이와 관련 문제해결을 위해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직접 개입에 나서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CJ헬로 관계자는 “고용조건이나 환경개선에 대한 고민은 하고 있다. 원청이니까 책임을 져야 한다는 외부의 지적도 인정을 한다”면서도 “하청업체 문제는 별도의 법인이라 그 회사의 고용구조나 관리구조를 일일이 개입하기 어려워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불안에 대해서도 CJ헬로가 명확한 결정을 내리고 말씀드리기 힘든 것이, 현재 인수합병이 진행 중이다보니 답변을 내놓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내년이면 대주주가 변경되고 책임과 역할이 달라질 텐데 미리 판단을 한다는 것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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