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한국마사회 소속 기수가 채용비리를 비롯한 부정 경마 등의 부정적인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29일 오전 5시 20분께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렛츠런파크) 소속 기수 A(40)씨가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동료가 화장실 안에서 숨져 있는 A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

경찰은 A씨의 방안에서 유서가 발견된 점을 미루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A씨가 남긴 유서에는 부정경마에 휘둘리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부정경마가 싫어 직접 마방을 경영하기 위해 일찌감치 조교사 면허를 취득했지만 친분 등으로 인한 채용비리로 인해 탈락한 아픔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조교사는 기수와 마필관리사 등을 관리하는 ‘총감독 역할’을 한다.

A씨는 유서에서 “기수라는 직업은 한계가 있었다. 모든 조교사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 조교사들이 부당한 지시에 놀아나야만 했다”며 부정경마 사례를 언급했다.

조교사들이 인기마들을 실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일부러 살살타게 해서 등급을 낮추게 한 뒤, 승부를 걸어 고액배당을 타는데 기수를 동원하고 이를 거부하면 아예 말을 탈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는 것.

또 채용비리와 관련해선 “하루빨리 조교사를 해야겠단 생각으로 죽기 살기 준비해서 조교사 면허를 받았다. 그럼 뭐하나. 마방을 못받으면 다 헛일인데”라고 적곤 “B처장과 친분이 있는 C가 좀 더 친한 다른사람들 때문에 마방을 못받아 이번엔 주는가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한 사람이 조교사 면허를 딱 받아서 와 버렸네. D처장과 친하신 분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가 숨진 것과 관련해 내부에서도 부정경마나 채용비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양정찬 부산경마공원 말 관리사 노조 지부장은 “일부 조교사들이 말의 상태가 별로니 힘들여 뛰지 말라고 하거나 채찍질 등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며 “스포츠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임에도 이런 요구를 하는데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채용비리와 관련해서도 “마방을 개설하는데는 마사회의 입김이 가장 크다”며 “특히 조교사 채용에 있어 마사회의 깜깜이 채용은 큰 문제다. 어떤 기준을 가지고 조교사를 채용하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며 조의를 표하곤 “유서를 직접 확인하지 못했지만 언론에 나온 유서 속 내용이 사실관계가 다른 것이 많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하지만 유서 속에 언급된 부분에 대해 무겁게 생각하고 있다. 마사회는 사건이 일어난 후 바로 내부 감사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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