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연동형 비례제 겨냥한 미래한국당에 위기감 도는 與
날 세우는 정의당 “불의에 맞선 불의…대국민 명분 없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간담회에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간담회에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40여일 남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하기 위해 미래통합당이 내세운 비례전담 위성정당 미래한국당 때문이다.

여당 내에서도 미래한국당이 전체 비례의석 47석 가운데 최소 10석에서 최대 15석을 가져갈 것으로 보고 있다.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20석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상태라면 민주당은 준연동형 의석 30석에서는 1석도 못 차지하지 못한 채, 나머지 17석 중 7~8석을 차지하는데 그친다는 위기감이 일고 있다.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는 미래한국당과 같은 비례전담 위성정당 창당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여전히 비례 위성정당 창당에는 선을 긋고 있지만, 이른바 진보 비례 연합정당 창당에 대해서는 검토에 나선 상황이다. 이에 지난 연말 4+1 공조를 통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함께했던 정의당과의 마찰이 커지고 있다.

위기감 도는 與

총선이 다가오면서 민주당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중도 보수 통합을 이뤄낸 미래통합당이 전 바른미래당과 안철수계 의원들을 흡수하며 세를 확장하고 있고, 특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지정된 의석 30석을 통합당의 비례정당 미래한국당이 휩쓸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통합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고 언급하자, 여당의 위기감은 고조되는 모양새다.

이후 민주당 지도부와 친문 인사들이 만찬 회동을 갖고 비례정당 관련 논의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주당도 비례정당 창당을 검토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민주당은 비례정당을 만들 뜻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러는 사이, 여권 일각과 진보성향 일부 시민단체의 여권 성향 비례정당 창당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진보 원로인사들이 모인 주권자국민회의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28일 “미래한국당이라는 사상 초유의 꼼수를 저지하고, 정치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선거연합 정당을 만들어내자”면서 진보진영 연합정당인 ‘정치개혁연합(가칭)’ 창당을 민주당 등 진보성향 정당들에 제안했다.

민주당 소속 정봉주 전 의원도 이날 ‘열린민주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우희종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등이 중심이 된 플랫폼 협치 정당 ‘시민을 위하여’도 2일 창당을 선언하는 등 진보진영 내 비례 연합정당 창당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과 관련해 비례정당 창당에는 선을 그어온 민주당도 비례 연합정당 창당 제안은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2일 기자들과 만나 “외부에서 온 제안에 대해서는 면밀하게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어 “외부에서 연합정당을 만들겠다는 제안, 가령 작은 정당으로 만들어진 연합정당이 해보자고 하면, 그것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며 “군소 정당이 충분히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본질인데 군소 정당도 살리면서 같이 연대할 수 있다면 이는 기본적으로 협치”라고 부연했다.

당내에서도 비례 연합정당 창당 주장에 발맞춰 당 비례공천관리위원회를 해체하고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위성정당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단 1명의 (비례대표) 후보도 내지 않을 테니 기형적으로 민심을 왜곡하는 비례한국당을 찍지 말아달라고 호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 원로인사들과 시민사회 인사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흥사단 강당에서 ‘미래한국당 저지와 정치개혁 완수를 위한 정치개혁연합(가칭) 창당 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진보 원로인사들과 시민사회 인사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흥사단 강당에서 ‘미래한국당 저지와 정치개혁 완수를 위한 정치개혁연합(가칭) 창당 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비례 몇 석에 초가삼간 다 태워”…반발하는 군소정당

이 같은 여권 일각의 비례 연합정당 창당 움직임과 민주당의 태도 변화에 지난 연말 민주당과 함께 4+1 공조를 통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했던 민생당과 정의당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민생당 김형구 부대변인은 2일 논평을 통해 “‘창당이 아닌 진보 세력 연합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이 떠오르고 있다”며 “듣기 좋은 말장난일 뿐 꼼수는 그냥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이 비례 정당 창당 혹은 연합으로 자신들이 직접 참여한 선거제도 개혁을 스스로 무력화시킨다면 국민은 고개를 돌리게 될 것”이라며 “비례 몇 석 얻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대의를 강조하며 비례 연합정당 창당에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심상정 대표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꼼수비례정당은 정당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비례민주당이든 또 비례민주연합당이든 비례정당의 창당은 대(對)미래한국당 명분은 있을 수 있으나 대국민 명분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원내 1당을 미래통합당에 빼앗겨 문 대통령이 탄핵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민주당의 패배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며 “통합당 대표의 탄핵발언 한마디에 민주당이 흔들리는 것은 특권수구 꼼수세력의 망동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소하 원내대표도 2일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미래한국당에 의해 민주주의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비례민주당’ 등 일각에서 들리는 ‘불의’에 맞선 ‘불의’는 무슨 이야기인가”라며 “이러한 구상은 민주당이 내려놓은 70년 승자독식 정치의 기득권을 국정농단세력을 핑계로 다시 회수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수구세력의 꼼수에 같은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모든 진보·개혁세력의 비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어렵게 이룬 정치개혁을 그 시작부터 짓밟는 게 아니라 중단 없는 정치개혁을 통한 진보·개혁세력 전체의 승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하에서 처음 치러지는 21대 총선이 점차 다가오면서 미래한국당의 파급력에 대한 여권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이에 여권 일각에서 나온 비례 연합정당 창당 제안에 대해 민주당은 진지한 검토에 나섰다. 그러나 그간 4+1 공조 등 개혁 입법을 함께해온 정의당 등 군소정당들의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민주당이 이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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