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석 얻은 與, 압승으로 끝난 총선
민주화 이후 최대 승리 거둔 민주당
양당제로 회귀…동서 지역구도 고착
민생당 ‘0석’ 등 군소정당들도 참패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21대 총선이 치러진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21대 총선이 치러진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지난 15일 치러진 21대 총선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됐다. 16일 오전 11시 현재 민주당은 비례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총 180석을 얻었다. 원내 1당으로 부상한 지난 20대 총선(123석)보다 57석을 더 얻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선거에서 한 정치세력이 180석 이상을 얻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대급부로 보수는 몰락했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과 그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103석에 머무르며 개헌저지선 구축에 그치는 참패를 당했다. 현 20대 국회에서 원내3당인 민생당은 단 1명의 의원도 배출하지 못하며 존폐가 위협받고 있다.

이번 총선으로 다시 양당제가 구축됐다. 또 동서 지역구도는 20대 총선 때보다 더욱 공고화됐다. 21대 총선부터 새로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수정당들의 원내진입과 다당제 구축이라는 본래 도입 취지와는 달리 거대양당의 비례전담정당들로 인해 양당제 회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참패한 보수…다시 돌아온 양당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전체 국회 의석의 5분의 3에 달하는 180석을 확보하며 역대급 승리를 거뒀다. 지역구 당선만으로도 단독 과반을 이루며 지난 2016년 20대 총선, 2017년 19대 대선, 2018년 7회 지선에 이어 4연승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또한 정의당과 열린민주당, 진보계열 무소속(이용호) 등 범여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190석에 달하는 의석을 확보한 상황이다. 이로써 개헌 추진에 필요한 200석에는 다소 부족하지만, 국회선진화법을 피할 수 있는 5분의 3 이상의 의석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주당계 정당이 과반을 차지한 사례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이 불었던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차지한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한 정치세력이 180석 이상을 얻은 것 역시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1990년 217석의 거대여당 민주자유당이 탄생한 바 있지만, 선거를 통해 얻은 의석이 아닌 3당 통합으로 만들어진 의석수였다.

지난 20대 총선 이후 연달아 패한 보수는 이번 총선에서도 참패를 피하지 못했다. 개헌저지선인 100석을 넘기는데 머물렀다. 통합당은 지역구에서 84석을 얻는 데 그쳤다. 텃밭인 영남에서 얻은 56석을 제외하면 나머지 지역에서 28석을 건졌다. 총 121석이 걸린 수도권에서 16석을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공천 문제로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4명(권성동·김태호·윤상현·홍준표)이 복당하더라도 통합당과 한국당의 의석수는 107석에 그친다. 민주화 이후 역대 총선에서 보수당이 가장 크게 패했던 17대 총선에서도 당시 한나라당은 121석을 얻었다.

아울러 이번 21대 총선의 한국정치는 다시 양당제로 회귀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구축된 다당제는 4년여 만에 명맥이 끊겼다. 거대양당인 민주당과 통합당은 전체 지역구 253석 중 97.6%에 달하는 247석을 얻었다. 통합당으로의 복당이 유력한 보수계열 무소속 의석 4석을 더하면 전체 지역구 의석 중 99.2%를 거대양당이 석권했다. 거대양당 소속이 아닌 지역구 당선자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경기 고양갑)와 전 국민의당 출신의 무소속 이용호 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 단 2명뿐이다. 비례대표 의석에서도 양당의 비례위성정당인 시민당과 한국당은 전체 47석에서 36석(76.5%)을 나눠가졌다.

현 20대 국회에서 제3당인 민생당은 텃밭인 호남에서 단 1석도 건지지 못했다. 호남 다선 중진의원들이 수성에 나섰지만, 민주당의 공세에 속수무책이었다. 비례대표 선거에서도 봉쇄조항인 3%에 미치지 못하는 2.7%의 지지를 얻는 데 그치며 민생당은 0석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당시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전망됐던 정의당은 거대양당의 비례정당으로 인해 현상 유지에 만족해야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안철수 열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은 6.8%의 지지율로 비례의석 3석을 얻는 데 그치며 독자세력화에 실패했다. 선거 전 높은 지지율로 돌풍을 예고했던 열린민주당도 여권 지지자들의 표심이 시민당으로 몰리면서 3석을 확보하는 데 머물렀다.

또한 지역구도는 다시 강화됐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보수의 텃밭인 대구에서 2석을, 부산·울산·경남에서 8석을 얻는 등 선전했다. 당시 새누리당(통합당의 전신)도 호남에서 2석을 얻었다. 그러나 이번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부산·울산·경남에서 7석을 얻는 데 그쳤다. 통합당은 호남에서 전패했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21대 총선이 치러진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당 개표 상황실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21대 총선이 치러진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당 개표 상황실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수도권 석권한 민주 vs. 영남 공고화한 통합

지역별로는 동서구도가 더욱 공고화된 모양새다. 민주당이 수도권과 충청, 호남, 제주를 석권한 반면, 통합당은 영남과 강원에서 강세를 보이며 맞섰다.

총 121석이 걸린 수도권에서 민주당은 103석을 얻어 완승을 거뒀다. 민주당은 서울(49석)에서 통합당에 강남·서초·송파(병 제외) 등 강남 3구와 용산 등 8개 지역만을 내줬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당시 새누리당(12석)과 국민의당(2석)이 서울에서 14석을 얻은 바 있다.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총 11석 중 7석을 얻었던 인천(13석)에서는 2곳만을 내주며 11석을 석권했다. 경기(59석)에서도 민주당은 51석을 휩쓸었다. 통합당은 20대 총선에서 얻었던 19석에서 7석으로 쪼그라들었다. 정의당은 경기 고양갑에서 유일한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했다.

충청권 28석 중에서도 민주당은 20석을 확보했다. 대전(7석)과 세종(2석)에서 완승을 거뒀고, 충북(8석)과 충남(11석)에서 각각 5석과 6석을 얻으며 통합당에 우위를 점했다. 통합당은 4년 전 14석을 확보했던 충청권에서 8석을 얻는 데 그쳤다.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열풍이 불었던 호남(28석)은 이번에는 민주당에 몰표를 줬다. 전북 남원·임실·순창에서 당선된 무소속 이용호 의원을 제외한 27곳에서 민주당은 압승했다. 민주당은 4년 전 호남에서 불과 3석을 얻으며 국민의당에 충격패한 바 있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65석이 몰려있는 영남은 통합당의 마지막 보루가 됐다. 통합당은 텃밭인 대구(12석, 무소속 홍준표 포함)와 경북(13석)을 석권했다. 20대 총선에서 진보계열 무소속 후보들에게 2석을 넘겨줬던 울산(6석)에서도 이번에는 민주당에 1석만을 내줬다. 4년 전 민주당과 정의당에 도합 9석을 잃으며 거센 도전을 받았던 부산(18석)과 경남(16석)에서도 이번에는 민주당에 6석만을 내주며 선방했다.(무소속 김태호 제외)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1석을 얻는 데 그친 강원(8석)에서 원주 갑·을과 춘천·철원·화천·양구 갑 등 3곳에서 승리하며 교두보를 쌓았다. 제주(3석)는 4년 전에 이어 이번에도 민주당에 힘을 실어줬다.

민생당 손학규(가운데) 상임선대위원장과 김정화(왼쪽)·장정숙 공동선대위원장 및 관계자들이 21대 총선이 치러진 1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개표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민생당 손학규(가운데) 상임선대위원장과 김정화(왼쪽)·장정숙 공동선대위원장 및 관계자들이 21대 총선이 치러진 1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개표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양당제 강화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지난 연말, 가까스로 통과된 선거법 개정안에 따라 이번 총선부터 새로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본래 취지인 소수정당들의 원내진입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거대양당의 비례전담정당들로 인해 21대 국회를 양당제로 다시 회귀시켰다.

16일 오전 11시 기준 현재 거대양당의 비례전담정당인 시민당과 한국당은 각각 33.8%, 33.4%의 지지를 얻으며 비례대표 선거에서 도합 67.2%를 얻었다. 정의당은 9.7%, 국민의당은 6.8%, 열린민주당은 5.4%를 얻어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했다. 민생당은 2.7%를 득표하는 데 그치며 봉쇄조항인 3%를 넘기지 못했다. 이외 원내정당들도 미미한 지지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민중당이 1.1%, 우리공화당이 0.7%, 친박신당이 0.5%, 한국경제당이 0.2%를 득표했다.

득표율로 예측한 현재까지 예상 의석수는 한국당 19석, 시민당 17석, 정의당 5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으로 각각 전망되고 있다. 비례대표 당선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이날 오후 5시경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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