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철학박사​​​​​​​▸상지대학교 조교수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조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종교는 “함께 모임”의 경험에 기반을 한 조직인데, 현재는 이 경험이 중단된 상황입니다. 대학 교육만 해도 평생 안 해 본 온라인 교육을 한다고 강사들이 부산을 피우고 있는데, 이 경험은 분명 앞으로 강의에 영향을 줄겁니다.1)

위의 인용문은 대학에서 종교학을 강의하고 있는 필자의 한 선배가 종교학 연구 기관에 투고한 글을 필자가 조금 고친 것이다. 종교라는 거대한 덩어리, 그것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창 평지풍파를 일으킨 “종교”를 가르치는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 대상인 “종교”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고, 본인 역시도 교육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이 상황을 극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들었던 생각으로 판단된다. 종교와 같은 엄청난 것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상황에서 변화를 겪는데, 교육은 오죽하겠냐는 예상이 담긴 글이다.

우스갯소리로 “사람이 못한 교육 개혁을 코로나 바이러스가 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사람들이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소위 ‘사이버 강의’가 공교롭게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인해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의 한가운데에 필자도 서있다. 이번 지면에서는 교육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예상되는 교육계의 변화를 “감히” 예상해보려고 한다. 이 변화에 대한 예상은 단순히 “예언”이나 “예상”이 아닌, 과거의 우리 교육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역사적 의미도 담고 있을 것이다.

교육 전반에서 가장 크게 변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바로 소위 “비대면강의”의 확대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사이버강의”라는 말로 더 익숙한 “비대면강의”는 그야말로 교수자와 학습자가 서로 얼굴을 마주대하지 않고 교육을 주고받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 역시도 처음 “비대면강의”를 해야 된다는 공문을 받고, 며칠 동안 소위 “멘붕”에 빠져 있다가, 컴퓨터를 잘 아는 동료 교수에게 강의 녹화 방법을 배우고, 감사의 뜻으로 짜장면을 대접했던 기억이 난다.

기존에 “강의”라고 한다면 교수자가 빼곡하게 칠판에 적고, 학습자는 그것을 필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달달 외워서 시험성적을 받는 평가까지 포함하면 소위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다. 특히 전통시대의 서당을 상상한다면, 기존의 교육의 모습이 교수자와 학습자가 바싹 붙어 앉아서 교수자가 읊어대거나 적는 것을 놓치지 않고 머릿속에 담는 방식이었다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비대면강의”가 이루어진다면,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안그래도 칠판에 적고 필기를 하는 행위가 줄어든 마당에, 이러한 방식은 더욱 사라질 것이다.

교육 공간의 변화도 가져올 것이다. 기존의 교육은 학생들이 대규모로 모일 공간이 필요했다. 또한 이렇게 대규모로 모인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시간 이외에 활동할 공간도 요구했다. 동아리, 학생회실 등이 그것이었다. 그런데 비대면강의가 확대되면서 현재 교실이나 강의실은 교수자가 혼자 쓸쓸히 지키거나, 사람의 인적이 끊어진 공간이 되었다. 이 공간들을 향후 어떻게 이용하느냐도 사회적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어떤 학교건 학생들이 모여서 수업을 받는 것 이외에도 동아리, 학생회, 또래 모임 등 다양한 활동을 했고, 이것들을 소화할 공간들이 필요했다. 그러나 비대면강의가 시행되면서 이 공간들 역시 노는 공간이 돼버렸다. 이것은 기존의 동창, 선후배, 동기 등 다양한 모임들이 붕괴되는 현상을 낳을 것이다. 나아가 교육 기관은 그야말로 지식을 습득하는 장소로 바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대학에 기존의 “학과” 체제 대신 “학부”라는 제도가 도입된 적이 있다. 이 때 일부 소위 “비인기학과”는 학과의 소멸을 우려했고, 학생 자체 단체는 학생 사이의 연대감 감소를 염려해서 극렬하게 반대했다. 이것이 약 25년이 지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대세가 된 듯한 기분이다.

나아가 대학의 서열 자체가 바뀌거나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 “비대면강의”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학교에서도 “사이버강의”라는 이름으로 비대면강의가 존재했고, 심지어 비대면강의를 중심으로 대학을 운영하던 기관도 있었다. 바로 방송통신대학교와 각종 사이버대학들이다. 현재 인프라가 부족한 대학에 한국방송통신대학교가 각종 노하우를 제공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다양한 모임들이 붕괴되고 대학이 지식을 습득하는 기관이 된다면, 대학 사이의 장벽을 낮추고 교류하는 것은 더욱 쉬워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뛰어 넘어서 소위 “명문대학교” 교수나 잘 가르치는 선생님의 수업을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게 될 것이고, 이것은 굳이 이름 있는 대학교에 진학할 필요를 줄이는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예상도 가능하다. “일타 강사‘라는 유행어가 공교육 기관이나 대학 기관에서도 들릴지도 모른다.

그 밖에도 밀착해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한문이나 도제식 기술 교육이 사라지거나 더욱 축소될 가능성, 체벌의 완전한 소멸, 평가 방식의 전환 등도 예상된다. 그러나 이것들은 이전에도 굉장히 많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이런저런 예상을 해놓고 보니, 교육의 변화가 상당히 이루어졌고, 이것이 교육의 역사를 만들어냈다는 생각도 든다. 또한 이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관이나 기술의 등장이 원동력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젠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코로나 바이러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바이러스에게 의지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교육 변화의 주체(?)가 돼버렸다.


1)  방원일, 「하필 이럴 때 종교학 강의라니」, 『종교문화다시읽기』, 한국종교문화연구소 뉴스레터, 2020년 3월 17일자.
http://www.kirc.or.kr/hermeneut/hermeneut_03.php?mode=view&tblname=BBS_21&page=0&seqid=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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