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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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주춤하는 듯했던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다시 확산 추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20대 환자가 이태원 클럽을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이후, 해당 클럽 관련자들 가운데서 연일 꾸준하게 신규 확진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시 한달간 전국의 클럽, 감성주점, 콜라텍 등 밀폐된 유흥시설에 대해 ‘운영 자제’를 권고하는 한편 방역수칙을 준수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특히나 서울시는 모든 유흥시설에 대해 집합금지 명령을 발령하고, 이를 위반할 시 엄중한 처벌을 내리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행정명령이 발동된 주말 유흥업소를 대신해 일반음식적으로 분류되는 헌팅포차 등 주점을 찾는 20대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재확산 사태에 대해 ‘예견된 일’이라고 평가하며, 코로나19에 대한 젊은 층의 낮은 경각심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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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로…클럽서 코로나19 확진자 무더기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자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클럽, 콜라텍 등 유흥시설 운영 중단을 권고했으며, 불가피하게 운영 시에는 △1~2m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준수사항을 따르도록 지시했다.

이후 감소세를 보이자 지난달 20일부터 16일간은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로써 유흥시설 등은 방역지침을 준수한다는 전제로 운영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서울 강남, 이태원, 홍대 등 유흥업소들은 앞다퉈 영업 소식을 알렸다. 일각에서는 유흥업소 개장 소식에 재차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보건당국도 “건강하고 활동적인 젊은 연령층은 활동 범위가 굉장히 넓기 때문에 코로나19 전파 위험성이 상당히 크다. 환기가 안 되는 밀폐·밀집된 유흥시설을 이용하는 젊은 층이 늘고, 환자 접촉자도 생기고 있다”며 “당국은 운영 자제 또는 밀집도 완화를 당부한다. 1명의 환자라도 슈퍼전파 사건으로 증폭될 수 있는 장소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난 6일 ‘용인 66번’ 환자로 알려진 A(29)씨가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사실이 역학조사 결과 확인됐다. 이후 A씨와 같은 클럽을 방문한 사람과 접촉자 등 관련 확진환자가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11일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환자는 전국 86명으로, 지역별로는 △서울 51명 △경기 21명 △인천 7명 △충북 5명 △부산 1명 △제주 1명 등이다. 아직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경우, 불통인 경우 등을 고려하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지난 8일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사태로 오는 6월 7일까지 한달간 국의 밀폐된 유흥시설에 대해 '운영 자제'를 권고하고 방역수칙을 준수토록 하는 행정명령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운영을 위해서는 유증상 종사자 즉시 퇴근 △시설 외부에서 줄 설 때 1~2m 간격 유지 △출입구에서 증상 및 해외 여행력 등 확인 후 대장 작성 △종사자 및 이용자 전원 마스크 착용 △출입구 및 시설 내 손 소독제 비치 △시설 내 이용자 사이 간격 최소 1~2m 거리 유지 등 방역수칙을 준수해야만 한다.

이 같은 행정명령으로 영업 특성상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해진 클럽들이 문을 닫자 젊은 층은 헌팅포차, 주점 등으로 발길을 돌렸다. 헌팅포차, 주점 등은 유흥시설이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행정명령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함께 살을 맞대고 춤만 추지 않을 뿐, 밀폐된 공간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는 행위 또한 코로나19 전파 위험성 높다.

게다가 앞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종교시설, 의료기관, 콜센터, 줌바댄스 등과 달리 클럽이나 주점을 통한 감염은 연락처가 명확하지 않고 지휘체계가 있는 조직이 아닌 산발적으로 모인 집단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통제가 어려워 집단감염이 여전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자료 출처 =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

확진환자 가장 많은데…겁 없는 청춘

이태원 집단감염 사태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등 자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자 젊은 층이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알 0시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환자 수는 1만909명이다.

연령별로는 △0~9세 141명 △10~19세 598명 △20~29세 3019명 △30~39세 1188명 △40~49세 1446명 △50~59세 1960명 △60~69명 1358명 △70~79세 711명 △80세 이상 488명으로 20대가 가장 압도적으로 많다.

이처럼 가장 많은 확진환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감염 우려나 공포는 낮게 나타났다.

서울연구원이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와 함께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8일부터 이날 1일까지 서울시민 813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위험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코로나19 사태를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연령별 비율’은 △20대 39.5% △30대 52.3% △40대 51.3% △50대 46.6% △60대 이상 47.2%로 20대가 가장 낮았다.

또 유 교수팀이 18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실시한 국민인식조사와 ‘서울시민 인식조사’를 종합한 조사 결과에서는 ‘감염여부가 어느 정도 운이다’라는 질문에 20대는 53.9% △30대는 62.4%가 그렇다고 답했다.

‘다중이용시설 이용자제가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항목에 ‘그렇다’고 답한 20대는 94.7%에 달했지만, 실제 ‘지난 한주 동안 다중시설 이용을 자제했다’는 20대는 24.3%에 그쳤다.

30대 또한 93.3%가 다중이용시설 이용 자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35.6%만이 실행에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유 교수 연구팀은 2030 젊은 층이 대중교통과 거리 유지가 힘든 다중이용시설 등을 이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며 2차 대유행 가능성이 이태원 클럽 사태로 확인된 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모든 국민이 단일화된 행동을 보이긴 어렵다고 지적하며, 연령대에 맞는 접근 방식을 통해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협력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20대의 낮은 감염 심각성 인식, 건강에 대한 높은 자신감, 감염에 대한 운명론적 태도 등 고유한 연령적 특성이 드러났다”며 “이번 분석은 향후 20대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소통 노력이 가능할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20대는 감염되더라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정보가 많이 유통됐고, 언론의 보도 역시 현황 중심의 전달에 치우쳐 개인 안전 차원에 치중된 위험소통을 했다”고 부연했다.

유 교수는 “다만 위기 상황일지라도 서로 다른 선호와 가치관, 고유한 소통 환경 속의 사람들이 무조건 단일하게 움직일 거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며 “그러나 현재는 온 국민이 최대한 협력하고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고위험 연령층에 대한 차별화된 접근법의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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