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달하지도 못하는 대북 전단에 화내는 북한
대북전단 살포 규탄대회 통해 내부 결속 다져
전두환정권 당시 금강산댐 공포에 평화의댐 대응
내부 위기를 외부의 적으로 돌려 내부 단합 꾀해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북측이 강경한 입장을 취하며 남북 통신선을 차단하는 등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있는 가운데 10일 오전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 농가 주변에 '대북 쌀 보내기 행사 절대 반대'를 표명하는 지역주민 측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에 화를 내면서 남북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이번에는 미국을 향해서 맹비난을 가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대북전단이 북한으로 흘러갈 확률은 극히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즉, 북한으로서는 대북전단 살포에 화를 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북한 내부의 변화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화를 내야 할 상대를 외부로 돌려야 할 만큼 현재 북한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상공에는 편서풍이 분다. 즉, 서쪽에서 동쪽으로 바람이 분다. 때문에 서해 높은 상공에 풍선을 띄우면 동해에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북으로 풍선을 보내자면 낮은 상공에서 풍선을 북으로 보내야 한다. 하지만 낮은 상공에 띄우면 멀리 날아가지 못한다. 따라서 그 풍선이 평양 시내에 떨어질 확률은 낮다.

판문점이나 강화도 등에서 대북전단 풍선을 띄우면 오히려 남쪽에서 삐라가 발견되기도 하고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북한에서 발견될 확률은 극히 낮다.

이런 이유로 대북전단 살포는 사실상 이벤트 행사에 가깝다는 것이 대북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그만큼 북으로 대북전단을 보내기 힘들다.

대북전단의 효과는

설사 북한에 떨어진다고 해도 그 대북전단 때문에 김정은 정부가 전복될 확률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 이유는 일베 사진 합성 수준의 낮 뜨거운 내용이거나 특정 종교 선교 전단 등이기 때문이다.

대북 전단을 봤다는 탈북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는 전단을 살포한 탈북자들은 남쪽으로 도망 가놓고 북에 있는 자신들보고 목숨 걸고 싸우라고 해서 오히려 화가 났다는 반응이다. 즉, 대북전단 살포의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최근 이례적으로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망나니짓’ 혹은 ‘쓰레기’라는 표현까지 사용했고, 남북 연락선은 폐기까지 했다. 대북전단 살포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님에도 북한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이다.

대북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지켜보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그동안 북한은 강경한 입장을 보이다가도 갑작스럽게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지켜보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지금은 강경하게 나오지만 또 다시 웃으며 대화 테이블에 앉을 날이 있기 때문에 북한이 강경한 입장을 보여도 일단 지켜보자는 것이 지배적이다.

이런 사이 우리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 단체에 대한 법인 취소 조치와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북한을 가급적 자극하지 말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북한 노동신문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등을 규탄하는 청년학생들의 항의시위행진이 7일과 8일 평양시와 각 도에서 있었다고 보도했다.ⓒ노동신문 캡처/뉴시스

북한 내부의 문제?

이런 가운데 북한이 강경한 태도를 보인 이유에 대한 분석이 여러 가지 나오고 있다. 그중 하나가 북한 내부에 위기가 닥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회고록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강경한 입장을 보인 이유는 대북전단 살포 문제 때문이 아니라 경제적이나 사회적으로 어려운 국면에 처한 북한 현실이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즉, 남한에 대한 적대감을 내부적으로 표출해서 내부 단결을 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그 정도로 현재 북한의 사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사상 최강의 대북제재로 경제가 점점 파탄이 나면서 민심을 통제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해 북한 내부 사정은 더욱 좋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9일(현지시간) 북한의 식량 부족과 영양 실조 문제가 악화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북 제재를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현재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북한의 경제는 거의 무너졌다고 판단해도 될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내치를, 김여정 제1부부장이 외치를 등 역할 분담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으로서는 이런 위기상황을 돌파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최근 북한의 대남 메시지를 살펴보면 탈북자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비난을 하면서 우리 정부가 탈북자의 행동에 대해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비난도 함께 했다.

탈북자 성토 통해 내부 단합

그러면서 탈북자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대대적인 규탄대회까지 열었다. 규탄대회를 열었다는 것은 내부 단합을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즉 내부적인 위기를 탈북자의 대북전단 살포 행동 규탄을 통해 단합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는 과거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1986년 당시 5.3 인천 사태, 10.28 건국대 항쟁 등 민주화 바람으로 전두환 정권은 불안정한 상태였다. 이에 전두환 정권이 생각해낸 것이 금강산댐이 북한강을 통해 휴전선 이남으로 흘러들어가서 63빌딩 중턱까지 물이 차오를 것이라면서 북한이 수공(水攻)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금강산댐을 폭파한다고 서울이 물에 잠기기는 힘들다. 하지만 북한의 수공 계획을 대대적으로 방송하면서 국민적 단합을 꾀했다. 그래서 평화의 댐이 건설됐다.

북한도 대북전단 살포를 계기로 내부 단합을 꾀하려고 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대북전단이 평양 시내에 떨어질 확률은 극히 낮다. 하지만 대북전단 살포를 규탄함으로써 내부적 위기를 돌파하는 힘을 얻는 셈이다.

다만 강경한 입장이 내부 결속은 다져주지만 식량난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결국 북한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미국은 비핵화를 결행한다면 그에 따라 대북 제재를 해제하고 경제적 발전을 돕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북미 대화 테이블에 하루라도 빨리 앉는 것이 북한으로서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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