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 임상 이슈 호재에 주가 고공행진
이소영 상무 등 오너家 지분 팔아 차익 실현
장남 회사 지분도 처분, 매각 배경 두고 뒷말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현대약품 이한구 회장 일가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주가 상승 시점에 주식을 내다팔아 현금을 챙겨 고점 매도 논란에 휩싸였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약품은 주주인 노갑덕, 이소영, 크리스텔라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보통주) 7만998주, 8만600주, 9만604주를 모두 매도했다고 지난 12일 공시했다.

이들은 모두 이 회장과 특수관계다. 노 대표는 이 회장의 매제이고 이 상무는 딸이다. 크리스텔라는 이 회장의 장남이자 현대약품 대표이사인 이상준 씨가 대표로 있는 관계사다. 처분단가는 노 대표가 6950원, 이 상무가 7754원, 크리스텔라가 7450원으로 각각 4억9300만원, 6억6800만원, 6억7500만원 정도를 챙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매각 시점을 두고 뒷말이 나온다. 올해 3월 19일 2800원대 수준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이들이 주식을 내다 팔 시점에는 7000원대까지 급등했다.

현대약품은 당뇨병 치료 신약개발에 대한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세를 보여 왔다. 특히 지난 4월 말 주식 거래를 앞두고 당뇨병 치료 신약후보물질의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 받은데 이어 지난달 22일 라인선스 계약을 체결로 호재가 계속됐다.

여기에 지난달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메트포르민 성분이 포함된 당뇨병 치료제 판매 중지 조치에 따른 반사 수혜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주가는 크게 뛰었다. 매도 시점인 11일에는 주가가 급등 7210원, 12일에는 종가기준 7140원을 기록. 12일에는 장중 8090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거래량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후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며 이날(16일 기준) 6730원정도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오너일가의 시세차익을 노린 고점매도라는 뒷말이 나온다. 특히 이 회장 일가의 고점매도 논란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에 앞서 2018년 1월에는 싱가포르 제약사와 담도암치료제 기술 수출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하자 노 대표와 그의 부인이자 이 회장의 여동생인 이혜숙씨, 이소영 상무는 보유한 주식을 대거 장내 매도했다.

작년 4월에도 낙태죄 위헌 판결로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사후피임약 시장 점유율 1위인 현대약품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자 이상준 대표는 당시 가지고 있던 70만주와 그가 소유한 아트엠플러스 10만주를 포함해 총 80만주를 내다 팔았다. 이를 통해 약 4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확보한 현금으로 크리스텔라를 세워 지난해 7월 현대약품 지분을 사들였다가 주가가 다시 급등하자 내다판 것이다. 올해도 개인회사를 앞세워 우회 거래를 통해 시세차익을 거둔 셈이다.

특히 창업자인 고(故) 이규석 회장의 손자이자 이 회장의 장남인 이 대표의 경우 후계 승계 관점에서 주식 매도 배경을 두고서도 뒷말이 나온다. 고점매도로 쏠쏠한 시세차익을 거두며 현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경영 승계 측면에서는 현대약품의 지배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이번 주식 매각으로 현대약품 지분을 이한구 회장은 17.88%, 이상준 대표는 4.22%을 보유한 상황이다. 이 회장의 지분율을 유지되고 있지만 이 대표는 지난 2018년 11월 기준으로 6.41%에서 2% 이상 축소됐다.

당초 자신이 최대주주인 바이오파마티스와 크리스텔라 등 관계사를 통해 현대약품 주식을 사들여 지배력을 확대할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연이은 지분매각에 일각에서는 후계구도에 이상기류가 생긴 것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기도 했다. 반면 고점매도를 통해 늘린 현금을 관계사 등을 통해 지분을 추가 확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현대약품 관계자는 “경영 승계와는 무관한 개인의 주식 거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이 대표 관계사의 지분구조나 주식 매도 배경에 대해서도 “개별 회사의 결정으로 알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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