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안 남은 대선, 트럼프 운신의 폭 좁아져
기존과 다른 방식의 도발, 시간이 없다는 메시지?
김정은 남매, 코로나19·경제 붕괴로 위기 내몰려
트럼프, 당분간 침묵 계속...北 도발 계속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북한이 지난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데 이어 금강산·개성공단에 군부대를 주둔시키겠다고 밝히면서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도발이 과연 약발이 제대로 먹힐 것인가 여부다. 이번 도발의 최종적 목표는 미국을 움직이는 것 정확히 말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움직이는 것인데 그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도발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 우리 정부로서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북한이 그야말로 폭풍우처럼 몰아세우고 있는 형국이다.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우리 정부의 비방에 이어 옥류관 주방장까지 문재인 대통령을 비방했다. 그리고 지난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고, 그 다음날 금강산·개성공단에 군부대를 주둔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북한의 태도를 볼 때 금강산·개성공단에 군부대를 주둔시키는 것은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그동안의 패턴과는 완전히 다른 패턴이다. 기존 패턴은 일단 도발을 한 후 한참을 기다린 후 우리 정부나 미국이 별 반응이 없으면 또 다시 도발하는 형태였지만 이번 도발은 한꺼번에 몰아치는 폭풍우 전략이다.

시간이 없는 북한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김정일 정권부터 계속해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면서 얻을 것은 얻어내는 전략을 구사했지만 김정은 남매는 협상의 시간조차 주지 않고 몰아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우리 정부와 미국을 향해 하루라도 빠른 시일 내에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메시지와 같다.

이는 그만큼 북한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 위기 상황에 올해 코로나19마저 터지면서 북한 경제가 붕괴됐다는 것이 대북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러다보니 군부의 불만이 높아졌고, 김정은 남매는 군부의 불만을 잠재울 카드로 우리를 향한 도발을 선택한 것이다.

도발을 통해 우리 정부와 미국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을 향해서 대북 제재 완화 혹은 해제를 해야 한다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극심한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북 제재 완화가 필요한데 아직까지 미국이 꿈쩍도 하지 않으면서 북한으로서는 도발을 통해 미국을 움직이겠다는 전략이다.

따라서 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군부대 주둔으로 이어지고, 접경지역 무력충돌, 전략무기 공개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그리고 핵무기 개발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모두 미국을 향해 협상의 테이블에 앉자는 메시지다.

이런 메시지를 과연 미국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됐다. 미국의 태도에 따라 한반도 평화가 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뉴시스

대북 제재 행정명령 1년 연장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경제제재를 1년 더 연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일상적이지 않은 특별한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기존 경제제재를 1년 더 연장한 것이다. 연례적 조치라고 하지만 최근 도발 상황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주목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연장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발동된 행정명령 13466호(2008년 6월 26일) 등 6건의 대북 제재 행정명령의 효력을 연장하는 것이다.

통상적인 연례조치라고 하지만 주목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최근 도발 이후 내려진 조치라는 점 때문이다. 최근 도발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답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번 행정명령 연장을 볼 때 기존 미국의 대북 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은 先비핵화-後경제지원을 내세워 북한과 협상을 해왔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계속 미국과 북한은 신경전을 이어왔다. 미국의 의지는 확고하다.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경제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핵을 포기하는 것은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비핵화에 대해 행동으로 보여줄 수 없다는 입장이기에 단계적 비핵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충돌이 불가피해졌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졌고, 결국 북한은 폭발한 것이다.

대화의 가능성은

물론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태도 변화를 보여서 대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북한이 계속 도발을 한다면 정치적 리스크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북한을 달래기 위해 태도를 바꿔 대화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기조는 변화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히 생각을 달리 먹지 않는다면 선비핵화 후경제원조 전략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또 다른 핵심은 11월 대선이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북한과 대화를 하고 싶어도 11월 대선이 있다. 또한 현재 상황으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보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북한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계속 도발을 하지만 미국으로서는 현실적으로 11월 이후에나 대화가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미국은 계속 침묵하고, 북한은 계속 도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한으로서는 우리 정부가 목적이 아니라 미국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소한 남북관계에 있어 미국의 간섭 없이 남북대화가 이뤄지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닌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현재처럼 북한이 완전히 문을 닫은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이어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는 달리 독자적인 남북대화를 이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후 평양으로 향하는 방법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북한이 쉽게 문을 열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북한도 국내 사정이 안정화될 때까지 당분간 문을 닫아 걸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 역시 당분간 계속 침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