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진 지음/216쪽/130*190/1만3800원/위즈덤하우스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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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우린 오늘 결혼하지만 혼인신고는 거절당할 거야”

지난 2019년 11월 10일, 서울의 한 호텔 결혼식장에서는 평범한 결혼식이 열렸다. 신부인 김규진씨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부케를 들고 많은 하객들 앞에서 축하를 받고 있었다. 보통 결혼식과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면 김규진씨의 배우자도 신부라는 점이다.

김씨 부부는 신혼부부 대출도, 수술 시 보호자 동의도, 사망 시 상속도 불가능한 동성부부다.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제도 밖의 결혼인 것이다.

이 결혼식의 주인공인 김규진씨가 자신의 결혼 이야기를 담은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를 펴냈다.

이 책에서 김씨는 동성 결혼이 법제화되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레즈비언 커플이 결혼하는 방법과 살아가는 방법 등 자신이 겪은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김씨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닫게 된 이야기, 성소수자로서 보낸 청소년기와 대학시절 이야기와 함께 500번이 넘는 커밍아웃 경험을 통해 체득한 커밍아웃 ‘꿀팁’과 커밍아웃 에피소드를 전한다.

또 배우자와의 첫 만남에서부터 프러포즈, 상견례, 미국으로 건너가 혼인신고를 한 과정, 한국에서의 결혼준비와 회사에 신혼여행 휴가 및 경조금을 신청한 일들을 담았다.

아울러 김씨가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 그가 바라는 세상과 행복에 대한 생각과 함께 최근 구청에서 혼인신고를 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스스로를 한국 국적 유부녀 레즈비언이라고 소개하는 김씨는 “왜 아무도 레즈비언으로 잘 사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지 궁금해하다, 그냥 제 이야기를 공유하기로 했다”고 말한다.

김씨는 성소수자로서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들을 사람들에게 알리며 차별에 맞서 세상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거대한 악과 맞서 싸우지는 못하더라도, 김씨와 같이 일상의 사소한 악에 맞서 매일매일 작은 승리를 이루는 ‘일상의 히어로’들이 결국 세상을 바꾸는 선례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김씨는 일상의 악과 마주하며 맞서 싸운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가 가장 행복한 선택을 하면 그걸로 충분하다’며 독자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전달한다.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세상에서 변화를 기대하고 이끌어가는 김씨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차별을 돌아보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일상의 히어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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