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방역지침에 반발한 예비부부들의 버스 시위 현장 ⓒ전국신혼부부연합회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정부가 기존 49명으로 제한된 결혼식장 참석 인원에 대해 식사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99명까지 참석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예비부부들은 정부가 현실을 전혀 모르는 조치를 취하면서도 마치 정책을 완화한 것처럼 발표해 유감이라는 입장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오는 5일까지 예정됐던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를 내달 3일까지 4주 더 연장한다고 지난 3일 발표했다. 

해당 발표에는 일부 수칙에 대한 완화 조치가 포함됐다. 결혼식장에서 식사 제공을 하지 않는다면 참석인원을 최대 99명까지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식장에서 식사를 제공한다면 기존 인원과 같이 49인 제한이 적용된다.

이에 전국신혼부부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번 거리두기 발표에서는 개선된 점이 전혀 없다”며 “다른 다중이용 시설처럼 면적과 규모를 고려해 인원을 제한해 달라고 했으나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무조건 식사 49명이나 식사하지 않고 99명으로 규제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라고 밝혔다. 

수천 명의 예비부부들로 구성된 연합회는 그간 결혼식장에 대한 정부의 방역지침에 반발해 단체행동을 벌여 왔다.

‘형평성 있는 결혼식장 지침을 마련해달라’는 내용을 골자로 보건복지부 종합민원실과 기획조정실·보건의료정책실·중앙사고수습본부 등 관련 부서 24곳에 팩스 시위를 펼치는가 하면, 불합리한 결혼식 방역 지침 개선을 촉구하는 문구를 새긴 버스 시위를 진행했다.

예비부부들의 단체행동에 정부 또한 긍정적인 검토를 약속했었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지난 1일 “자영업자뿐 아니라 예비부부들의 많은 요구를 수렴한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국신혼부부연합회 입장문 ⓒ전국신혼부부연합회

그러나 정작 3일 발표된 내용은 예비부부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조치라는 것이 연합회의 주장이다. 2000명까지 입장을 허용한 콘서트장과 사실상 무제한 입장이 가능한 백화점과는 달리 유독 결혼식에만큼은 형평성이 떨어지는 조치가 적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다른 백화점이나 마트에는 셀 수도 없는 인원들이 드나들고 있지만 유독 결혼식에 대해서는 형평성이 떨어지고 이해할 수 없는 방역 지침을 적용하고 있다”며 “이는 예식장에서 강제하는 최소 보증인원 때문에 식사하지 않는 인원의 식대까지 모두 지불해야 하는 예비부부의 금전적 피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다”라고 말했다.

식사를 제한하는 새로운 지침이 결국 결혼식장에만 유리한 조치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관계자는 “결혼식장은 식사를 하지 않는 하객들을 위한 답례품을 제공하는데, 이 답례품이 식대 비용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저렴한 데다 선택의 자유도 제한되는 상황이다”며 “해당 지침으로 인해 오히려 결혼식장 임의대로 답례품 제공만을 강요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향후 연합회는 현실을 외면하는 정부 방역 지침에 반발해 더욱 강력한 시위를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현재 6000여명 규모의 전국신혼부부연합회에는 지난 3일 거리두기 정책 발표로 인해 더욱 많은 예비부부들이 유입되고 있다. 더 이상 정부가 신혼부부와 예비부부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며 “현장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정책을 마련해 결국 현실을 외면하는 지침이 내려진 만큼, 앞으로 더욱 강력한 시위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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