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 상임위원장 중 17개 민주당 독식
3차 추경안 심사 돌입한 더불어민주당
분노하는 주호영, 통합당 대여 투쟁 고심
온건파vs강경파 사이서 주호영 선택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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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9회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길게 줄서 상임위원장 투표를 하고 있다.ⓒ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21대 국회 원구성이 국회 정보위원회를 제외하고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하면서 사실상 마무리됐다. 더불어민주당은 3차 추경 심사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상임위원장 독식에 항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딱히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자칫하면 정국의 주도권을 완전히 더불어민주당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형성돼 있다. 또한 앞으로 원내 투쟁을 어떤 식으로 전개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숙제도 남아있다.

국회 정보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17개 상임위원장을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했다. 33년 만에 상임위원장 자리를 여당이 독식한 것이다. 과거 박정희 정권 시절에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군부독재 시절과 현재를 비교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1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여당이 차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열린민주당 등과 합쳐서 4.15 총선에서 180석 이상을 차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만큼 정국의 주도권이 완전히 더불어민주당에게 넘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차 추경 심사로

더불어민주당은 1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자신들이 차지했기 때문에 3차 추경안 심사를 곧바로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30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열어 추경안에 대한 종합정책질의 진행을 시작으로 오는 3일 추경안 처리를 본회의에서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이 국회 의사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보이콧 선언을 하면서 졸속심사 가능성이 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은 물러날 곳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추경안은 반드시 이번 임시국회 내에 처리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이 모든 상임위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고 모든 의사일정을 보이콧하면서 반쪽짜리 추경안 심사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어차피 미래통합당이 3차 추경 심사 일정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심사를 하면서 문은 열어놓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이 당분간 보이콧을 하면서 국회에 복귀를 하지 않더라도 의사일정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만큼 3차 추경 처리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다만 고위공직자범죄사수처 설치에서는 미래통합당의 절대적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3차 추경 이후 또 다른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미래통합당을 최대한 설득해서 국회로 돌아오게 하는 숙제를 남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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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를 마친 후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뉴시스

일단 보이콧 투쟁으로

미래통합당은 앞서 언급한대로 상임위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는 등 보이콧을 하고 있다. 이는 과거 자유한국당과 상당히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과거 자유한국당은 이런 상황이 닥치면 장외투쟁을 일삼았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은 장외투쟁은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국회 보이콧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최대한 전달하고 있다.

이는 자유한국당 시절 장외투쟁이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가장 현실적인 대여 투쟁 방법으로 장외투쟁 대신 국회 보이콧을 선택했다. 보이콧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여론전을 형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여당 독식에 항의 차원에서 전국 사찰을 돌면서 칩거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만 국회 보이콧에 대해서 당 내부에서도 여러 가지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강경파는 당장 장외투쟁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의 폐해를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쪽에서는 국회 보이콧만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에 상임위원회로 들어가서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다보니 국회 보이콧이 생각보다 길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3차 추경안 심사까지 버틸 요량이다. 왜냐하면 3차 추경안 처리 이후 공수처 처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3차 추경안 심사와는 달리 공수처 처리에는 야당의 협조를 아예 법적으로 못을 박았기 때문에 미래통합당의 목소리를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주 원내대표로서는 와신상담할 것으로 예측되는 대목이다.

일단 참고 기다려라

공수처 설치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을 때 원내 협상력을 발휘해서 얻을 것은 최대한 얻겠다는 것이 미래통합당의 전략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고민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미래통합당으로서는 현실적으로 상임위 활동을 막을 조직과 명분도 없다. 이런 이유로 아예 모든 것을 더불어민주당에게 주고, 마지노선부터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이에 대해 당내에서 얼마나 호응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당내 강경파와 온건파의 목소리가 각자 높기 때문이다. 강경파는 대여 투쟁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온건파는 국회로 들어가서 싸워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로서는 고민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야당이 발목 잡고 있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그동안 미래통합당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사사건건 발목을 잡은 듯한 모습을 풍겼다. 그러다보니 지난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을 유권자들이 외면한 것이다.

따라서 미래통합당의 남은 숙제는 국회 보이콧을 하면서 국민적 여론을 담아내느냐는 것이다. 이미 미래통합당이 ‘꼰대정당’이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이번 국회 보이콧이 어떤 식으로 비쳐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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