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영·이인미·이재경·도이·황인혁(토론·편집)/ 128*188/ 608쪽/ 1만7500원/ 지식공작소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지금 분노하는 사람들, 굉장히 많다. 다 정의로워서 그런 것 같다. 문제는 사람마다 정의가 다 다르다는 사실이다. 이 사람 정의와 저 사람 정의가 다 다르다. (21쪽)

나는 누구에게 더 가까움을 느끼는가를 내게 묻는다. 어느 순간을 박, 어느 순간은 피해자, 그럼 나는 회색분자인가?(61쪽)

인권변호사, 사회운동가, 정치인으로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았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아직도 큰 충격으로 남아있다.

성폭력과 죽음이 결부되자 많은 이들은 혼란스러움을 드러내며 분노하기도 침묵하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조문 논란부터 각종 의혹과 논란을 만들어내고 있다. 복잡하고 난처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기 보다 진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이 책은 우리 앞에 놓인 두 개의 사태, 즉 박원순의 죽음과 우리 마음속의 격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책임질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가능한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바로 ‘회복적 대화’를 위해서다. 

박원순의 죽음과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합해져 이제는 입으로 꺼내기 두렵고 위험한 주제가 됐다.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는 논리와 미투 사건과 공을 추모하는 것을 다른 문제라는 논리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서로의 의견 차이만 확인할 뿐 어떤 견해나 주장도 상대로부터의 공격에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건설적인 의견조차 드러내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제 분노의 불길을 잠재울 이성과 이해, 비판과 공감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판단에 이일영(한신대 교수), 이인미(신학박사, 시민운동가), 이재경(도시행정, 사회혁신 연구자), 도이(정당활동가) 등 네 명이 용기를 내 금기에 도전했다. 

이 책은 2부로 나눠져 있다. 1부는 박원순의 죽음과 시민의 침묵에 대해서 논하며 2부는 박원순의 죽음을 계기로 지난 2년 6개월간의 미투운동을 되돌아보고 우리가 기억하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들을 재조명한다. 이 책은 우리 사회와 나를 되돌아보는 성찰의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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